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호(가명)는 시쳇말로 ‘짱’이었습니다. 다른 아이들에게 행패를 부리며, 걸핏하면 공포 분위기를 만들곤 했죠.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함께 요리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지호가 음식 만드는 일에는 관심을 보였거든요. 권사님 한 분이 매주 지호를 집으로 불렀습니다. 그리고 함께 음식을 만들고, 함께 맛보며,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함께 음식을 나눠줬습니다. 그러면서 매번 음식과 사랑, 행복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죠.
그러던 어느 날 평소엔 ‘센 척’하느라 뻣뻣하게만 굴던 지호가 갑자기 눈물을 터뜨렸습니다. ‘부모로부터 외면받았다’면서 자기 얘기를 처음 꺼내더군요.
춘천 효자동에서 ‘이루어가는 교회’라는 개척교회를 이끌고 있는 박태균(49) 목사는 “이후 지호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다”라고 말했다. “가슴속에 자기 얘기를 꼭꼭 숨겨놓고 절대 표현하지 않던 아이가 스스럼없이 자기 얘기를 꺼내면서 힘들어하는 주변 아이들을 돕기 시작한 겁니다. 지호는 이후 검정고시를 치러 전문대학에 입학, 요리를 전공해 현재 요리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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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목사는 “함께 음식을 만들어, 함께 먹으며,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은 곧 사랑”이라며 “가정에서도 이른바 ‘밥상머리 교육’만 제대로 한다면 청소년 폭력은 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 학부모지원과와 서울대학교 학부모정책연구센터가 3월 공동으로 발표한 ‘밥상머리 교육’ 자료에 따르면 식사문화를 통한 가정교육은 다섯 가지의 효과를 갖고 있다.
첫째, 아이들이 똑똑해진다는 것이다. 미국 하버드대 캐서린 스노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만 3세 어린아이가 책을 통해서 배우는 단어는 1백40개지만, 가족 식사를 통해서 배우는 단어는 무려 1천개라고 한다. 교과부와 서울대는 공동연구를 통해 “이같은 어휘 습득교육은 훗날 고등학교의 어휘력에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했다.
‘밥상머리 교육’의 두번째 효과는 ‘아이들이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콜럼비아대 약물오남용예방센터 연구에 의하면, 가족과 식사를 자주 하지 않는 청소년은 가족과 자주 식사를 하는 청소년에 비해 흡연율 4배, 음주율은 2배, 마리화나를 피우는 비율이 2.5배나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번째 효과는 ‘아이들이 예의바른 행동을 한다’는 것. 아이들은 식사를 통해 예절, 공손, 나눔, 배려, 절제를 배운다. 가족 식사는 작은 ‘예절 수업’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족식사는 단지 먹는 것만이 아닌, 함께 준비하고 정리하는 과정을 의미하는 것으로, 아이들은 이를 통해 가족으로서의 유대감과 책임감을 인식하고, 나아가 행복감과 충만감을 누릴 수 있다.
네번째 효과는 아이들이 건강해진다는 것. 균형잡힌 식사를 통해 청정하고 깨끗한 몸을 만드는 것은 물론 비만과 식이장애 등을 예방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가족 모두가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밥상머리 교육의 다섯번째 효과다.![]()
인천청천초등학교 오범세 전 교장은 “자녀는 부모의 의지와 욕구대로, 또는 부모의 만족을 위해 키워지는 것이 아니다”라며 “공부만을 따지는 입시 위주, 학벌 우위의 편향된 교육 환경에서는 학생들이 정서적 학대를 받게 된다”고 했다.
세브란스병원 정신과 남궁기 교수는 “이루지 못할 목표에 책임지게 하고 그것에 대한 결과를 가지고 체벌을 한다면 좌절감, 공격성, 분노감이 생기게 된다”고 했다. “자녀와의 대화시간을 많이 갖고, 아이들의 고민이 무엇인지 함께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김황식 국무총리가 “매주 수요일 저녁만이라도 가족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총리실이 모범을 보이자”고 제안한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평일 오후 6시40분경 퇴근하기 위해 세종로 정부중앙청사를 지나던 김 총리는 그 시간에도 청사 사무실마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는 것을 목격한 뒤 이같은 주문을 했다고 한다.![]()
정부는 매주 수요일을 ‘가족 사랑의 날’로 정하고, 이날은 정시 퇴근해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문화를 조성하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정부가 마련한 ‘학교폭력 근절 대책’에도 가정의 교육적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매주 수요일과 주말을 활용해 가족이 함께 식사와 대화를 나누자는 취지의 ‘밥상머리 교육 범국민 캠페인’이 포함됐다. 중앙정부, 지자체, 공공기관, 민간기업, 교육청, 학교, 시민단체 등은 밥상머리 교육 실천에 보다 많은 사람이 동참할 수 있도록 범부처 차원에서 다양한 협력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지난 5월 3일 이화여고 100주년기념관에서 학부모와의 허심탄회한 대화의 시간인 ‘행복한 학교를 위한 필통(必通)톡’ 토크콘서트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은 “학교폭력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와 학교 차원의
노력과 더불어 가정과 지역사회의 역할, 즉 ‘평생교육 차원에서의 범사회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며 가정과 사회의 교육적 기능을 강조했다.
글·이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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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