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 1월부터 2월 사이에 전국의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1백39만명)의 12.3퍼센트인 17만명이 ‘최근 1년간 학교폭력 피해경험이 있다’고 하였다.
이들 중 47퍼센트가 교내에서 폭력피해를 경험하고 있었고, 7.7퍼센트의 학생들이 인터넷과 휴대전화로 폭력피해를 당하고 있었다. 우리는 학교폭력에 분노하고 있고, 폭력피해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학생들을 보며 가슴 아파하면서 매우 당혹해하고 있다. 정부도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을 서둘러 발표하였다.
힘센 아이들에게는 장난일 수도 있겠지만, 당하는 아이에게는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좌절을 주는 것이 학교폭력이다. 시체놀이, 기절놀이, 노예놀이, 대물림되는 집단 따돌림, 빵 셔틀, 외모 비난하기, 금품 상납 등 그 유형도 다양하다. 부모에게도 선생님에게도 쉽게 발각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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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은 피해자들에 많은 어려움을 준다. 특히 아동·사춘기에 겪는 폭력피해는 성인들이 겪는 폭력피해보다 더욱 심각하다. 청소년기의 아이들은 자신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그것을 통해 ‘괜찮은 아이’로 평가받기를 원한다. 이 과정에 아이들은 자신을 이해하는 틀, 즉 ‘자아개념’을 형성하고 ‘자아상’을 만들어간다.
‘괜찮은 아이’라는 평가를 받으면서 형성된 긍정적 자아개념과 이상적 자아상은 이들에게 꿈과 용기를 주고, 크고 작은 좌절과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준다. 그러나 괜찮은 아이라는 평가를 받지 못하면서 형성된 부정적 자아개념과 부정적 자아상은 이들에게 좌절과 낙담, 분노 등을 제공한다.
이토록 중요한 자아개념과 자아상 형성과정에는 또래들의 영향이 가장 크다. 그런데 이 시기에 또래들로부터 거절당하고, 폭력피해를 경험한다면 그 결과는 심각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학교폭력을 근절하기 위해 복수담임제 도입, 경찰청의 117전화를 통한 신고·조사체계 개선, 학교에 전문상담교사 배치 등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정부 대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시행될 수만 있다면 학교폭력 근절에 획기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직 정책 효과가 나오는 조짐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정부 대책이 실질적인 효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다음의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
첫째, 실적 위주의 정책 나열이 아닌 진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되고 실행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폭력을 근절시켜나가는데 많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방법 중에 일선 학교에서 실천 가능하고 성공적인 결과를 담보해주는 몇 가지의 대안들만이라도
제대로 실행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부족한 예산으로 필요한 모든 것을 다 하려다 보면 대책들이 부실하게 실행되면서 기대하는 효과를 얻어낼 수 없다.
실제로 이번 대책에서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하겠다고 하였지만, 예산이나 제도 문제로 일선학교에서는 적은 보수로 채용할 수 있는 촉탁직 상담교사를 채용하고 있다. 현재 학교는 촉탁상담교사의 상담능력보다는 이들을 채용하는 데 급급해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학교폭력에 전문상담이 필요하다면(정말 그렇게 생각했다면) 상담 전문성을 갖춘 교사를 확보해야 한다.
둘째, 학교 선생님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특히 교장선생님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고, 모든 선생님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학교폭력으로 온 세상이 떠들썩해도 정작 선생님들은 조용한 것만 같다. 정부가 발표한 정책적 대안에 관심조차 없는 분들도 많아 보인다.
‘늘 그래 왔듯이 시간 지나면 조용해질 것인데, 내가 그런다고 달라질 것도 아닌데, 교사들의 손발을 다 묶어놓고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학교폭력 때문에 처리해야 할 공문만 늘어나 바빠지기만 하고….’ 일선학교의 선생님들이 호소하는 고통이다.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지만 학교에서 학생들을 안전하게 지도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겠는가?
어느 교장선생님은 선생님들과 순번을 정해 쉬는 시간마다 복도순찰을 했다. 많은 선생님이 복도를 순찰하고, 아이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하자 학교에서 폭력 사건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또 부장 선생님들이 복수담임이 되셔서, 지도하기 어렵거나 위기상태에 있는 몇 명의 학생을 자주 만나자 금방 학급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선생님들이 학생들의 폭력을 없애기 위해 진실로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다면 정부정책보다 더 좋은 대안들이 만들어질 수 있다. 내 제자들을 위해 선생님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셋째, 우리 부모들도 자녀교육에 좀 더 앞장서야 한다. 자녀교육에 더 신경을 쓰라고 하면 학원을 더 많이 보내는 학부모들이 있다.
부모는 자녀가 사람이 되는 교육, 인성을 다듬어가는 교육을 해야한다.
그런데 요즈음 가정에서 부모와 자녀의 대화가 사라지고 있다. 부모는 부모대로 자식들은 자식들대로 바쁘다. 어쩌다 함께 있어도 향하는 시선이 서로 다르다. 그러다 보니 부모·자녀가 불통이다. 소통이 되어야 교육이 가능하다.
부모는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서 첫번째로 만나는 도덕 선생님이 다. 불통이니 아이들에게 옳고 그름을 가르칠 수 없다. 또한 핵가족으로 출발하는 젊은 부모들은 자녀교육 방식을 배울 기회가 없다. 그러다 보니 부모 역할이 잘못되거나 왜곡되기도 한다. 부모들의 작은 문제는 아이들에게 큰 문제가 되어 돌아온다.
요즈음 부모들은 자녀에 대해 잘 모르면서 키운다. 내 자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어떻게 행동하는 아이인지를 알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을 잃어버린다. 아이들은 점점 더 외롭게 된다.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배우고 가르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글·구본용(한국청소년상담원 원장·강남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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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