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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땀을 삐질삐질 흘릴 것을 뻔히 알면서도 안 먹고 지나면 여름을 제대로 보낸 것 같지 않은 음식이 바로 ‘민어감정’이다. 민어감정은 찌는 듯한 더위가 계속되면 어김없이 입맛을 기억해 내는 음식으로도 통한다.

민어는 동의보감에 회어라 하는 어류로 남해에서 많이 난다고 적혀 있다. 또 여름에 가장 맛이 있다. 조기무리와 같은 민어과에 속한 난류성 물고기로 살은 백색이고 탄력이 있으며 맛은 단맛이 난다. 민어는 특히 소화 흡수가 잘되기 때문에 여름철 땀이 많이 나고 기운이 없고 쉽게 피곤하기 쉬우며 위장 기능이 약한 경우에 효과적이다. 예로부터 서울 장안의 양반들은 복달임 음식으로 민어감정을 찾고 하층민은 보신탕을 먹었다는 말이 있다. 감정이라 하는 것은 찌개 조리법의 하나로, 고추장과 된장으로 국물을 양념하는 특징이 있는데 국물을 아주 잘박하게 넣고 끓인 찌개와 전골의 중간 정도가 되는 음식으로 궁(宮)에서는 고추장찌개를 ‘감정’이라 했다.

민어를 그냥 회로 떠 고추냉이(일명 와사비)장에 찍어 먹고 나머지를 탕으로 끓이는 것은 격이 없다. 민어의 차진 속살을 나붓나붓 베어내 참기름과 소금으로 가볍게 젓가락으로 버무린 후 초고추장에 살짝 찍어 먹어야 민어의 차진 육질과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민어감정은 속뜨물을 끓이다가 토장과 고추장을 어우러지게 풀고 펄펄 끓어오르면 아가미, 꼬리, 머리, 등성마루 등을 넣어 끓인다. 두툼하게 썰어 넉넉히 넣은 호박, 큼직하게 썬 풋고추와 파·마늘·깻잎에다 쇠고기를 넣는 호사까지 갖추어 푹 끓여낸 민어감정은 그 맛의 품격이 가히 탕 중의 탕이라 할 만하다.

민어감정의 맛은 어떤 민어로 끓이느냐에 달렸는데 살아서 아가미가 벌렁거리면서도 가능한 한 10kg이 넘는(어른 팔 길이만 한) 대물일수록 맛이 있다. 이렇게 커야만 고기의 각 부위별로 제맛과 질감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것도 민어의 매력 중 하나이다.

민어는 생선회는 말할 것도 없고, 어란을 만드는 알, 쫄깃쫄깃 고소한 부레(풀), 담백한 뱃살, 다져서 나오는 갈빗살, ‘날껍질에 밥 싸먹다 논 팔았다’는 민어껍질 등 비늘 말고 버릴 것이 없다. 특히 푹 끓인 민어감정에 있는 큰 생선가시는 입에 넣기가 힘들 정도로 크지만 정작 씹으면 푹신하고 부드럽게 씹히면서 가루로 되어, 구수한 맛과 그 느낌은 고수(高手)만이 즐기는 민어감정의 세계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또한 민어가 다른 종류의 생선들과 그 맛이 갈리는 것은 독특한 맛과 끈적이는 질감이 있는 부레 때문인데 날것으로 회를 먹기도 하지만 탕에 비죽이 숨어 있는 부레는 ‘민어가 천 냥이면 부레가 구백 냥’이란 말의 값을 하는 귀한 맛이 있는 부위이다.

살아서 민어 복달임을 못하면 제사상에서라도 맛을 봐야 한다는 민어감정.
올 여름을 보내며 민어감정을 알고 복달임으로 먹는다는 것, 그런 식문화의 공감대를 서로 나눈다는 즐거움이 우리 한국의 음식이 갖는 멋이요 맛 중의 하나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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