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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중소기업에 전문인력을 맞춤 중매




2007년의 일이다. 중소기업에 근무하던 S씨에게 청천벽력 같은 통보가 전해졌다.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면서 명예퇴직이 발표됐고 그 명단에 S씨도 포함된 것이다. 입사 후 17년간이나 정열을 쏟았고 나름대로 담당 업무인 해외영업에서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어서 명퇴자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하지 않았다.

S씨는 그래도 자신이 있었다. 나이도 사십대 초반이라 젊었고 자신의 능력이라면 어렵지 않게 전직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전직은 번번이 실패했고 자금부족으로 창업도 여의치 않았으며 가족관계도 험악해졌다.

사면초가의 처지였던 S씨의 눈에 희망이 싹튼 것은 지난해였다.
한국무역협회(이하 무역협회)의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 안내문을 발견했다. 그는 당장 구직을 신청했고 무역협회는 신속하게 구인기업을 물색해 주었다. 연 매출 2천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이었다. 면접을 보았고 합격했다. 지방근무였지만 고마웠다. 얼마 후에는 서울 근무 발령이 났다. 더 고마웠다. 가족과 같이 지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무역협회는 지난해부터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지만 현재는 실직 상태인 40~50대 중견전문인력의 재취업을 촉진하는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사업 첫 해인 지난해에만 2백여 명을 취업시키는 데 성공했다.

김영희 무역협회 중견전문인력 고용지원센터실장은 “45~55세의 중견인력들은 풍부한 경험을 쌓은 고급인력임에도 재취업이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무역협회는 중소기업과 중견 구직자들을 연결시켜 기업의 인재난을 완화하고 구직자들이 ‘인생2모작’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협회는 협회 회원사와 회원을 활용해 취업률을 높이고 있다. 양자에게 사업의 내용을 알리고 구인자와 구직자를 적극적으로 연결해 준다. 김 실장은 “중소기업 입장에서 중견인력은 관리직이어서 신뢰할 수있는 채널을 통해 조심스럽게 채용을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며 “무역협회의 공신력이 중견인력의 재취업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무역협회는 중소기업 출신의 퇴직자, 창업에 실패한 퇴직자, 임금체불로 부득불 회사를 떠난 사람 등 재취업이 어려운 인력에 무게를 두고 있다. 능력이나 학력, 연령 모두 업무 면에서는 문제가 없지만 취업 기회를 쉽사리 잡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무역협회는 이메일, 취업박람회, 광고 등을 통해 사업을 홍보해 구직 신청을 받고 이들의 채용을 원하는 기업에 연결시켜 준다. 필요에 따라 면접 요령을 숙지시키는 방법을 통해 취업률을 높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해외 진출의 기회도 열었다. 유럽부흥개발은행(EBRD)의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할 한국인 컨설턴트 풀(pool)을 공동으로 작성했고 5명이 채용됐다.

김 실장은 “재취업을 원하는 중견인력들은 생활비 마련 등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눈높이가 그리 높지 않다”며 “기업으로선 적은 비용에 고급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견전문인력 재취업 지원사업은 무역협회 외에 전국경제인연합회, 노사발전재단, 중소기업중앙회 등 고용노동부의 ‘중견전문인력고용지원센터’로 지정된 6개 경제단체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백47명 채용에 성공했고 올해는 2천명 이상이 목표다.




근로자들의 은퇴시기를 늦출 수 있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07년 4.4퍼센트였던 도입률이 지난해 11.2퍼센트로 3년 만에 2.5배 이상 증가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 연령 이상에서는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고용기간을 늘리는 제도다. 근로자 입장에선 같은 직장에서 더 오래 일할 수 있고 기업은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 숙련 근로자를 고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포스코는 종전 56세이던 정년연령을 58세로 늘리고 결격사유가 없으면 2년 재고용하는 ‘2+2 제도’를 도입했다. 대신 52세 이후엔 임금 자동 승급을 멈추고 56세 이후엔 연차적으로 임금을 10~40퍼센트 삭감한다.이 제도의 혜택을 받으면 은퇴연령은 국민연금 수령연령인 60세(1952년 이전 출생의 경우)가 돼 은퇴 후 삶이 보다 편안해질 수 있다.

현대중공업은 생산직 기술자를 대상으로 정년 이후 최대 2년간 재고용하는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이 역시 국민연금 개시연령과 이어지는 효과가 있다. 기업 입장에선 숙련인력의 경험과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데다 고용안정으로 근로자들의 근로 몰입도가 높아져 생산성이 향상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제약업계 최초로 정년을 55세에서 57세로 2년 연장했다. 56세 이후 임금이 20퍼센트 줄지만 근로자들의 만족도는 매우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김재훈 유한양행 인사총무팀 부장은 “임금이 줄더라도 근로기간이 길어지는 데다 자녀학자금 지원 등 회사의 직원복지 프로그램 혜택을 받기 때문에 근로자들이 환영하고 있다”며 “정년연장으로 노사화합 분위기가 고조돼 생산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는 올해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 실시하고 있다. 노사가 모두 이익이 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근로자의 임금감소분에 대한 지원액수와 기간을 늘린 것이 골자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에 따르면 임금피크제에 찬성하는 근로자는 58.6퍼센트에 이르러 노사 단체협상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 기업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글·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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