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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아이들에게 자기제어 능력을 키워주자




한 달에 한 번씩 어김없이 열리는 회의가 있다. 소년원에 수감되어 있는 아이들의 가퇴원 여부와 보호관찰의 부과 여부를 논의하는 회의다. 이미 잘못을 저지른 아이들이 소년원 문을 나선 후 재적응할 수 있을까 예측해야 하다 보니, 아이들의 가정환경과 재입학 여부에 대해 심층적으로 검토할 수밖에 없다.

회의에 참석하는 소년원 관계자는 물론 검사와 판사, 필자를 포함한 외부 심사위원들 모두가 부모의 마음이 되어 아이들 한명 한명의 재적응 가능성을 타진하게 된다. 그럼에도 보호관찰심사위원회 위원들이 가장 무력감을 느끼는 부분은 바로 가정환경 부분이다. 가정이 이미 손상되고 해체돼 회복할 수 없게 되면 아이는 가정 안에서도 보호받을 수 없다.

5월 한 달 동안에는 누구나 가족의 중요성을 언급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정의 기능은 최근 10여년간 상처를 입을 대로 입었다.

외환위기 이후 경제적으로 타격을 입은 많은 가정이 해체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그 결과 가정의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 아이들이 길거리로 내몰리는 지경이 되었다. 이혼율이 급증한 이후 이어진 가출청소년의 증가와 청소년 폭력의 문제는 이같은 사회적 병폐의 순차적인 진행과정인 것이다.




아이들이 처한 환경이 척박해졌다는 사실은 청소년들의 비행통계로도 알 수 있다. 환경이 열악한 탓에 비행의 경로로 빠져든 청소년 열명 중 네명이 다시금 비행의 굴레로 돌아간다는 통계자료는 ‘어릴 때의 말썽은 누구나의 한때 경험’이라는 고정관념을 철저히 무너뜨린다. 비행청소년 중 15퍼센트 이상이 여학생이라는 통계치는 사회적인 병리가 남자 청소년들보다는 여자 청소년들에게 최근 더욱 부정적인 영향력을 미친다는 사실을 추정케 한다.

가정의 기능이 약화되다 보니 아이들의 문제행동은 여러 측면으로 나타난다. 청소년들의 자살 증가나 인터넷 중독 그리고 주의력 결핍 등이 그것인데 날로 그 양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부모의 훈육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아동기에 습득해야 하는 자기조절 능력을 습득하지 못한 점이 더더욱 이런 문제들을 부추긴다.

최근에 심각한 범죄에 연루돼 검거된 아이들에게서 나타나는 가장 일반적인 현상은 상황에 대한 판단력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도, 죄의식도 갖지 못하는 아이들을 보면, 그저 사이버공간의 조급함에 물든 아이들이 얼마나 생각하는 것 자체를 힘겨워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IT는 인류문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놓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부작용도 크다. 사람들은 스스로 생각해야 하는 문제를 점점 기술문명에 의존하게 되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목격되는 청소년들의 다양한 문제행동은 상당 부분 IT에 대한 의존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족의 보호기능이 실종된 틈을 사이버세상이 침습해 아이들의 정신세계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부모로부터 제대로 된 훈육과 지지가 필요한 욕구를 사이버 공동체가 대신 채운다. 그러다 보니 친모, 친부와 함께 사는 아이들조차 부모와의 대면접촉보다 사이버공간에 할애하는 시간이 많다. 굳이 직접 만나지 않고 이루어지는 현실생활과 거리가 있는 사회화가 현재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청소년들의 인내심 부족 역시 가정의 훈육기능 손상 및 인터넷 중독과 큰 연관이 있다. 실제로 심리학자들과 정신의학자들은 인터넷중독이 심한 아이들일수록 전전두엽의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들을 보고하고 있다.

아이들은 부모의 훈육과정을 통해 자신을 조절하는 능력을 배운다. 자신을 조절하는 능력은 전전두엽이 관장한다. 부모와의 대면접촉 대신 IT기기로 사이버 세상에서 생활하는 것에만 몰입하는 일은 전전두엽뿐만 아니라 중추신경계의 기능적 발달 역시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IT중독이 우리 아이들이 조급하고 깊게 생각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는 매우 큰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이유다.

연달아 이어지는 아이들의 죽음, 그리고 매일같이 언론에 보도되는 아이들의 문제행동을 보면서 ‘밥상머리 교육의 절실함’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오늘날 우리 청소년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예전 우리 부모님이 더운밥을 차려놓고 자식들을 어르고 달래던 그 한마디다. 돌이켜보면 부모님과 시선을 마주칠 때마다 느꼈던, 어려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뿌듯했던 그 느낌이 우리에게는 끼니보다 더 중요한 양식이었다.


오늘도 스마트폰에 빠져 사는 아이들과 한번이라도 더 눈을 마주치고 말을 섞기 위해 노력하는 나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유산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본다.

자신의 먼 미래를 내다보며 현재의 부족함을 견딜 수 있는 능력,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실망시키기 싫어서 당장에 하고 싶은 일도 참아내는 능력, 그것이 바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일이리라.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하고 꼭 필요한 유산이 아닐까.

자신의 욕구를 조절하고 제어하는 능력이야말로 오늘날의 청소년들이 꼭 갖춰야 하는 미덕이다. 이를 배양하도록 하는 데 부모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랄 만큼 중요하다. 결국은 그런 과정을 거쳐 아이들은 자신을 사랑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공동체의 주요한 구성원이 될 것이다.

스마트폰을 멀리하라. 눈을 서로 맞추라.
그리고는 무슨 말이든 들어주고 또 답해주라.
그것이 바로 현재의 청소년들이 마주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이다.

글·이수정 (경기대학교 대학원 범죄심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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