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정부는 공공부문 개혁을 규제개혁, 능동적 개방과 함께 3대 핵심 국정과제의 하나로 삼고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우리나라가 선진 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가 공공기관 선진화였기 때문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공공부문 개혁을 추진했는데, 그것은 사실상 공기업 민영화와 동일시됐다. 그러나 제1차 민영화(1968년)에서 제2차(1980년), 제3차(1987년), 제4차(1993년)에 이르기까지 민영화는 범위나 방법, 성과가 제한적이었으며, 주로 정부보유 주식의 일부 매각을 통한 부분적 매각에 그쳤다.
이명박정부의 공공부문 선진화 정책은 공공부문 개혁을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이전과 구별된다. 기획재정부가 2008년 8월 공기업 선진화 추진방향을 발표한 이래 지금까지 6차례의 공공기관 선진화 계획이 수립돼 공공기관의 구조개혁, 소프트웨어 개혁과 공공기관 평가제도 개선이 추진되었다.
현재까지 정책의 추진성과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정부가 발표한 추진상황 점검결과에 따르면, 통폐합은 당초 대상인 36개 공공기관을 16개 기관으로 하는 통합과 5개 기관의 폐지로 1백퍼센트 달성되었다. 특히 역대 정권의 해묵은 숙제였던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개발공사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사)로 통합한 것은 주요 성과로 꼽힌다.
경영효율화를 보면, 총 1백29개 대상 공공기관의 정원조정이 완료되어 2008년 대비 2만5천명이 감축되었고, 2012년까지 초과인원을 모두 해소할 것이라고 한다.
보수체계합리화 부문에서는 과도한 임직원 임금체계와 복리후생비를 조정하고, 비핵심사업 폐지나 여행경비기준 조정과 같은 경비감축조처가 단행되는 등 방만한 경영에 대한 수술이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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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시적인 성과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부분이 적지 않고, 향후 개혁성과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은 정부가 경제운용의 편의를 위해 공공기관 선진화의 정책기조를 훼손하는 일이다.
정부는 물가관리, 일자리 창출이나 친서민정책에 치중하면서, ‘작은정부, 큰시장’으로 전환하고, 질 좋은 공공서비스 제공으로 ‘국민편익을 증대’한다는 초기의 정책기조에서 후퇴 내지 역행하는 조치를 종종 취해 왔다.
전기·가스·건강보험·수도 부문은 국민생활에 직결되고 요금인상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처음부터 민영화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한 2008년의 금융위기 때문에 기술신용보증기금과 신용보증기금의 통폐합과 산업은행 개혁이 보류됐다.
공공기관에 인원감축을 요구하면서도 공공근로직이나 청년인턴의 채용, 정규직 전환을 확대하려 한 점도 정책시행의 혼선으로 비판받을 수 있다. 공공기관 수의 축소가 진행되면서도, 추가로 공공기관이 설립되거나 설립이 추진되고 있는 점도 그렇다. 최근에는 사회적 기업의 육성을 명분으로 사회적기업진흥원이 설립된 바 있다.
공공기관의 추가적인 설립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타당성 검토와 선별절차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경영효율화가 추진되는 중에도 부실 경영의 사례는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재정지출의 확대와 대형 국책사업으로 공기업의 부채가 크게 늘었다. 특히 1백17조원이라는 LH공사의 막대한 부채는 결국 국민의 세금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런 와중에 LH공사는 지난해 1천억원이 넘는 성과급과 연수비용을 지출하는 등 공공기관의 과다 경비지출 행태는 여전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인원감축의 경우 정원조정이 완수되었다지만 유휴인력은 각종 연수나 파견근무의 형태로 여전히 남아 있다. 이들에 대해 인건비 지출, 심지어 성과급 지급도 계속되는 등 경영효율 개선노력에 부담이 되고 있다. 유휴인력의 정리문제는 경영개선의 발목을 잡고 공공기관 개혁성과를 희석시키는 요인으로 남을 공산이 크다.![]()
최근 법원이 공항공사의 정리해고는 무효라고 판결한 데서 드러나듯이, 인원감축이 목표달성 요구에 밀려 충분한 사전합의나 법적 검토 없이 성급하게 추진된 측면이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뤘던 정부 소유 금융기관의 민영화도 재추진해야 할 시점에 와 있고, 공공기관 선진화 대상에 지방 공기업을 포함시킬 필요도 있다. 지방공기업의 규모는 이미 73조원에 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비효율성과 부실화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음에도 비교적 주목을 덜 받고 있다.
공공기관 선진화가 외견상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미흡한 부분이 큰 데는 적어도 두 가지 요인이 있다. 먼저 개혁추진 주체와 대상의 지배구조 문제를 들 수 있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실질적 소유권자라는 사실은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근원적 취약점이다. 기관장은 임면과 업무수행에 있어 정치적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책임경영의 유인을 갖기 어렵다.
공익성이라는 목표나 정부의 정책적 필요성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종종 개입하여 효율성을 추구하기 어렵게 한다. 공공서비스의 독점성, 지속성, 무경합성은 사정을 더욱 악화시킨다. 현재 공공기관 선진화가 겪고 있는 문제도 대부분 이런 지배구조상의 약점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정책의 내실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추진주체인 공공기관운영위원회가 정부와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최대한 벗어날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 노조활동의 영향을 얼마나 배제할 수 있는가도 개혁 성공의 주요 관건이다. 이 문제는 공공기관 지배구조와 밀접히 연관된 문제이기도 하다. 공공기관은 여전히 민간부문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의 평균보수와 복리후생의 혜택, 고용보호를 유지하고
있다. 과다한 성과급, 경조사비, 휴가비, 교육훈련비 지원과 같은 비합리적 인건비 지출과 연금채무 부담을 통제하는 일은 합리적인 노사협약제도를 확립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
통폐합 이전의 노조들이 혼재돼 있고, 불합리한 노사관행이 남아 있다는 사실은 구조개혁과 경영효율개선의 발목을 잡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건전한 공공부문 노사관계의 구축은 공공기관선진화 정책뿐만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에 필요불가결한 인프라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장대홍 한림대 재무금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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