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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전라남도 나주시는 과거 호남 문화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고려시대 이후로 ‘목’이 소재했던 행정의 중심지다. ‘천년고도’란 표현이 어색하지 않다. 도시의 내력은 다시 천 년을 거슬러 마한에 이른다. 도시 여기저기 마한의 고분들이 군락을 이루고 있어 고대의 신비를 접할 수 있다. 나주시가 수천 년이나 풍요로울 수 있었던 것은 영산강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륙과 바다를 이어주는 영산강은 호남의 구석구석에 물자를 실어나르고 사람들을 이어줬다. 나주는 이 영산강의 중심도시였다.

하지만 영산강은 최근 몇십 년 동안 중병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상태였다. 1981년 영산강 하굿둑이 생기면서 바다로 가는 길이 막혔다. 상류 곳곳에는 댐이 생겼다. 강은 흐르지 않고 썩어갔다. 물고기도 살지 못하는 5급수까지 전락했다. 비가 많이 내린다 싶으면 어김없이 강변 마을들을 집어삼켰다. 영산강살리기는 이 지역 사람들의 소망이 됐다. 그리고 올 여름, 나주 시민들은 영산강이 살아날 것이란 희망의 근거를 확인했다.




“이 집 천장에 냉장고가 둥둥 떠다닌 적도 있습니다. 큰 비만 왔다하면 넘쳤죠. 올해는 비가 제법 왔는데도 끄떡없었어요. 최소한 지긋지긋한 침수피해에서 해방된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영산강 구진포에서 장어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재석씨는 여름철 홍수 피해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영산강살리기는 의미가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이 깊어져 수량이 풍부해지면 구진포 사람들의 생계를 이어주던 어업도 다시 살아날 것이라고 김씨는 기대했다.

“구진포는 전국 최대의 장어 산지였어요. 그런데 영산강 하굿둑이 생기고 나서는 어획량이 뚝 떨어졌어요. 이 지역 사람들은 어업과 농업을 병행했는데 그 후로는 대부분 어업을 포기했어요. 장비값도 안 나오니까요. 앞으로는 달라질 것 같습니다. 물이 많아지면 어족 자원도 좀 더 풍성해지지 않겠습니까.”

영산강은 원래 배가 다니던 강이었다. 호남의 젖줄이라 불린 것도 배들이 쉼 없이 오가며 문물을 날랐기 때문이다. 영산강살리기사업이 마무리되면 영산강에 다시 배가 다닐 수 있게 된다. 완공을 앞두고 있는 죽산보는 이를 위해 특별하게 설계됐다.

죽산보는 4대 강의 16개 보 가운데 유일하게 배가 다닐 수 있는 통선문이 있다. 평소에는 막아두었다가 배가 오면 여는 구조로 1백톤 정도의 배가 통과할 수 있는 규모다. 나주시는 이곳에 고대의 나주선을 복원한 황포돛배를 관광레저용으로 운항할 예정이다. 이 배는 승촌보에서 죽산보까지 운항한다.


관광산업은 영산강살리기 사업이 나주시에 준 또 다른 기회다. 영산강 주변에는 고대에서 근대까지 역사적 기억을 머금고 있는 공간이 풍부하게 남아 있다. 나주시는 특히 포구를 관광자원화하는 ‘영산강 상품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포구인 영산포엔 ‘식도락 거리’가 조성된다. 나주의 명물인 홍어, 장어, 국밥을 중심으로 한 남도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영산강 하룻둑과 함께 활기를 잃은 영산포 경제를 되살린다는 계획이다.

자전거길, 공원, 전망대 등 수변생태공간도 조성된다. 자전거길은 담양에서 영산강하룻둑으로 이어지는 2백20킬로미터 규모로 영산강을 따라 담양과 나주의 주요 역사 유적지를 돌아볼 수 있다. 승촌보와 죽산보 주변에는 대규모 공원이 조성된다.

글ㆍ변형주 기자


“4대강살리기 사업 가운데 영산강은 가장 성공적인 모델이 될 것입니다.”
임성훈 나주시장은 새로 태어나고 있는 영산강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무엇보다 수질이 좋아졌다. 홍수 걱정도 크게 덜었다. 유량이 풍부해져 강물이 강답게 유유히 흘러가는 모습엔 감회마저 새롭다.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큰 보탬이 될 것으로 임 시장은 기대했다. 특히 관광산업을 일으켜 세우는 견인차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영산강살리기 사업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겠습니까.
“영산강이 건강하게 흐를 때 나주시 경제는 활력이 넘쳤습니다. 영산강이 되살아나면 지역경제에 활기가 돌 것입니다. 나주시는 영산강에 접한 8개 시·군 가운데 문화유산과 연계한 관광사업을 벌일 수 있는 최적의 도시입니다. 수천 년간 번영을 누린 나주의 전통문화가 영산강을 통해 재현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민들의 삶에는 어떤 변화가 생길까요.
“영산강이 건강하게 흐르는 것 자체가 행복을 줍니다. 여기에 레저활동과 문화생활을 위한 미래지향적 친수공간이 보태져 삶의 질이 개선될 것입니다. 경제적인 효과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전거길, 산책로, 수변공원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새로운 소득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나주시는 영산강의 친수시설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시내에 근접한 시설은 시민의 생활공간으로 활용하고 외곽의 시설은 관광산업과 연계해 주민의 삶의 질 개선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할 계획입니다.”

영산강살리기 사업에 대한 지역의 여론은 어떻습니까.
“긍정적입니다. 과거 영산강의 수질이 워낙 나빴기 때문에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는 데엔 공감대가 형성돼 있었습니다. 문제는 앞으로일 것입니다. 먼저 건강한 생태계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것입니다. 이왕에 조성한 시설물들이 방치되지 않고 활발하게 이용될 수 있도록 관광객을 유치해야 합니다. 지방정부의 살림이 넉넉하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해 중앙정부가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지원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나주시에 조성되고 있는 광주전남혁신도시와 영산강 사업을 연계하는 방안도 있습니까.
“기본적인 방향은 ‘역사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입니다. 15개 공공기관이 나주혁신도시로 이전하면 나주의 산업은 농업에서 전력, IT 등으로 변화할 것입니다. 지역경제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도시의 중심도 이동할 것입니다. 이에 따라 기존 도시의 중심인 원도심이 공존화할 우려가 있습니다.

영산강은 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영산포 인근은 뱃길복원의 선창으로서 상업 중심의 경제로, 읍성권은 전통문화를 활용한 역사체험관광지로 육성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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