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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초상집이 절반인데 연극을 하겠다니…


 

〈유랑극단 쇼팔로비치〉는 국내 관객들에게는 생소한 세르비아 작가 류보미르 시모비치가 1975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1985년 유고 국립극장에서 초연됐다. 이후 1988년 옛 유고연방의 주요 도시를 거쳐 세계 각지에서 막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연출가 이병훈 씨가 1998년 공연예술아카데미 졸업 공연으로 첫선을 보인 바 있다. 그러나 공식 극장 무대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품은 2차대전 중 나치의 수중에 들어간 세르비아의 작은 마을 우지체에 유랑극단이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된다. 멀쩡한 남자들은 모두 전쟁터로 떠난 마을에는 여자와 주정뱅이 노인, 독일 점령군만 남았다. 총소리가 진동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람들이 죽어가는 공포 상황이다. 난리 통에 화려한 치장을 하고 연극을 알리러 다니는 배우들의 모습이 주민들의 눈에 곱게 비칠 리 없다.

“세르비아 절반이 초상집인데 저것들은 연극을 하겠다니!”, “시체 더미 앞에서 예술을 한다고?”, “저 곡물시장 앞에 사형대를 못 본 건 아니겠지?”…. 이렇게 주민들은 유랑극단 배우들에게 억눌린 감정을 쏟아낸다. 이에 배우들은 “전쟁 중이라고 예술까지 그만둬야 하느냐”고 반문하지만 돌아오는 건 거친 상말과 위협뿐이다.

그러던 중 나무칼을 들고 연기하던 배우 필립이 살인범으로 오해받고 현장에서 총살당하는 사건이 터진다. 그 일로 살인 혐의를 쓰고 있던 마을 주민 세쿨라는 무죄가 된다. 필립의 나무칼이 세쿨라를 구한 것이다.

작품을 연출한 이 씨는 “배우의 죽음이 마을 사람들의 심경 변화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에서 연극의 사회적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며 “관객뿐 아니라 연극인들도 이 작품을 보면서 연극의 본질과 가치를 되새겼으면 하는 것이 바람”이라고 밝혔다.


 글·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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