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일단 사람들 구경하니 좋네. 나야 멀리서 찾아오는 단골들이 헛걸음할까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못 떠나고 이렇게 문이라도 열고 있지만, 벌써 떠난 상인들도 많지. 장사꾼들 말고는 하루 종일 사람 한 명 못 볼 때도 많았어. 젊은이들 덕분에 다시 시장이 시끌시끌해지니 나야 고맙지!”
전주 남부시장 6동 ‘옥상’에서 13년째 보리밥전문점 순자씨밥줘를 운영하고 있는 최순자(72)씨는 최근 남부시장의 분위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최씨는 “시설을 (현대식으로) 고쳐도 사람들로 들끓어야 시장인데, 대형마트들이 생기고 나서는 일부러 이곳까지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죽어 가는 시장’이나 다름 없었다”면서 “활기를 찾아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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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시장에 ‘청년장사꾼’ 바람이 불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전성시 프로젝트 중 하나인 ‘청년장사꾼 프로젝트’를 통해서다. 파리 날리던 야채가게엔 감각적인 카페가 들어서고 창고로 쓰이던 공간은 칵테일바로 변신했다.
핸드메이드소품체험공방, 디자인잡화점, 업사이클링공방 등이 속속 자리한 남부시장 6동 옥상 12개의 점포는 마치 서울의 ‘홍대거리’ ‘인사동 쌈지길’의 축소판 같았다.
카페 나비에선 즉석 피아노 연주곡을 들으며 핸드드립 커피 한잔을, 출출하다 싶으면 뽕잎수제버거로 가 주인이 부안에서 직접 유기농 뽕잎을 길러 만들었다는 고급 뽕잎수제버거를 맛볼 수 있다. 키덜트놀이문화술집에선 보드게임을 즐기며 시원한 맥주 한 잔마시고, 핸드메이드소품체험공방에선 아기자기한 소품 구경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연이은 점포들의 폐업으로 쇠락해 가던 남부시장은 ‘청년장사꾼 프로젝트’를 통해 젊은 장사꾼들의 열정과 아이디어가 보태지면서 문화를 생산하고 파는 공간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앞서 남부시장은 지난해부터 시장 활성화를 위해 ‘청년장사꾼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이 프로젝트는 전통시장과 청년이 만날 수 있는 공간적·문화적 환경 조성을 위한 사업이었다.
남부시장과 ‘청년장사꾼 프로젝트’의 기획 및 진행을 맡은 사회적기업 이음 측은 우선 그 성공 가능성을 짚어 보기 위해 지난해 남부시장 청년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한편 지난해 8월 1일부터 15일까지 남부시장 하늘정원에서 청년 야시장을 개최했다. 여름 휴가철 전주 한옥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밤늦은 시간 즐길거리를 제공하자는 뜻에서 진행한 청년 야시장은 뜻밖에 성공을 거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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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16팀으로 시작했으나 야시장이 열리는 동안 청년들의 자발적 참여로 나중에는 30여개 팀으로 늘었다”는 게 이음 김병수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청년 야시장은 전주시민이나 관광객들에게 한옥마을과 남부시장이 같은 여행자원의 개념으로 인식시키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청년 야시장을 통해 남부시장에 대한 밑그림을 그린 김 대표는 점포의 구체적인 모습을 만들어 보기 위해 지난해 11월 남부시장 6동 옥상에 일종의 모델하우스 개념인 ‘카페 나비’부터 우선 개업해 선보였다.
카페 나비는 단골손님이 생길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고 이에 자신감을 얻어 3월 사업설명회를 통해 ‘청년장사꾼 프로젝트’에 참여할 신청자를 모집했다. 경쟁률은 4대 1, 10개 점포 모집에 40여개 팀이 신청했고 카페 나비 외 최종 11개 팀을 추가로 선정했다.
이렇게 모인 12팀의 청년장사꾼들은 끊임없이 시장을 들락날락 거리며 남부시장에서 자기 색깔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후 창업아이템 다듬기와 창업 교육을 거쳐 6동 옥상에 터전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청년장사꾼 프로젝트’에 참여한 12팀 17명의 청년장사꾼들은 ‘열두간지’라는 이름으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열두간지는 12팀을 의미하기도 하며, 요즘 흔히 쓰는 말로 ‘간지난다’는 뜻이 더해져 ‘12팀의 간지나는 사람들’이라는 재미있는 뜻도 갖고 있다.
이들은 옥상 내 ‘레알뉴타운사무소’도 꾸미고 자신들만의 협동조합도 만들었다. ‘함께 만들어 간다’는 공동체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점포 인테리어 공사도 함께 진행했다. 리사이클링 개념을 도입해 창틀이나 소품, 문짝 등은 버려지는 것들을 재활용해 꾸몄다.
인테리어는 버려지는 가구를 수집해 새 가구를 만들어 내는 사회적기업 문화로놀이짱이 도왔다. 열두간지는 지난 5월 4~5일 정식 개업 파티를 성황리에 마치고 본격적인 영업에 돌입했다.![]()
남부시장 ‘청년장사꾼 프로젝트’는 전주 내에 입소문이 나면서 이미 ‘절반은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타 지역에서 벤치마킹하러 오거나 평일에도 관광객이 찾아오고 있다. 주말에도 사람이 없던 시장에는 일본어 간판까지 등장했다. 시장 방문객들도 차츰 늘고있다. 남부시장상인회 우정아씨는 “ ‘청년장사꾼 프로젝트’가 알려지면서 시장 방문객 뿐 아니라 점포 임대를 문의해 오는 사람도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남부시장 ‘청년장사꾼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는 이음의 김 대표는 “시장을 대형마트처럼 유통구조로 접근할 게 아니라 도시문화의 하나로 생각해 문화적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이번 프로젝트가 1회적이고 전시적인 사업이 아닌 지속가능한 선순환적 경제 만들기의 롤모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상인들 역시 “부디 ‘청년장사꾼 프로젝트’를 통해 남부시장이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입을 모았다.
글과 사진·박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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