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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천자문 아닌 축적된 삶의 지혜 가르치죠




“인생 전반전은 먹이 사냥꾼으로 살았으니 인생 후반전은 사회에 공헌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영리교육기관 ‘아름다운서당’을 설립한 서재경(64) 대표의 말이다. 대우그룹 부사장 출신인 서 대표는 퇴사 후 재능나눔이라는 제 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베이비붐 이전 세대인 그는 은퇴 당시만 해도 노인문제가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고 한다.

“대우그룹에서 22년간 근무하며 무역, 건설, 전자, 호텔 등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에서 일했습니다. 해외도 많이 다니고 신입사원 면접관 생활도 오래해 회사가 필요로 하는 젊은이의 상을 잘 알죠. 남 못지않게 실패도 많이 했습니다. 이런 경험과 인생 노하우를 제 머릿속에만 묵혀두기가 아깝더라고요.”


서 대표는 자신의 인생 경험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을거라는 생각에 아름다운서당을 열게 됐다. 아름다운서당은 전문직 은퇴자들이 중심이 되어 시니어들의 풍부한 사회 경험과 지식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교육기관이다. 현재 서울 ‘영리더스아카데미’와 제주 ‘HR아카데미’ 두 곳이 운영 중이다.

교육과정은 1년이다. 매주 토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취업을 앞둔 대학생을 대상으로 인문학, 경영학, 기업 실무 등을 무료로 가르친다. 기업이 필요로 하는 실무 맞춤형 교육으로 수료생들의 취업률은 거의 1백퍼센트다. 삼성, LG 등 대기업 취업률도 높다.

지금까지 67명이 수료했으며 재학생을 제외하고 모두 자신의 꿈을 찾아 취업했다.
고려대 심리학과 4학년 김다영(23)씨는 지난해 교육과정을 수료했다. 김씨는 “선생님들이 다들 살아 있는 교과서”라며 “실무수업도 재미있고 인생 이야기를 들으며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데서 배우지 못하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며 “아름다운서당 선생님들은 제 인생의 멘토”라며 신뢰감을 보였다.

강사진은 상당하다. 전·현직 기업체 및 은행 임원, 일간지 편집국장, 성우 등 각 분야의 전문가 20여 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 중 절반은 민간 연구소 ‘희망제작소’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희망제작소는 전문직 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재능나눔을 권장하는 ‘행복설계아카데미’를 운영한다. 서 대표는 “행복설계아카데미에서 강사로도 활동 중”이라며 “수강자 중 괜찮은 사람들을 찜 했다가 우리 강사로 초빙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사비는 전혀 없다.

서 대표는 “일종의 ‘프로 보노(Pro Bono)’ 개념으로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지식을 기부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행사가 있을 때면 강사들에게 기부금을 받는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임원을 지낸 이찬웅(60)씨도 행복설계아카데미를 통해 강사로 초빙됐다. 이씨는 은퇴 후 아름다운서당에서 자신의 근무경력을 살려 2년째 경영학을 가르치고 있다. 한 달에 한 차례 4시간씩 한국경제사, 경영서 토론, 케이스스터디 등을 강의한다. 이씨는 “학생들에게 학문적인 것을 가르치기보다는 실제 현장에서 터득한 노하우를 전해주고 있다”며 “봉사라기보다는 선배와 후배 간의 대화라고 생각한다. 요즘 세대들에게 배우는 것도 많다”고 말했다.

강사 중에는 현직인들도 많다. 베이비붐 세대인 김종민(50)씨는 “아직 한창 일할 시기지만 인생 후반전을 어떻게 살지 미리 고민해봐야겠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한국영화아카데미의 제작 총괄 프로듀서다. 이전에 영화제작사에서 총괄이사로 근무했던 그는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감독, PD, 촬영자를 양성하는 학교 책임자를 맡고 있다.




김씨는 아름다운서당에서 3년 전부터 한국문학, 외국문학, 고전 등 독서토론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영화는 사실 은퇴 개념이 없지만 인생 후반전은 나누며 살고 싶다”며 “아름다운서당에서 대학생들을 가르치며 경제적 이익 외에 다른 것들도 돌아보게 돼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아름다운서당은 올해 2곳이 더 늘어날 예정이다. 경기도장학관이 지원하는 경기아카데미와 수원시가 지원하는 수원아카데미가 운영 준비 중이다. 아름다운서당은 수익이 없기 때문에 장소를 제공받아 운영한다. 현재 영리더스아카데미는 서울 대방동의 ‘남도학숙’에서 장소를 무료로 빌려 쓰고 있다. 남도학숙은 전라남도와 광주시가 출자해 설립한 기숙사로 그 지역 출신 대학생들이 머무는 곳이다. HR아카데미는 제주대학교에서 운영 중이다.

서 대표는 대도시보다 상대적으로 교육 기회가 적은 지방 학생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아름다운서당도 지방부터 시작했다. 서 대표가 전남대학교에 제안해 2005년 전남대학교에서 아름다운서당이 처음 열렸다. 이를 계기로 아름다운서당 2기부터는 전남 지역 학생들이 기숙하는 서울 ‘남도학숙’에서 운영하게 됐다. 아름다운서당이 입소문 나면서 4년 전 제주대학교까지 확장했다.

서 대표는 ‘아름다운서당은 대학생이 있는 곳이라면 전국 어디나 가능한 모델’이라고 말한다. 별도의 사무실을 두지 않고 임차료와 강사비가 전혀 안 드니 운영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전국 어디나 은퇴자들이 있고 서울에서 생활하는 시니어 중에는 시골 출신들도 많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가 후배들을 양성할 수도 있죠. 아름다운서당은 시니어들이 일생 갈고 닦은 노하우를 젊은 세대들에게 전해주는 굉장히 좋은 모델입니다. 큰 돈 들이지 않고 운영할 수 있기 때문에 하겠다는 분이 계시면 제가 프로그램과 노하우를 다 전수하고 적극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글ㆍ이제남 기자

문의ㆍ서재경 대표 jksuh@jksuh.co.kr
참고ㆍ아름다운서당 블로그 blog.daum.net/beautifulsod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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