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매달 연금에 여유 생겨 자식들에 떳떳




어느 모로 보나 걱정거리 하나 없는 화목한 가정이다. 그러나 1년 전만 해도 기홍철씨는 불안했다고 한다. 1998년 보험감독원(현 금융감독원)에서 은퇴한 뒤 보험 손해사정사로 일하며 받는 수당(1백50만원)과 국민·개인연금을 포함해 한 달 수입이 2백25만원이었다. 세금 내고, 아파트 관리비 넣고 경조사에 생활비까지 하면 한 달에 59만원 적자였다. 수십 년을 더 살아야 할 텐데 불안하기만 했다고 한다.

“30여 년 근무한 직장을 뒤로 한 지 13년의 세월은 온통 상처뿐이었어요. 퇴직금을 택시회사에 투자했다가 돌려받느라 마음고생한 일, IMF 외환위기 때 불안심리 때문에 집을 헐값에 팔아 손실을자초한 일을 생각하면 어리석기 짝이 없었습니다. 게다가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다 원금이 반토막 나는 것을 참지 못하고 해약해 적지않은 손해도 봤고, 친구의 다단계 판매에 휘말려 돈을 고스란히 날리기도 했습니다.”




기씨는 과거와 같은 투자를 탈피하고 안정된 노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기씨가 택한 방법은 주택연금(일명‘역모기지론’)이었다. 60세 이상이 주택을 담보로 맡기는 대신, 수십년 동안 안정적으로 연금을 타는 방법이다. 2007년 7월 출범한 주택연금은 현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2천9백36건(약4조원)을 기록했다. 기씨는 텔레비전에 ‘진정한 효자-주택연금’이란 광고를 통해 주택연금을 알게 됐다고 한다.

“퇴직 후 다니던 보험손해사정 회사에서 급여를 조정하겠다는 통보를 하더군요. 자식들에게 생활비를 받을 처지도 아니어서 난감했습니다.” 지난해 1월 기씨는 자녀 3명을 불러 ‘가족회의’를 했다.

“너희 어머니를 먼저 떠나 보내고 건강유지와 취미·종교활동을 위해 최소한의 돈이 필요하다. 너희들에게 용돈을 안 받겠다. 대신, 집을 물려받을 생각은 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장남 봉철씨는 “자식들도 마음이 오히려 더 가볍다”면서 “자녀들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고 했다. 그는 한국주택금융공사 서울북부지사 주택연금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수차례 상담을 했다. 기씨는 “초기보증료와 연보증료, 연금 대출이자의 개념을 확실히 알게되면서 주택연금에 대한 미심쩍은 점이 사라졌다”면서 “게다가 생활비로 쓰고 남은 일정금액을 예금보호가 가능한 은행에 적금으로 저축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기씨는 5억1천5백만원(주택금융공사 감정가)짜리 아파트를 담보로 지난해 2월부터 매달 약 1백67만원의 연금을 받고 있다. 기씨는 “친구모임이나 자식들 집에 가더라도 돈을 써야 대접을 받는다”면서 그는 “주택연금을 받으면서 나의 삶뿐만 아니라 자녀들과의 관계가 훨씬 밝아졌다”고 말했다.


주택연금을 받은 뒤 그의 삶은 확 달라졌다. 남는 돈으로 하모니카·색소폰 레슨을 다시 받기 시작했고, 민요·서예교실에도 등록했다. 그는 얼마 전 모임에서 지었다는 ‘버팀목’이란 시를 들려주었다.

“자연의 품으로 돌아가야 할 인생들이여/우물쭈물하다 인생의 황혼길에 접어들었네/직장에서 일하고 남은 보람들 다 어디 가고/ 나와 보니 모든 게 허탈하고 통장도 슬슬 새네/내 삶이 힘들고 궁핍하여/자식에게 줄 것 변변치 못하면/어느덧 천덕꾸러기/뒷방 늙은이같이 된다네/심한 우울증과 외로움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물려줘야 할 집 가지고 있으면 뭐하나/지금 이 순간 내몸 아파 힘들면/효자가 따로 있나/홀로 설 수 있게 하는/그건 나의 버팀목/이 생명 다할 때까지 지켜줄/그대, 고마운 주택연금이여”

기홍철씨는 “1백세에 죽을 때 70세 자녀에게 집을 물려주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차라리 집을 연금화하고 자식에게 손을 벌리지 않는 게 진짜 상속”이라고 말했다.

글·오동룡 기자


부부 명의로 1채, 자녀 명의로 1채를 갖고 있다. 가입할 수 있나
“가입할 수 있다. 1주택자 기준은 부부만이다.”

어떤 주택을 담보로 잡나
“한국감정원과 국민은행 시세를 기준으로 9억원 이하 주택이다. 매매계약서에 있는 가격은 인정하지 않는다. 단독·연립·다세대·노인복지주택도 가능하다. 하지만 상가주택이나 오피스텔은 안 된다.”

주택을 전세나 월세로 내줄 수 있나
“원칙적으로 보증금을 받고 임대할 수 없다. 보증금이 없는 월세로 주택 일부를 임대하는 것은 가능하다.”

담보로 잡은 집을 팔 수 있나
“가능하다. 매매하면 새로 산 집을 담보주택으로 변경해 계속 연금을 받을 수 있다.”

연금을 받고 있는데 다주택자가 된다면
“관계없다. 처음 가입할 때만 1주택자이면 된다.”

부부 모두 사망한 후 주택은 꼭 처분해야 하나
“법원 경매나 일반 매매를 통해 처분한 후 연금액을 정산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상속인이 집을 물려받기를 원한다면 대출금(연금수령액)을 갚는 조건으로 물려받을 수 있다.”

문의 한국주택금융공사 컨택센터 www.hf.go.kr ☎1688-8114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