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전국적으로 자전거도로가 많이 늘었다. 부산의 낙동강을 비롯해 4대강 주위에도 자전거길이 많이 생겼다. 반갑기 그지없는 소식이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부산여성자전거회 회원 17명이 낙동강 시작점에서 남해바다로 흘러드는 부산의 마지막 지점까지의 장거리 산악 자전거 라이딩을 나가 있을 정도다.
사실 늘어난 자전거도로에 자전거족(族)들은 고마움을 느낀다.
자전거족들은 “안전하게 자전거를 탈 수만 있다면”하는 바람을 늘 갖고 있다. 자동차 매연과 난폭운전, 곡예운전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시여성자전거회의 회원수는 약 3백명이다. 회원들의 평균 연령은 50대다. 부산시여성자전거회는 신입회원들이 3개월간의 기본교육을 반드시 거쳐야 비로소 회원자격을 갖출 수 있게 한다.
기본교육을 강조하는 것은 그만큼 도로 위에 위험요소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자전거도로가 없는 곳에서는 차도로 다녀야 한다. 사람들이 걸어다니는 보도 속에 있는 자전거도로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심지어 벤치와 가로수, 전봇대와 가로등, 육교가 자전거도로를 야금야금 먹어 들어가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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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신설된 자전거도로도 문제점이 적지 않다. 요즘 자전거도로는 차도 한쪽에 왕복 쌍방향으로 신설되는 경우가 많다. 대개 차도와 보도 사이에 끼여 있는데 보도 쪽은 높은 도로턱이, 차로 쪽으로는 펜스가 가로막는다. 만약 주행방향 위에 오토바이나 리어카 등 적치물이 있으면 중앙선을 넘어 역방향으로 주행해야 한다. 이 경우 사고가 속출한다.
자전거도로 곳곳에 불법주차하는 차량도 문제다. 자동차가 자전거도로를 가로막은 채 주정차돼 있으면 자전거를 보도로 끌어올린 다음 끌고 가야 한다. 아니면 도로 차선을 벗어나 주행해야 하는데 자전거를 타다 보면 끄는 것보다는 타는 것에 길들어 자신도
모르게 차선을 벗어난다. 이때 대형사고가 생길 위험성이 크다.
표지판이나 안내판 하나 없이 불현듯 사라지는 자전거도로도 수백수천 곳이다. 차도에서 갑자기 좁아지는 자전거도로는 아주 위험하다. 신호등이 없는 자전거 횡단도로도 마찬가지다. 도로 설계자나 관리자 본인들이 직접 자전거를 타고 다닌다는 생각으로
운전자의 안전을 조금만 더 배려해 설계하고 관리해야 한다.
자동차 교통표지판과 달리 자전거도로 표지판의 통일성도 부족하다. 다소 개선되긴 했지만 지자체별로 제각각인 자전거도로 표지판이 비일비재하다. 이뿐만 아니다. 지자체마다 중구난방인 자전거도로의 색깔 표시도 문제다. 보통 도로 위에 빨간색을 칠해서 차도와 자전거도로를 구분 짓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떤 곳은 녹색도로가 자전거도로라고 표시되어 있다. 부산만 해도 자전거도로의 색깔이 각기 다른 곳이 많다. 자전거를 타다보면 ‘어 색깔이 다르네’ 하곤 짐짓 놀라서 재빨리 비키는 경우도 있다. 습관이란 무섭다. 이는 마치 우리나라 도로에 적응돼 있던 자전거 운전자들이 일본에 가서 자전거를 타는 것과 비슷하다.
너무 높은 도로 경계턱도 문제다. 요즘은 강변과 하천을 따라낸 자전거도로가 많다. 이 경우 자전거도로와 보도를 구분 짓기 위해 경계턱을 높이게 된다. 주행을 하다 보면 앞에서 마주 달리는 자전거나 갑자기 뛰어드는 사람을 피하기 위해 도로 위 경계턱을 스치는 순간이 있다. 이 경우 ‘콰당’하고 넘어진 경험을 해본 사람은 문제점을 알 것이다.
지금도 높은 경계턱에 걸려 넘어져 입원 중인 자전거 운전자가 한두 명이 아니다. 자전거도로 곳곳에는 사고표시 스프레이가 뿌려져 있다. 특히 여성 자전거 운전자들이 사고를 당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에게 무엇이라 설명할 수 있을까. 단순히 “자전거 조심해서 타라”고만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보다 세심한 설계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자전거를 이동시킬 교통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지적하고 싶다. 부산의 경우 공휴일에만 지하철 3호선에 자전거를 싣게 돼 있다. 고령의 자전거 운전자들은 자전거를 휴대한 채 멀리 이동할 때 불편함을 많이 호소한다. 출퇴근 시간대는 어렵더라도 시간을 정해서 지하철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처럼 도로가 넓은 곳이 없다고 한다. 자동차가 속도 내고 달리기에 우리나라처럼 좋은 곳도 없다. 하지만 도로의 기능면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라고 그 누구도 자신할 수 없을 것이다.
진정한 도로라는 것은 자동차뿐만 아니라 보행자와 자전거, 자동차가 한데 어우러져 각자의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때 진정한 도로라 할 수 있다.
자전거 안장에 앉아서 페달을 밟는 것만으로도 자존감이 생기고, 더 넓게는 지구를 살리는 일에 동참한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자전거 안장과 바퀴살에 묻은 먼지를 털고 페달 밟기를 권할 수 있는 사회가 돼야 한다. 물론 바꿔가는 것이 조금은 어렵고 힘들 것이다. 하지만 우리 후손들을 위해 반드시 다듬어야 한다.
정부에서도 ‘자전거는 교육이다’라는 슬로건 아래 국민 건강증진과 교통난 해소, 쾌적한 환경을 위해 자전거도로를 좀 더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자전거 운전자들의 안전장구 착용은 두말할 것도 없다.
글·강승민 (부산시여성자전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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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