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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090511호

코레일 無人驛 명예역장 31명 선발에 170여 명 몰려


시골 무인역(無人驛)의 명예역장 31명을 모집하는 공고에 전국에서 지원자 1백70여 명이 몰려들었다. 1백명만 지원해도 ‘대박’이라고 생각했던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측은 목표를 훌쩍 뛰어넘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줄 몰랐다”며 놀라워했다.

무인역장은 월급 한 푼 없는 무보수 명예직. 그러나 역장 한번 해보는 것이 꿈인 60대 퇴직 철도원부터 기차가 좋아 코레일에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는 회사원, 장래 희망이 기관사인 초등학생 등 연령과 직업을 불문하고 각자의 사연과 소망을 가진 사람들이 원서를 내면서 경쟁은 치열해졌다.

코레일은 4월 23일부터 5월 7일까지 일반인을 대상으로 전국 31개 무인역의 명예역장을 공모했다. 역장도, 역무원도 없는 전국 1백66개 무인역 가운데 문화재로 등록된 3개 무인역(정차하지 않음)과 열차가 정차하는 28개 무인역 등 31개 역을 우선적으로 선별했다고 한다.

33년간 철도 역무원으로 일하다 8년 전에 퇴직한 채해석(65·전북 익산시) 씨는 평생의 ‘꿈’을 이루기 위해 지원했다고 한다. 그는 “철도 덕분에 가정을 이루고 아이들을 키웠기 때문에 철도는 내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채 씨에게는 한 가지 미련이 있었다. 그는 “한평생 철도에 몸담았지만 역장을 못 해봤다”며 “명예역장이라도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최연소 지원자인 이청록(12·대구 관문초교 6년) 군은 “기차 타는 것을 좋아해 엄마를 졸라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열차를 탄다”며 “기차 모형을 만드는 것이 취미고, 장래 희망은 기관사가 되는 것”이라고 지원 동기를 밝혔다.



경기 신망리역에 지원한 김종우(27·회사원·경기 동두천시) 씨는 코레일 ‘재수생’이라고 소개했다. 김 씨는 “코레일에 입사원서를 냈지만 떨어졌다”면서 “그 아쉬움 때문에 명예역장에 지원했다”고 했다.

경남 진주시 이반성면 평촌리 ‘이장님’도 원서를 냈다. 심노석(74) 이장은 “어렸을 적 평촌역 공사할 때부터 70년 넘게 역을 지켜봐서 애정이 많이 간다”며 “매일같이 찾아가 성심껏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보성군 명봉역에 지원한 김문희(22·여) 씨는 “내가 역장이 되면 역 앞마당을 노란 들꽃이 가득한 꽃밭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현재 전국의 역장은 3백30여 명. 코레일 역운영팀 김기로(38) 차장은 “보통 코레일에 공채로 입사해 최소한 15~20년 정도 지나야 역장이 될 수 있다”며 “전체 직원 1백명 중 1명꼴로 역장이 될 수 있어 선망의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31개 무인역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한 역은 부산의 수영역(15명 지원)과 경기 탄현역(13명 지원)이다. 두 역은 부산 도심과 수도권에서 가까운 역이다.

명예역장은 1차 서류 심사와 2차 면접을 통해 5월 14일 선발된다. 역장에게는 제복과 신분증, 명함이 지급된다. 또 역 맞이방(대합실)에 역장의 액자 사진과 프로필이 걸린다. 임기는 1년이지만 최장 3년까지 연임이 가능하다. 역장은 주기적으로 역에 들러 역사 주변 환경 정리와 시설물 관리, 손님 안내 등의 임무를 맡게 된다.

코레일 조형익(48) 역운영팀장은 “앞으로 검토를 거쳐 나머지 무인역에 대해서도 점차적으로 명예역장제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박순찬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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