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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SET_IMAGE]2,original,left[/SET_IMAGE]10월 상달(上月)엔 노비도 배부르다 하였으니…. 민가에서는 시월 오일(午日)을 속칭 ‘말날’이라 하며, 이날에 붉은 팥 시루떡을 쪄서 말 외양간에 놓고 신에게 축원하여 그 말의 건강을 빈다. 그 중 무오일(戊午日)은 특히 좋아 각 가정은 안택(安宅)을 위해 붉은 시루떡을 장만하여 고사(告祀)를 드린다.

정갈한 시루에 물 적신 베보를 깔고 반듯이 편 후 팥고물을 한 켜 깔고 무와 섞은 쌀가루를 두툼히 한 켜, 다시 팥고물 한 켜, 다시 쌀가루 한 켜, 이렇게 시루에 5~6 켜를 얹은 후, 물이 담긴 솥단지에 중심 잡아 올린 후 밀가루 시루 번을 꼭꼭 눌러 시루를 둘러가며 바른 다음 푹 쪄낸다. 떡이 쪄지면서 시루에서 물이 오르는 김이 보이면 힝~힝~ 아이들은 콧방귀를 뀌면서 연신 집 마당을 빙빙 맴돌이한다.

내려놓은 쪄진 떡에 냉큼 손이 가건만 할머니는 ‘조상님들 자실 음식에 손 타면 안 된다’고 엄히 말씀하시곤 부지런히 방으로, 마루로, 부엌으로, 우물가로 다니시며 ‘그저 집안 내 무탈하고 하는 일마다 다 잘되게 해주십사’ 하시며 갑자생, 을축생, 아들 손자의 이름을 부르며 안녕을 빌었다.
떡을 기다리며 시루에 붙은 시루 번을 뜯어 먹으면서 맡은 무시루떡의 구수함이란….

드디어 고사가 끝나고 할머니가 능숙한 솜씨로 떡을 쓱쓱 썰어 큰 쟁반에 담아주시면 우아~~ 하며 너도 나도 손을 내밀어 떡을 떼어 먹었으니 그야말로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이 금세 사라지고 말았던 그 푹신하고 촉촉하며 부드럽던 무시루떡의 아련함이여!

“체할라 동치미 국물이랑 같이 먹어라.” “씹어가며 먹어라” 어머니, 할머니의 성화를 뒷전으로 한바탕 배를 불리고 나면 그제야 내가 얼마나 많은 떡을 해치웠는지(?)를 보곤 염치없어 동네에 돌릴 떡보자기들을 세 개, 네 개씩 들고 신나서 배달을 하러 간다.

가을 무는 보약이라 하던가?
무에는 비타민  A, B1, B2, C가 많고 칼슘도 많으니 그저 물만 많은 뿌리채소가 아니다. 예부터 무를 많이 먹으면 속병이 없다는 말이 있다. 그 이유는 무 속에 여러 가지 소화 효소가 많기 때문이다. 무에 있는 효소로는 전분 분해 효소인 아밀라제(디아스타제)가 가장 많고 산화 효소, 요소를 분해해서 암모니아를 만드는 효소, 체내에서 생기는 해로운 과산화수소를 물과 산소로 분해하는 카탈라제라는 효소 등 생리적으로 중요한 작용을 하는 효소가 매우 많다.

[SET_IMAGE]3,original,right[/SET_IMAGE]그래서 떡이나 밥을 과식했을 때 무즙을 내 먹으면 소화가 잘될 뿐만 아니라 그러한 식품의 산도를 중화시켜 주기도 한다. 시루떡에 무를 섞는 것은 그러한 점에서 매우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배합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시루떡을 먹으면 웃지 못할 괴로움이 있으니….
떡을 배불리 먹고 난 후 스르륵 나오는 트림과 방귀가 그것이다. 서로 “누구야” 를 외치면서 손사래를 치고 방문을 열고 고약한 냄새를 몰아내며 수선을 떨어야 한다.
무의 매운맛은 유황화합물 때문인데 이것이 휘발되면서 고약한 냄새를 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까? 그깟 냄새 때문에 무시루떡의 그 구수함과 정겨움을 내칠 우리네가 아니지 않은가. 스스로 소화제를 넣어 만든 과학적인 우리의 무시루떡에 대한 그리움이 배어나오는 시월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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