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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찬바람 불며 낮자락이 짧아지고 어깨가 으스스하면 우리네 몸시계는 벌써 겨울나기를 생각하는지 계절에 맞는 음식을 찾게 된다.
가을은 우리 몸에 영양분을 채워 매서운 겨울 추위에 대비하는 계절로 가을 산천은 이맘때 딱 맞는 맞춤 먹을거리를 내놓는다. 집집마다 김장 이야기가 오고가는가 싶더니 여기저기  찬 기운에 혹여 얼까 짚을 덮고 천을 씌어 주인을 기다리는 배추 더미들이 보인다.

옛날엔 칠팔십 포기 배추를 가르고 소금을 뿌리는 일은 예사여서 손은 얼고 곱다 못해 감각이 없어지기까지 했다. 마당 가득 배추와 무를 펼쳐놓고 절이고, 채 썰고 파·마늘·생강은 썰고 다지고…
온 동네 집집마다 마음이 바쁜 김장이 있는 계절. 김장을 서두르는 가을이면 어김없이 생각나는 음식이 있으니 이 계절의 깊은 맛을 담고 있는 ‘배추 속댓국’이다.

배추 겉대를 한 겹 벗겨내고 나면 그 안에 바로 하얀 속대가 드러난다. 싱싱하고 살점이 많아 한눈에 봐도 시원하고 물 많게 생긴 배추 속대를 따서 바구니에 모아 두었다가 가을의 별미 ‘배추 속댓국’을 끓인다.

찬물에 소뼈를 넣어 푹 우리고 쌀뜨물을 넣고 국물을 만든 후 된장과 고추장을 약간 걸러 풀어 넣는다. 한창 토장이 끓을 때 준비해 둔 곱창과 고기를 넣어 한소끔 끓인 후 곱창이 익으면 건져내고 그 국물에 배추 속대를 칼로 어슷어슷 빗겨가며 쓱쓱 썰어 넣는다. 배추가 푹 물러 익으면 선지를 툭툭 썰어 넣고 다시 한소끔 푹 끓여내면 노란 배추 속대가 물렁하고 연하면서도 입 안 가득 포만감을 주는 구수한 배춧국이 된다.

배춧국을 끓일 때 나는 구수한 향내는 토장과 어우러져 나는 냄새로 배추의 시스틴이라는 아미노산이 내는 향인데 영양적으로 우수한 성분이다. 배추에는 비타민 C와 칼슘이 풍부하다. 배추에 들어 있는 비타민류는 국으로 끓여도 다른 것에 비해 영양소가 파괴되지 않는다.

이 같이 배추를 이용한 탕은 이웃 나라인 중국에서도 모든 음식의 기본적으로 여기는데, 육류나 해산물 특히 조개류와 함께 요리한 배추 요리는 영양적으로 산성식품을 중화할 뿐 아니라 식욕 증진에 효과가 있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아침부터 시작한 김장은 어느새 점심이 되도록 계속되고, 주인장은 이 독, 저 독을 오가며 김장독 갈무리에 바쁘면서도 김장 품앗이 아주머니들의 점심상 차림에 펄펄 끓는 배춧국 솥뚜껑을 여닫기에 바쁘다.

구수한 냄새에 춥고 힘든 김장꾼들은 더 허기를 느끼고 누구라 할 것이 “밥 먹고 합시다!” 를 외채대곤, 모두 밥상에 자리를 잡는다. 큰 대접에 넘칠 듯이 푼 국과 검은 서리태 콩밥 한 공기, 그리고 배추 속쌈에 고등어조림 한 냄비만 놔도 ‘아이구야!’ 하는 소리가 절로 나오면서 뱃속까지 뜨끈한 배추 속댓국 한 대접이 뚝딱 비워진다.  그저 배추를 토장에 풀어 끓였을 뿐인데 국 한 대접에 점심 뒤 김장은 신바람 속에 거뜬히 끝나고 “내년에도 그 국 먹으려면 또 김장 품앗이해야겠다”는 아주머니들 소리가 귀에 쟁쟁한 것을 보면 올해도 배추 속댓국이 김장을 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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