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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반평생 동안 소나무 사진을 찍어온 배병우 교수(서울예술대학 사진학과)는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작가다. 2005년 펴낸 <청산에 살어리랏다>는 사진집으로는 드물게 3판까지 찍어냈고,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이 사진집을 선물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의 렌즈 속에서 만나는 나무와 풀, 산등성이 너머의 바다는 한결같이 아름답다. 침묵 속에서 태연히 자연의 숭고함을 내뿜는다. 그러나 그는 안다. 세월이 자연을 조금씩 변하게 만든다는 것을. 변해가는 자연이 그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는 것을.

지난겨울 하얀 눈으로 뒤덮인 오대산으로 향할 때 그는 책 한 권을 가방에 넣었다. 평소 사진 작업을 위한 여행을 떠날 때면 카메라만큼이나 책을 필수품으로 챙기는 그에게 후배가 추천한 <신화의 힘>이었다.

“신화는 단순한 옛날이야기가 아닙니다. 우주와 자연에 대한 옛 선인들의 인식과 이해가 담겨 있어서 오랜 세월에 걸쳐 살아온 삶의 방식, 진리, 고민 등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배 교수가 추천한 <신화의 힘>은 비교신화학자 조지프 캠벨과 저널리스트 빌 모이어스가 신화에 대해 나눈 대담을 정리한 책이다. 그리스 신화뿐 아니라 아메리카 인디언 신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여러 가지 문제를 신화에 빗대어 설명해준다.

그는 오대산에서 2박3일 동안 꼬박 이 책을 읽으며 인상적인 부분을 수첩에 적어놓았다. 급히 흘려 쓴 듯했지만, 문장마다 찍힌 꼿꼿한 마침표 속에서 왜 그가 이 책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인간의 삶이 결국 ‘무엇’에 느낌표를 찍어야 하는지 알려주는 명쾌한 답변도 끌어낼 수 있었다.

“1852년 인디언 추장이 미국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냅니다. ‘우리 땅을 사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나 땅을 어떻게 사고팝니까? 자연의 모든 것들이 이 땅의 일부요, 이 땅은 우리의 일부입니다. 모두 하나인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문명화된 삶 속에서 우리가 잊고 살아가는 한 가지가 떠올랐어요. 바로 자연의 이치죠. 신화 역시 그 이야기를 계속해서 해주고 있습니다. 인간이 자연과 지혜롭게 조화될 때 모두가 행복해지는 삶이 된다는 것이죠.”
 

배 교수는 작업실 창밖의 작은 산을 바라봤다. 피사체로 인연이 된 소나무는 이제 눈으로 훑어만 봐도 그 상태를 훤히 꿰뚫는다. 그러나 “환경이 변하면서 숲의 50퍼센트를 차지하던 소나무가 이제 불과 10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사람은 그대로인데 숲은 변했다”며 나지막이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에선 헛헛함이 묻어났다.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요즘 전시하고 있는 인천 옹진군 굴업도 사진들을 보여줬다. “개발로 인해 어쩌면 골프연습장으로 바뀔지도 모른다”며 “이렇게 아름다운 섬이 변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 사진을 찍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자연환경 속에서 서로 필요한 만큼만 나눠 쓰며 다툼 없이 산다는 것, 분명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자연과 사람이 어울려 사는 공간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행복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글·김민지 기자 / 사진·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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