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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KTX-산천의 우수성 못 살린 안전 불감




우리나라가 고속철도를 도입하여 운행을 시작한 지도 벌써 7년을 넘어서고 있다. 처음 도입한 KTX는 프랑스의 기술로 제작했지만, 지난해 3월 상업운행에 들어간 KTX-산천은 국산화율을 87퍼센트로 끌어올리고 순수 우리 기술로 설계·제작한 최초의 국산 고속열차이다.

처음 도입한 KTX는 시험기간을 포함하여 거의 10년 동안 운행한 결과 부품 노후화로 인해 최근 잦은 고장과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이제 막 본격적인 운행에 들어간 KTX-산천은 지난 14개월 동안 41건의 고장과 결함이 발생했고, 이로 인해 수시로 운행 차질을 빚고 있어 KTX에 대한 이용객과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켜 왔다.




지난 2월 부산을 출발해 광명역으로 들어가던 KTX-산천이 터널 내에서 탈선하는 사고가 발생해 KTX 안전에 대한 불신이 더욱 깊어졌다. 코레일과 국토해양부는 KTX 안전대책으로 항공기 수준의 안전관리 감독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그 이후에도 각종 고장과 사고가 계속 발생했다.

급기야는 KTX-산천 2호차의 사전검수 시 모터감속기의 고정대에서 균열이 발견돼 코레일은 이 열차의 운행을 전면 중지하고 제작사인 현대로템에 정밀 재점검을 요청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KTX-산천이 최근에 운행을 시작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렇듯 잦은 고장과 결함이 발생하는 것은 설계와 제작 및 시운전에 있어 근본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고속열차의 설계는 선로상태나 운행방식, 그리고 지리·기후 같은 고속열차 운행환경의 차이와 장치나 부품에 들어가는 원자재의 재질과 제조 역량의 차이 등을 모두 감안하는 설계가 되어야 한다.

선진국과 비교할 때 우리 기술로 처음 설계한 경우 아직 부족한 점이 많으며 KTX-산천의 잦은 고장도 여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고 본다.

또 다른 면으로는 조기투입과 시운전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기존 KTX는 이미 검증된 차량인데도 1년6개월의 시험운행 후 국내로 도입하고 다시 1년의 시운전을 거쳐 경부선에 투입했다.

그러나 KTX-산천의 경우는 제작사에서 11개월간 자체 시운전과 6만킬로미터 본선 시운전을 했다고 한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설계·제작한 만큼 기존 KTX보다 더 충분한 시운전과 검증과정을 거쳐 노선에 투입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조기투입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새로 제작한 대부분의 기계·장치들은 운전 초기에 돌발적으로 고장이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며, 이러한 초기고장은 정상적인 운전에 들어가면서 점차 안정화하여 고장률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위험도가 큰 기계·장치를 새로 제작하는 경우에는 충분한 시운전을 거쳐서 초기고장을 안정화한 후 정상운전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KTX-산천의 경우는 이러한 기본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점이 있다고 본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큰 결함이 발견돼, 늦었지만 제작사에 정밀 재점검을 요청하게 되고 운행간격을 줄여 가며 안전점검을 강화하는 조치를 한 것은 그나마도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중대한 결함이 시운전기간 내내 방치되어 오다가 사전검수 시에 발견되었다는 것은 KTX의 안전관리에 큰 문제가 있다고 밖에 볼 수가 없다.

따라서 기존 KTX를 포함하여 고속철도 안전관리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편하는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선로 및 열차의 점검과 정비 작업이 외주로 전환되고, 안전점검 주기가 부품의 고장주기와 상관없이 연장되고 있다. 또 안전점검을 할 시간적 여유도 없는 무리한 열차편성과 성과위주의 정시율 목표 등이 KTX안전을 뒤흔드는 근간이 되고 있다.

부품의 이력관리와 계획된 정비·점검이 진행되는 항공기 수준의 안전관리 감독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물리력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코레일 및 관련 업체의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합심하여 안전한 고속철도를 만들겠다는 의식을 가져야만 가능 할 것이다.


제품을 리콜한다는 것은 세계 시장에서의 경쟁에 상당히 불리함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안전상 문제가 있는 고속열차를 세계 시장에 그냥 내놓고 인정받을 수는 없다. 지금이라도 잦은 고장을 기술적인 노하우를 축적하는 단계라 생각하고 더욱 신뢰도가 높은 고속열차의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KTX-산천은 순수한 우리 기술력으로 기존 KTX보다 시간당 30킬로미터 정도 더 빠른 고속열차를 제작했다는 것과 가변성 열차편성으로 경제성과 효율성을 높인 점, 객차의 모든 좌석을 진행 방향에 맞출 수 있는 구조로 한 것, 그리고 우리나라의 우수한 정보통신(IT) 기술을 이용하여 승객에게 다양한 정보전달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등의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초기고장이 안정화하는 단계로 접어들면 일본의 신칸센이나 유럽의 고속열차에 결코 뒤지지 않는 우수한 고속열차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열차의 운행횟수를 줄이면서까지 리콜과 안전점검을 강화하는 만큼, 정부 당국과 철도전문가 및 안전전문가 모두 머리를 맞대고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고속열차가 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 철도안전에 대한 국민과 대외적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코레일의 철도안전관리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하고 모든 철도구성원의 안전의식 고취와 철도안전 문화를 선진화하기 위한 자체적인 결의라도 있어야 할 것이다.

글·김찬오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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