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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툭하면 연대보증 발목 실패 땐 생계 걱정




‘글로벌 청년 창업’은 20세기말 정보통신 혁명에 이어 21세기 창조경제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다. 왜냐하면 이 새 단어가 하이테크 산업을 주도하고 신성장동력을 만들어 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애플의 스티브 잡스, 넷스케이프의 마크 앤드리슨,야후의 제리 양,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등 20대 청년 창업으로 개인용 컴퓨터에서 인터넷 서비스에 이르는 정보통신 기술과 산업을 주도했다.

특히 최근에는 페이스북, 트위터, 징가, 그루폰 등의 창조기업을 설립한 신세대 청년들이 새로운 IT 열풍을 이끌어 나가고 있다.

한국은 어떤가? 모바일, 소셜 네트워크, 소셜 커머스 등으로 대변되는 ‘IT 신(新)물결’에서 소외되고 있는 형편이다. 청년들이 모험을 꺼리고 창업의 열기가 식었다는 걱정이 많다. 어떻게 된 일인가?




먼저 정부의 창업지원 정책을 보자. 올해 창업지원을 위해 중소기업청에서만 1조4천억원의 예산을 투여하고 있다. 월 1백만원짜리 청년 월급쟁이를 10만명 만들 수 있는 큰 금액이다. 그런데 그러한 막대한 예산을 투여하고도 창업 열기를 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확실히 작은 문제가 아니다.

창업의 본질을 들여다보면 두 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수 있다. 첫째는 위험을 무릅쓰고 기회를 추구하는 것이다. 둘째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요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서는 백약이 무효다. 정부의 예산이 대부분 자금, 공간, 경영지도 등에 투여되고 있지만 이러한 지원책은 창업의 본질과 동떨어져 있기 쉽다.

국제기업가정신 분석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초기 창업활동 지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창업 행태가 건전하다고 할 수 없다. 우리의 창업 행태는 ‘하고자 하는’ 의지는 매우 강하지만 비즈니스 성공의 기회에 대해서는 회의적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가 두렵지 않다는 것으로 요약·분석할 수 있다. 한마디로 ‘용감하지만 맹목적(brave and blind)’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마치 우리들이 스키를 배우는 자세와 비슷하다.
속도를 멈추는 기초 훈련만 마치고는 곧바로 리프트를 타고 산 정상으로 올라가 위험을 감수하며 미끄러 내려오면서 배운다. 그 용맹함을 자랑삼아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스키타기를 전수한다.

문제는 점점 스마트해지고 있는 청년 세대들이 이러한 위험천만한 스키타기를 꺼린다는 것이다. 그들이 겁쟁이라서가 아니다. 연대보증제도와 같이 실패 시 감내해야 하는 위험이 크고, 시장에서 충분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창업자는 고용자와 달리 사회보장 혜택을 받을 수도 없다. 위기에 처해도 극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없으며, 사업 실패 시 최저 생계보장도 없다. 이런 이유로 청년층의 창업 비중은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근처의 한 스키장은 전체가 5단계로 설계되어 있다. 첫 단계는 누구나 올라가 넘어져도 다치지 않을 정도의 슬로프로 시작한다. 본인이 원하면 저렴한 비용으로 강습을 받을 수 있다. 리프트를 타고 다음 단계로 올라가면 스키강사가 곧바로 다가와 강습을 권유한다.

이렇게 숙달이 되면 또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각 코스를 이어 놓은 아주 완만한 슬로프가 별도로 있어 어느 단계에서나 안전하게 스키를 타고 내려올 수 있다. 위험관리가 이쯤은 되어야 누구에게나 스키타기에 도전하라고 권유할 수 있을 것이다.

위험과 기회는 원래 한몸이라고 한다. 위험을 최소화하고 기회를 최대화하는 창조적인 정책이 아쉽다. 많은 예산을 들여 창업 특공대를 조직하고 훈련시켜 억지로 성공사례를 만들기보다는 위험 관리를 합리적으로 해주는 사회 인프라의 조성이 창업 활성화를 위한 진정한 대책이다.


우리나라의 창업 정책은 1997년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이후 본격화됐다. 그동안 전 세계를 벤치마킹하며 수많은 정책들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 중에 한국을 대표할 만한 정책을 꼽으라면 떠오르는 것이 없다.

전국 거의 모든 대학에 창업 인큐베이터가 설치되었지만 창업의 산실로 주목받는 곳이 없다. 여러 대학에 창업전문대학원을 설치했지만 체계적인 창업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의문이다.

창업지원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수많은 지원인력 중에 실제로 창업 경험이나 노하우를 보유한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의구심도 많다. 종합적으로 볼 때 우리의 창업정책도 ‘용감했지만 맹목적이다’라는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21세기의 10년을 지나 지금 또다시 기회가 다가오고 있다. 그것은 모바일 혁명으로 인한 제2의 IT 붐이다. 이번에는 글로벌 창업이 어색하지 않은 새로운 세대들이 나설 것이다.

이들은 전 세계를 무대로 창조적 아이디어와 파격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승부하는 창조기업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경제적 가치 이외에도 사회적, 예술적 가치 등 다양하다.

21세기 최고의 부자인 <해리 포터>의 작가 조앤 K. 롤링은 예술적 가치를 추구하면서 문화산업 분야에서 글로벌 창업에 성공한 사례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청년 세대의 기업가 정신을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창조적인 정책 대안들이 절실하다.

이러한 의미에서 그동안 양적으로 팽창해 온 ‘20세기적 정책들’을 재평가해 봐야 한다. 보다 창조적 발상으로 창업정책들을 업그레이드해 나가야 한다.

글ㆍ이장우 (경북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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