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이 이만저만 아니다. 퇴직 후에 과거의 경력과 영향력에 기대어 각종 이권에 개입하는 ‘전관예우’ 관행 탓이다. 특히 최근의 부산저축은행사태는 전관예우의 뿌리가 생각보다 깊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에 정부는 강도 높은 ‘전관예우
근절방안’을 내놓았다.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우리 사회에서 전관예우 관행을 철저히 추방하겠다는 각오다.
이번 정부가 내놓은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강도가 높다. 해외의 경우 퇴직공직자 취업제한 제도는 대개 취업제한이나 행위제한 중 하나만 운영한다. 취업 전에 심사를 통과하면 행위의 제한을 받지 않거나, 취업엔 제한을 두지 않지만 이후의 활동을 규제하거나 둘 중 하나다. 이에 비해 최근 정부가 마련한 개정안은 취업제한과 행위제한을 모두 운영한다. 취업심사만 하다가 이번에 행위제한 제도를 신설하기로 했다. 심사대상이 되는 공직자와 기업의 폭도 넓혔다.
하지만 퇴직공직자의 부적절한 취업과 행위를 관리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공직자들이 퇴직 후 할 수 있는 일의 문을 열어줘야 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퇴직공직자의 재취업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꿀 계획이다. 정부는 과거의 경력과 인맥에 의한 영향력을 고려한 재취업이 아니라 공무원 개인이 축적한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는 재취업을 확대하기로 했다. ‘전관예우’에서 ‘전문인재활용’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최근 정부는 공직자들이 퇴직 후에 ‘전문인재’로 활약하며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공직자들의 전문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퇴직 후에도 재직시절처럼 돈보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자리를 제공해 아름다운 ‘인생 2막’을 맞이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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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먼저 공직자들이 재직 중에 전문역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직관리 체계와 교육훈련을 개선하는 등 선진 인사관리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현행 Z자형의 순환보직 관리 체계를 I자형 직무 중심의 전문보직 체계로 전환해 나간다. 부처 내의 담당업무를
다수의 전문분야로 구분하고 결원이 생기면 동일한 분야의 근무자로 충원한다.
경력개발 프로그램도 도입한다. 적성에 맞는 직무를 부여해 자기발전 욕구도 충족시키고 대내외적인 경쟁력도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경력관 체계도 도입한다. 연구직처럼 2직급 체계로 운영해 순환보직 없이 장기간 동일 업무에 재직하게 해 고도의 전문성을 배양시킬 예정이다.
교육시스템은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린다. 조직의 목적과 개인의 수요에 맞는 전문교육을 강화한다. 민간위탁기관을 활용해 수요자 중심의 교육을 운영하기로 했다.
민간 부문과 교류도 확대할 계획이다. 먼저 민간인재를 충원한다. 과장급까지 개방형 직위를 지정하고(2013년까지 기관별 정원의 10퍼센트) 민간경력자의 5급 채용(올해 1백명 선발 예정)을 실시한다. 민간 부문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한다. 민간근무휴직제도를 도입해 민간기업의 일하는 방식과 조직문화를 습득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전문성을 강화한다고 퇴직 후 일할 기회가 자동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적당한 일자리가 있어야 한다. 정부는 퇴직공직자들이 전문성을 활용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확대하기로 했다.
방법은 다양하다. 미래세대 육성에 기여하기 위한 대학강의에 참여할 수도 있고 중소기업에 전문적인 컨설팅을 제공하는 등 민간기업 지원도 할 수 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활동할 수도 있다. 개도국에 한국의 경제개발 노하우를 전수하거나 전자정부처럼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우수행정시스템을 알리는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정부와 국책연구기관 등에 정책 자문을 할 수도 있고 사회적 사업을 할 수도 있다.
일자리 지원 시스템도 구축한다. 복지형, 교육형, 시장지원형 등 전문분야별 인재를 관리하는 퇴직자 인재풀을 구축하고 퇴직자를 적시에 활용할 수 있도록 구인정보 데이터베이스도 마련하기로 했다. 재취업 상담과 교육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권역별로 상담센터를 세운다. 2012년 중 연금공단에 9개의 권역별 상담센터가 설치될 예정이다.![]()
신뢰받는 공직문화를 조성하는 데에도 역량을 모을 계획이다. 우선 공직자의 청렴과 윤리교육을 강화한다. 전관예우 근절 등 공직윤리의 실천을 생활화하기 위해서다. 포털도 구축해 윤리제도 교육과 실천 계도를 촉진하기로 했다.
고위공직자에 대한 관리는 더욱 강화한다. 청렴서약을 받아 고위공직자의 솔선수범 분위기를 조성한다. 전 기관에 고위공직자에 대한 청렴도평가를 권고한다. 5월 현재 1백26개 기관, 4천여 명에 대한 청렴도평가가 자율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전관예우를 유발하는 법령과 제도도 손질하기로 했다. 인허가, 면허, 감독 등 제개정 법령에 대한 부패영향평가를 실시해 법령상 부패를 유발하는 요인을 사전에 제거한다. 전관예우 관행이 벌어지기 쉬운 공직유관단체의 사규도 정비할 계획이다.
공직자에 대한 사회인식 개선 작업도 실시한다. 이를 위해 정부기관과 경제5단체의 합동 워크숍을 추진하는 등 퇴직공무원을 ‘전관’이 아니라 ‘인적자본’으로 활용하기 위한 사회분위기를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글·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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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