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베이비붐 세대가 오래 사는 데 따른 리스크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번째 리스크는 경제 불안이다. 은퇴 후에는 안정된 소득원이 없어지므로 생활수준이 예전에 비해 떨어지게 된다. 이런 경제 불안감은 본인이 준비를 철저히 하여 스스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 물론 기초생활보장제, 기초연금, 국민연금 같은 사회보장제도가 있기는 하나, 이는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여유로운 생활과는 거리가 멀다.
조사에 따르면 베이비붐 세대의 평균 보유재산은 2억5천만원 정도로 나타나 있다. 그러나 재산의 80퍼센트가 살고 있는 주택이어서 실제 생활비로 쓸 수 있는 현찰은 별로 없는 상황이다. 65세 이상 노인들의 35퍼센트가 빈곤층에 속해 있는 현실을 고려해 볼 때 베이비붐 세대의 삶도 이런 코스로 흘러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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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세에 은퇴하여 30~40년 가량 노후생활을 한다고 가정하면 4억~5억원(부부 2인·월 생활비 1백50만원 기준)의 자금이 필요하다.
비싼 도시물가를 감안할 때 월 1백50만원으로는 빠듯한 생활이 불가피하겠지만 돈을 이 정도 저축해 놓은 베이비붐 세대도 많지 않을 것이다.
준비가 아직 부족한 사람들은 월급의 30~50퍼센트를 계속 떼어 연금상품에 가입해 두거나 여유자금이 생길 때마다 적립식 펀드에 가입하여 재산을 꾸준히 불려 나가야 한다. 일정한 고정수입을 얻을 수 있는 상가나 오피스텔 투자도 괜찮은 방법이다. 저축액이 별로 없다면 자녀에게 유산을 남겨 줄 생각은 하지 말아야 한다.
‘다 쓰고 죽을 생각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자녀를 대학까지 교육시켰으면 부모로서 할 일은 다 한 것이다.
‘아이가 고생할 것 같다’는 생각에 노후자금을 자녀 결혼자금과 주택구입 지원 등에 털어넣고 나면 빈곤층으로 떨어질 확률이 1백퍼센트에 달한다. 나와 자녀의 생활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나이 들어 고생할 것이다.
두번째 리스크는 건강 불안이다. 나이가 60대 중반을 넘어서면 몸 곳곳이 고장 나게 된다. 또 직장에서 퇴직하여 집에 하루 종일 머물다 보면 생활습관이 불규칙하게 되어 신체적·정신적인 불안감이 커진다. 요즘 갑자기 사망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사망원인의 1위가 암, 2위가 뇌혈관질환, 3위가 심장질환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늙어서 중병(重病)에 걸리면 장기 치료를 받아야 하며, 암과 같은 질환은 치료비가 비싸 노후자금까지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사람이 건강을 잃으면 돈도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40, 50대인 베이비붐 세대는 지금 당장 건강을 세심하게 관리하는 헬스테크를 시작해야 한다.
세번째는 삶의 보람을 잃은 데 따른 불안감이다. 직장은 단순히 월급을 받는 생활수단의 의미뿐만 아니라 인간으로서 존재이유를 확인받는 장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사람들은 은퇴를 두려워하고, 은퇴 후에 극도의 무력감에 빠진다. 그러나 은퇴를 기점으로 하여
우리가 사고(思考)의 관점을 완전히 바꾼다면 새로운 삶의 보람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이 가족, 이웃,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복원하는 것이다. 노년의 행복은 청춘을 보냈던 회사에 더 충성하는 게 아니라 곁에 있는 자녀들과 배우자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것이다. 노후 자금도 변변하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들로부터 외면까지 받으면 인생이 너무 허무해진다. 특히 부부 관계를 돈독히 하여 ‘황혼이혼’ 같은 불행한 일을 겪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이 자원봉사 활동을 통한 나눔의 실천이다.
나의 고향과 나의 이웃, 그리고 우리 동네와 지역사회를 위해 내가 가진 재능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사람들이 오해하는 것은 돈이 있어야 봉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전혀 그렇지 않다. 돈이 없으면 시간을 함께 나누면 된다. 사실 은퇴자들이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게 시간이다.
영어 잘하는 사람들은 영어 가르치는 시간을, 기계 잘 만지는 사람은 기계 고치는 시간을 내어 남을 돕는 것이다. 봉사의 보람은 직장생활에서 얻는 존재감 이상으로 큰 기쁨을 안겨 준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노인의 60~70퍼센트가 자원봉사에 참여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자원봉사 참여율이 10퍼센트에 그치고 있다.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들을 위해 앞으로 선배 세대와는 다른 삶을 살아갈 필요가 있다. 노년의 행복은 나의 마음가짐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베이비붐 세대는 ‘제2의 인생’ 준비에 대해 깊은 성찰(省察)을 해야 할 것이다. 국가와 사회, 기업들도 이들에 대한 배려와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7백12만5천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후 좌절감에 휩싸이거나 사회복지 대상 계층으로 전락하면 엄청난 국가적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정년을 이유로, 또 기업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베이비붐 세대를 무작정 구조조정하기보다 ‘일할 기회’를 다시 주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직장을 잃는 것이 곧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것을 의미하는 우리나라 경제환경하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은퇴준비가 덜된 베이비붐 세대에게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정년연장을 추진하고, 생계비를 지속적으로 벌 수 있는 고령자 일자리를 공급하는 데도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와 공공기관들이 할 일도 많다. 우선 정부는 고령자 직업교육기관이나 창업지원센터를 많이 설립해 베이비붐 세대들이 전직이나 창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 대학들은 부설기관으로 ‘제3기 인생대학’, ‘평생교육원’ 등을 만들어 공부에 관심을 가진 베이비붐 세대가 평생교육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도록 사회환경을 만들어 줄 필요가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집단은퇴는 우리가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새로운 현상이다. 문제를 풀어 가는 데 정부와 사회, 기업, 개인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한다. 장수(長壽)의 축복이 우리들의 준비 부족으로 국가적·사회적 재앙으로 귀결될 경우 한국의 앞날은 매우 어두워질 것이다.
글·송양민 (가천의과학대 보건복지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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