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민간전문가와 정치인, 전·현직 공무원 등 가능한 한 최대한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현재 국회에 공직윤리와 관련한 의원입법 발의안만 14건이 계류돼 있습니다. 이번 전관예우 근절방안은 이 의원입법 발의안을 종합적으로 반영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서필언 행정안전부 기획조정실장은 지난 6월 3일 발표한 ‘공정사회 구현을 위한 전관예우 근절방안’이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종전의 제도를 크게 강화한 것은 틀림이 없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도 공직자윤리에 대한 가장 강력한 제도 중 하나라는 설명이다. 그만큼 전관예우 근절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강하다는 의미였다.
“공무원의 한 사람으로 전관예우라는 부적절한 관행이 있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공직의 경험과 네트워크를 악용하는 일은 사라져야 합니다. 제도를 바꾼다고 단번에다 바뀌지는 않겠지만 제도와 공무원의 의식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면 전관예우라는 폐단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정부의 발표에 대한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제도를 대거 도입한 데다 중장기적인 계획도 후속적으로 마련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공직자들의 퇴직 후 바람직한 사회공헌 방안까지 마련하고 있다는 점에선 공직윤리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도 모색하고 있다는 평가다.
과거에도 전관예우를 근절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번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전관예우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었습니까.
“제도적인 맹점이 큰 이유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종전의 공직윤리제도에서는 퇴직 후 재취업의 제한 규정만 있었습니다. 취업심사제도를 통해 재취업을 해도 되는지 안 되는지 여부만 판단했습니다. 이게 제도상의 맹점이었습니다. 이번 저축은행 사태에서도 이런 맹점이 드러났습니다. 업무 관련성이 없다고 해서 재취업을 승인해 줬는데 나중에 보니 압력이나 청탁 등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입니다. 문제는 이를 막을 방법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제도적인 맹점을 어떻게 보완했습니까.
“취업 후에 청탁과 알선 등 부당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행위제한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크게 3가지 규정을 신설했습니다. 먼저 장·차관과 1급 이상 고위공직자 등 재산공개 의무자는 퇴직 전 1년간 근무한 기관의 업무 중 민간기업의 이해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업무는 퇴직 후 1년간 취급할 수 없도록 했습니다(1+1 업무제한).
또 모든 공직자에 대해서는 퇴직 후 부적절한 청탁과 알선을 금지한다는 규정을 명문화했습니다. 재직 공무원에게도 제한을 두었습니다. 재직 중에 업무관련성이 있는 기업에 개인적으로든 기관 차원이든 취업 청탁과 알선을 금지했습니다.”
그렇다면 종전까지 시행해 온 취업심사제도는 없어지는 건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강화했습니다. 과거에는 공직 기간의 업무가 재취업할 민간기업의 이해와 관련이 있는지를 퇴직 전 3년 동안의 경력으로 판단했는데 이를 5년으로 늘렸습니다. 취업을 하기 위해 퇴직 전 3년 동안의 경력을 관리하는, 이른바 ‘경력세탁’ 관행을 줄이기 위한 조치입니다.
취업심사를 받아야 하는 대상도 확대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의 경우 2급 이상에서 4급 이상으로 바꾸었습니다. 이렇게 되면 심사대상이 금감원 전체 직원의 14퍼센트에서 77퍼센트로 확대됩니다. 국방부나 방위사업청의 경우 현재는 감사, 토목, 건축 분야에 한해 실무직 공직자의 재취업 여부를 심사합니다. 앞으로는 군수품관리, 방위력개선 분야의 실무직 공무원도 취업심사를 받도록 할 것입니다.”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란 이유입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입니까.
“처벌 규정이 없다는 비판은 사실과 다릅니다. 정부가 발표한 방안에는 제도 위반에 대한 벌칙사항을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실효성 확보를 위해 일정한 벌칙조항을 규정할 계획입니다.
처벌 외에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장·차관과 1급 이상 퇴직 공무원에게 적용되는 ‘1+1 업무제한’ 규정의 경우에는 퇴직 후에 1년 동안의 업무활동 내역을 공직자윤리위원회에 보고하도록 했습니다. 혹시라도 퇴직 1년 전 업무와 관련된 행위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서입니다.
로펌에 취업한 공직자의 경우엔 변호사법에서 전관예우를 차단하기 위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개정법에 따르면 로펌에 취업한 퇴직공직자는 1년 동안의 업무내역서를 해당 로펌에서 관할 지방변호사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업무내역서는 우려와 달리 성실하게 작성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드러나면 기업의 이미지가 실추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근절방안은 종전의 취업심사제도를 강화한 데다 기존에 없던 행위제한제도까지 더해져 퇴직자들의 재취업을 유례없이 강하게 규제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른 공직사회의 저항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로펌이나 회계법인에 재취업하는 공직자는 경제부처 등의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이런 분들은 다소 불만을 가질 것이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대다수 공직자들은 오히려 당당하고 떳떳하게 재취업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입니다.”
당당하게 재취업하는 계기가 된다는 말씀은 어떤 의미인지요.
“퇴직 공직자들의 재취업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은 그렇게 곱지 않습니다. 일부의 부적절한 행위 탓에 공직사회 전체에 대한 신뢰가 훼손되는 측면이 있습니다. 반면 근절방안이 시행되면 이런 시선에서 자유로워지리라 기대합니다. 분명한 것은 이번 근절방안은 결코 재취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업무관련성 등 기준만 충족되면 얼마든지 취업할 수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공정사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전관예우라는 관행은 공정사회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사라져야 합니다. 공직사회도 퇴직 후 취업규정이 강해졌다고 불평하기에 앞서 공정사회를 이루어야 한다는 대의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 방안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 중 하나는 퇴직 공직자의 전문성을 활용한 사회공헌을 유도하겠다는 내용입니다.
“퇴직 후 공직자의 민간활동 패러다임을 바꿔 보자는 취지입니다.
공직 경험과 전문 역량을 활용해 퇴직 후에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겁니다. 중소기업의 경영에 참여할 수도 있겠고 저개발국가에 한국의 경제개발 노하우를 전수할 수도 있을 겁니다. 찾아보니 할 수 있는 영역이 굉장히 많더군요. 정부는 공직자들이 퇴직
후 민간에서도 전문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보직관리 체계와 교육훈련을 개선할 계획입니다. 또 퇴직 후에 돈보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개발할 예정입니다.”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됩니까.
“우선 이번 근절방안을 담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6월 국회에서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입니다. 법이 통과되면 10월경까지 시행령 등 하위법령을 정비하고 연내에 시행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글·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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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