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높고 푸른 가을하늘과 초가 지붕 위의 붉은 고추는 전형적인 시골을 나타내는 한 폭의 풍경화다. 바야흐로 가을이 되어 시골 장 한편에 길게 고추 장(場)이 서면, 우리의 어머니들은 분주히 한 해 거리 고추 장만에 여기저기 귀품을 팔고, 태양초 진품명품을 찾아 탐색에 나선다. 우리 음식 이야기에 고추가 없다면…. 그리고 김치·고추장이 없고, 매운탕을 즐길 수 없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하루에 평균 한 명이 고추를 5g 넘게 소비한다고 한다. 원래 고추는 열대의 남미가 원산지로 스페인의 멕시코 원정대가 유럽에 전하고 이것이 각국에 퍼져나가면서 우리나라에는 임진왜란 때 일본에서 들어왔다 하여 왜개자(倭芥子)라고도 불렸다.
이런 고추는 소비량이 얼마, 원산지는 어디 등 어떤 수치적, 자료적 개념보다는 그 이상의 깊은 의미를 지닌 식품으로 한국인의 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다.
얼큰한, 매콤한, 얼얼한, 콕 쏘는, 화끈한, 알알한… 이 모든 맛을 입안에서 각각 다르게 음미해 내는 것이 한국인이다. 고추 썰어 넣고 끓인 고추장찌개에 고춧가루를 풀고, 고추를 고추장에 찍어 먹으며 눈물이 쏙 빠지게 매워도 그 맛을 잊을 수 없어 또 찾는 식성을 자랑한다. 오죽하면 ‘불닭’이란 음식까지 나왔을까!
고추의 매운맛 부분은 열매 안의 태좌(胎座) 부분이므로 다듬을 때 그것을 버려서는 안 된다. 고추는 조금 먹으면 위액의 분비가 촉진되고 식욕이 나며 혈액순환도 잘되므로 매운 음식을 먹으면 입맛이 개운하고 기운도 상쾌해진다.
민비(閔妃)의 사가(私家)에서 가문 대대로 내려오는 비밀의 제법을 가지고 만들어 사가(私家)음식으로선 유일하게 궁(宮)으로 가져다 드셨다는 ‘볶은 고추장’은 쇠고기를 곱게 다져 양념한 후 배 즙을 넣어 은근한 불에 익히다가 고추장과 꿀, 참기름을 넣어 한나절 넘게 마냥 저어준다. 이렇게 하면 각 재료가 서로 잘 어우러지고 각각의 맛이 배어 어떤 먹거리에도 지지 않는 그 하나가 훌륭한 음식이요, 맛난 찬이 된다. 자그마한 백항아리에 담아 잣 몇 개 올려놓고 한지에 싸서 이 댁, 저 댁 식탁으로 시집보낸 볶은 고추장은 오래 전부터 ‘약고추장’이란 이름을 갖고 있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우리나라 음식 중에 유난히 좋은 음식, 즉 약식동원의 의미를 가질 만한 자격을 갖춘 음식을 일컬을 때 약(藥)자를 넣어주는데, 약식·약과·약주(술이라도 그 격을 올릴 만하다 하여 붙였지 않았을까)들이 그것이고, 볶은 고추장 또한 약고추장이라 하니 그 맛과 영양과 정성이 약(藥)을 붙일 만한 품격을 갖춘 음식이다.
고기가 ‘나 여기 있소.’하고 격 없이 두드러져서도 안 되고, 기름이 겉돌아서도 안 되고, 설탕이 굳어 딱딱해서도 안 되며, 배 즙이 배어 나와도 안 되게 적당한 질감과 색감이 살아 있도록 공(功)을 들이고 정성을 다해 만드는 음식이니 하루 종일 볶아 만든 고추장 품평은 할머니께서 수저 바닥에 쓱 묻히셔서 입에 넣어 보시고 ‘됐다’ 해야 마무리가 되는 귀한 격을 가진 음식이다.
세계 속의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한국의 비빔밥도 이 약고추장의 맛을 안고 한층 더 격상하고 있으니 그 맛은 영원한 한국의 맛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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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