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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가람길 따라 대한민국 문화가 흐른다




서울에 거주하는 주부 변영숙(45)씨는 전남 담양의 메타세콰이아길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주저없이 꼽는다. 변씨가 이 길을 다녀온 것은 지난여름이었다. 담양의 명물인 대나무숲이 울창한 죽녹원에서 출발해 관방제림 부근에서 담양국수로 점심을 먹고 메타세콰이아길을 걷는 여정이었다.

변씨는 “어머니와 동행했는데 평지인 데다 그늘이 울창해서 어머니도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걸으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며 “TV화면이나 사진으로만 보다가 막상 와 보니 서울에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풍경이 많아서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회사원 임덕규(59)씨는 최근 가족과 함께 경북 예천의 회룡포 부근을 여행했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회룡대에서 내려다본 내성천이 절로 그려진다. 안동 하회마을처럼 포구를 굽이 돌아가는 모습은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내성천을 가로지르는 뿅뿅다리를 건너 맨발로 걸었던 강변의 모래밭도 잊을 수 없는 추억으로 남았다. 바닷가 백사장은 봤지만 강가의 모래밭은 처음인 조카들의 즐거워하는 모습이 특히나 좋았다.

강가의 길이 걷기 여행의 새로운 요람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길(가람길)은 걷기 여행에 더없이 좋은 요소들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길을 따라 풍부한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문화와 문명이 강을 따라 번성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라. 강은 선사시대 이래로 한반도의 역사와 문화가 춤췄던 공간이다. 강을 따라 마을이 들어서고 문물이 오갔으며 문화가 꽃피웠다. 그러니 가람길을 걷는 것은 단순한 도보가 아니라 수많은 조상이 만든 이야기를 따라가는 시간 여행이라고 할수 있다.




사색하기에도 좋다. 프랑스의 걷기 영웅 베르나르 올리비에는 이렇게 말했다. ‘걷는다는 것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다지는 일이지만 그 이상으로 자신이 나아갈 길을 꿈꾸는 일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가람길은 걷기 여행의 적지라고 할 수 있다. 강은 흐른다. 인생도 흐른다. 흐르는 강은 삶의 영감을 실어 나른다. 수많은 문인이 강에 와 인생을 노래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가람길의 가치가 발견되고 주목받고 있는 것은 상당부분 걷기 열풍 덕이다. 걷기 여행은 이미 우리 여행문화의 한 축으로 자리 잡았고 새로운 길이 꾸준히 발굴되고 있다. 정부도 ‘걷는 길’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가람길을 비롯해 이야기가 흐르고 문화의 향기에 취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문화생태 탐방로’를 꾸준히 찾아내 정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4대강 주변을 중심으로 많은 길이 다시 열려 탐방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09년부터 ‘지역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역사 자원을 특성 있는 스토리로 엮어 국내외 탐방객들이 느끼고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도보 중심의 길’을 목표로 다양한 ‘문화생태탐방로’를 열어 가고 있다. 이를 통해 녹생성장에 부응하는 친환경 관광자원을 확충하고 국내 관광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한다는 구상이다.

길의 유형은 다양하다. 옛길이나 순례길처럼 역사문화가 강조되는 길, 소설을 비롯한 문학과 예술의 배경이 된 예술문화형 길, 마을과 농로 등 우리네 삶이 끈끈하게 녹아 있는 생활문화형 길이 대표적이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가람길도 길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동강길이나 비내길처럼 한강 상류에 있는 길은 자연과 생태가 숨쉬는 길이다. 낙동강변의 하회~병산 선비길이나 안동유교문화길에서는 전통 유교 문화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경상남도 하동의 박경리토지길은 우리 문학의 금자탑인 <토지>의 주무대를 둘러보는 길이다.

국가가 탐방로를 발굴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오히려 우리는 조금 늦게 출발한 편에 속한다. 미국, 영국, 뉴질랜드, 일본 등은 일찌감치 국가대표급 탐방로를 만들어 관광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한국의길과문화 윤정준 이사는 “효과적이고 체계적인 사업을 위해 범정부적인 국가 탐방로 기본계획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글·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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