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전쟁이나 극심한 경제침체 이후 출산율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시기에 태어난 세대를 ‘베이비붐 세대’라 한다. 우리나라의 베이비붐 세대는 1955년부터 1963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을 가리킨다. 현재 전체 인구의 14.6퍼센트 정도인 약 7백13만명이 여기에 해당한다. 올해 들어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되면서, 이 거대한 인구집단이 노년기에 진입하면 세수 감소, 재정 악화, 부양부담 증가 등 사회·경제적 문제가 대두되고 사회적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수명 1백세 시대에 진입한 현실에서 베이비붐 세대들도 늘어난 노년기의 삶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고 하는 이야기가 무성하다. 대중매체에서 소개하는 이러한 베이비붐 세대의 모습은 현실에 대한 정확한 진단인가? 베이비붐 세대의 미래는 정말 암울한가? 최근 베이비붐 세대에 대한 전국 규모의 조사·연구 결과에 의하면 베이비붐 세대의 현실과 미래는 그렇게 부정적이지 않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전후 체계적 교육을 받은 첫 세대로, 4분의 3이 고등학교 졸업 이상의 높은 학력의 소유자다. 산업화를 이끈 주역으로서의 자긍심과 성취감을 가진 세대이기도 하다. 중년이 되었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하기에는 이미 늙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고, 긍정적 태도와 발달적 잠재성이 높은 특성을 보인다.
과밀 세대로서 한국사회의 급격한 변화에 끊임없이 적응하고 치열한 경쟁에서 도전하며 살아남은 세대로서 가지는 특성이라고 하겠다. 베이비붐 세대의 일원이기도 한 필자가 이해하고 경험하는 베이비붐 세대의 삶의 모습도 이러한 연구결과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아직도 우리 사회 전반에서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는 ‘현역’이다. IMF 경제위기, 노동시장 환경의 변화 와중에 평생직장으로 생각했던 일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던 경험을 하기도 했지만, 노동시장에서 ‘완전은퇴’하여 손 놓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대부분이 현재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직업만족도 또한 높다.
현재의 노년층이 전혀 준비하지 못한 상태에서 늘어난 노년기를 살아가는 세대라면, 아직 중년에 속하는 베이비붐 세대는 자신들의 노년기에 대해 ‘준비할 시간’을 가지고 있다. 인생 2모작의 필요성을 알고, 준비할 자세가 되어 있으며, 자원을 가지고 있는 세대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베이비붐 세대의 앞날은 충분히 낙관적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노년기 삶의 질에 있어 ‘준비된 베이비붐 세대’와 그렇지 않은 베이비붐 세대 간에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연구들에 따르면 중년기를 어떻게 보내는가 하는 점은 성공적 노화에 가장 중요한 결정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니 베이비붐 세대여, 힘내서 우리의 노년기가 활기차고 의미 있는 노년이 될 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하자.
글
한경혜 서울대 아동가족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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