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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퇴직연령 올려 가장 확실한 연금개혁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10월 ‘2010 세계 노령화: 회피할 수 없는 진실’이라는 보고서에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이후 세계에 대해 달갑지 않은 전망을 내놓았다.

전 세계에서 1946~1964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 은퇴하게 될 향후 20년 동안 정부가 지게 될 재정적 부담은 급격히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노령에 대비해 연금을 충분히 적립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로 퇴직연금 펀드의 크기가 더 줄어들어 향후 연금뿐 아니라 의료비와 장기요양비 지출 규모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S&P는 지금의 정책이 유지될 경우 2050년경 벨기에·프랑스·그리스·룩셈부르크·슬로베니아·우크라이나 등 6개국의 노령에 관련된 지출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0퍼센트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했으며 중진국들의 노령 관련 지출규모도 GDP의 27퍼센트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지난해 10월 17일자에서 “이러한 문제를 세금 인상으로 해결하려 든다면 경제성장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기에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시기를 맞은 국가들은 퇴직연령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개혁’을 선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은 실질적으로 55세에 정년퇴직하는 경우가 많지만, 1986년 정년제도가 폐지된 미국에서는 정년제도 자체가 불법이다.

일본은 직장인의 법률상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5월 10일 일본 후생노동성이 고용안정법상 정년을 현행 60세에서 65세로 연장하는 내용으로 한 고령자고용 대책방안을 확정했다고 전했다.

후생노동성은 이르면 2013년부터 새로운 정년제도를 도입하도록 개정안 통과를 추진할 계획이다.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도 정년연장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 1월 스페인 사회주의 정부는 스페인 노동조합연맹과 은퇴정년을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스페인의 은퇴정년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예의 하나였으나 최근 스페인이 금융위기에 처하자 그동안 은퇴정년 연장에 반대해 오던 노조가 결국 합의한 것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격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정년연장을 골자로 하는 연금법 개정을 성사시켰다. 사르코지의 연금법 개정안은 60세인 퇴직연령을 2011년부터 1년에 4개월씩 늘려 2018년까지 62세로 연장하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연금가입기간(40.5년)’ 부족에 따른 감액 없이 연금수급이 가능한 연령도 65세에서 67세로 높였다. 사르코지 정부는 퇴직연금 수령액을 낮추거나,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법 대신 정년연장을 나날이 적자가 심각해지는 연금문제의 해법으로 선택한 것이다.

영국 연립내각도 정년과 연금수령 시기를 2016년까지 66세로 늦추기로 방침을 정했다. 현행은 여성 60세, 남성 65세다. 영국의 경우 정년을 단계적으로 조정해 2024~2026년 68세로 상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재정형편이 상대적으로 나은 독일도 이미 지난 2006년 정년을 2012년부터 2029년까지 단계적으로 65세에서 67세로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베이비붐 세대 스스로 자신의 노후준비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여건 조성도 중요한 정책이다.

미국은 ‘은퇴는 개인의 문제’란 입장. 따라서 노동시장 개입을 자제하는 대신 기업의 퇴직연금제도로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를 준비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일본은 정부의 고령자 노동시장 개입이 활발해 특히 55~64세 중년 및 고령자의 재취업에 주력하고 있다. 일본이 65~69세 인구 중 49.5퍼센트가 취업상태에 있는데도(2007년 일본 고령화사회백서) 고령층 고용대책을 강화하기로 한 것은 고령화가 매우 심각해 젊은층의 부양부담이 커지는 탓이다. 또 일본에서 1945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일제히 퇴직연령에 돌입하면서 일부에서 전문 기술직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지난 1994년부터 60세 정년을 법적으로 의무화한 일본은 65세까지의 고용을 기업들의 ‘노력의무’로 규정하는 고용안정법 개정안을 2000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어 2006년 4월 관련법을 개정해 정년연장이나 계속고용제도 도입을 기업에 의무화하는 규정을 도입했다. 이에 따라 일본 기업들은 ‘정년연장, 계속고용, 정년폐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이러한 정부 지원 덕분에 일본 전체 기업 가운데 근로자가 희망할 경우 65세까지 근무할 수 있는 기업은 2010년 말 현재 46.2퍼센트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00년 ‘리스본 전략’에서 고령화 대책의 청사진을 밝혔다. 2010년까지 55~64세 인구의 취업률을 50퍼센트로 늘린다는 게 핵심이다.

이에 따라 독일은 노사 양측이 1999년 ‘일자리·훈련·경쟁을 위한 동맹’을 맺기로 합의하고 고령 근로자의 고용촉진과 조기퇴직 감축을 추진 중이다. 프랑스는 근로자를 고용할 때 ‘나이 차별’을 금지하는 법안을 2001년 만들었다. 또 50세 이상 실직자를 채용하는 기업에 매달 5백 유로의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영국도 2006년부터 근로자의 나이에 따른 취업제한을 철폐했으며 50세 이상 근로자의 직업훈련과 임금보조금 제도를 연계한 ‘뉴딜 50플러스’란 정책을 시행 중이다. 미국도 ‘연령에 따른 고용차별 제한법’을 두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미래인재연구실의 손유미 연구위원은 ‘베이비붐 세대 일자리창출과 지원’이란 보고서(2010년)에서 “우리보다 앞서 베이비붐 세대의 문제를 고민한 나라들을 보면 일본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의 문제에 대한 정책과 집행과정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속되고 있고, 파트너십을 통해 해법을 찾고 있으며 일자리 아이템이 참으로 다양하다”고 전했다. 또 “미국의 경우 전문성을 가진 베이비부머들을 조직화해 사회적 공헌활동은 물론 노동시장에서의 새로운 직업을 찾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손 위원은 “특히 이들 국가에서 베이비부머들의 ‘니즈(필요)’에 기반한 사업 아이템 도출에 관해 배워야 할 점이 많다”고 분석했다. 그는 베이비부머들의 학습욕구를 찾아내 지역대학들과 연계하고 사회공헌 활동의 욕구를 찾아내 지역의 단체들과 연계하고 있는 점, 다양한 직업들을 발굴하고 베이비부머들만의 공간을 확보하는 아이디어 등은 우리나라 베이비부머들에 대한 지원을 위해 참고 삼아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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