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요즘은 아이를 많이 낳지 않기 때문에 부모들은 자식을 애지중지 공주와 왕자처럼 키우고 싶어 한다. 아이가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여러 가지를 세심하게 신경 쓴다. 그렇다면 옛 조선왕조에선 ‘진짜’ 공주와 왕자들을 위해 어떻게 태교를 했을까 궁금해진다. <조선왕조실록> 등 여러 고전을 뒤적여 옛사람들의 태교 이야기를 찾아봤다.
태교는 태아의 건강과 기질에 좋은 영향이 미치도록 산모가 갖춰야 할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말한다. 이는 성품을 형성하는 근원이다. 산모가 보고 느낀 것에 태아도 태내에서 감응한다는 한의학적 학설에 바탕을 둔 것이다.
세종은 1434년(세종 16)에 의사 노중례(盧重禮)로 하여금 포태(胞胎) 시의 교양법과 영아의 보호육성법을 구체적으로 기록한 <태산요록(胎産要錄)>이라는 책을 편찬해 널리 배포하도록 했다. 이 책은 중국의 의서를 인용해 태교법을 설명했다.
‘임신한 뒤 몇 달 동안은 그야말로 걸을 때나 앉을 때나 단정하고 엄숙해야 한다. 현악기를 타고 심신을 조율하며, 좋아하는 것을 절제한다면 낳은 자식이 모두 어질고 장수할 것이며 충성스럽고 효성스럽고 어질고 지혜롭고 질병도 없을 것이니….’
또한 정조 때 편찬된 <태교신기(胎敎新記)>라는 책은 ‘스승의 십 년 가르침보다 어미의 열 달 태교가 더 중요하다. 이름난 의사는 병이 생기기 전에 미리 다스리고, 아이를 잘 가르치는 자는 태어나기 전부터 시작한다’며 태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선 왕실의 태교 관련 서적에서는 연주 감상에 대한 내용도 언급된다. ‘왕실 여성들이 임신을 하면 궁정 악사들을 처소 가까이에 두어 가야금이나 거문고 연주를 듣게 하였다’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금(琴), 슬(瑟) 같은 현악기를 가까이하라’는 태교 지침과 ‘좋은 소리를 듣고 감화하는 것이 태교의 요체’라는 내용이 있다. 세조는 죽은 장모를 위한 추모사에서 태교의 중요성을 이렇게 전했다.
‘흥녕 부대부인께서는 가문이 높고 성대하며, 쌓인 경사가 면면이 이어오고 타고나신 성품이 부드러우며, 갖추신 덕은 얌전하고 순하였다. 어질고 덕 있는 이를 낳아 나의 좋은 보좌가 돼 내정(內政)을 잘 닦고 외화(外華)를 도와서 집과 나라가 편안해지고 자손들도 보전할 수 있게 됐으니, 이는 태교(胎敎)에서 말미암은 것이다.’(세조 2년, 1456년 7월 23일)
성종의 어머니 인수대비는 병약한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나 왕비는 되지 못했지만, 시아버지 수양대군을 왕위에 올렸고 아들을 잘 키워 왕(성종)에 오르게 했다. 지덕을 갖춘 인수대비도 왕실 여성들의 교육서인 <내훈>을 지었는데, 이 책에서 태교의 실천 방법이 상세히 소개되면서 왕실 태교의 근간으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그 실천 방법엔 바른 언행은 물론 목소리가 좋은 맹인으로 하여금 고전을 낭송하게 하는 문예 태교도 포함돼 있다.
한편 조선 왕실의 이 같은 태교법을 재해석한 이색 음악회(주제 ‘달콤한 하품’)가 3월 29일부터 6월 28일까지 서울 소월아트홀에서 열린다. 숙명가야금연주단이 펼치는 ‘조선왕실태교음악회’는 우리의 역사 콘텐츠가 현대화하는 진지한 과정이자, 건강하고 지혜로운 아이들이 한국 땅에서 더 많이 태어나기를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글·송혜진(숙명여대 전통문화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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