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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길을 전세 낸 기분, 설명이 필요없어요”



“4대강살리기 사업의 최대 수혜자는 자전거 동호인들일 겁니다. 일단 달려보세요. 설명이 필요없습니다. 무엇보다 전용도로잖아요. 길을 전세 내 달리는 기분이랄까요.”

직장인 반창호(46)씨는 4대강 자전거길에 푹 빠져 지내고 있다.

자전거길을 타고 전국을 누비는 생각에 주말이 기다려진다. 초등학교 6학년인 아들과 함께 달린다는 사실이 더욱 흐뭇하다. 반씨와 아들 재민군은 지난해부터 함께 4대강 자전거길을 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심심해서’, ‘건강에 도움이 되니까’ 탔다.

멀리 가지도 않았다. 집에서 가까운 중랑천변 근처에 머물렀다.

그러다 차츰 주행거리가 늘어났다. 아들도 자전거를 좋아했고 실력도 빠르게 향상됐다. 한두 달이 지나니 속도와 지구력이 어른 못지 않아졌다. 하루에 90~1백킬로미터 정도는 거뜬히 달리게 됐다.

중랑천에서 시작된 부자 자전거 여행은 점차 ‘장거리화’됐다. 그리고 마침내 지난 4월 2일에는 ‘4대강 자전거길 국토종주 인증’을 받았다. 인천 경인 아라 자전거길에서 시작해 한강 자전거길과 새재자전거길을 지나 낙동강과 바다가 만나는 부산 을숙도에서 끝나는 장장 7백여 킬로미터의 대장정이다. 특히 아들의 인증이 뜻깊었다. 초등학생 1호 인증이었던 것이다.




아들 이야기가 나오자 반씨의 목소리에 기분 좋은 웃음기가 묻어났다. 자전거를 타면서 전과 달라진 아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자전거 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수줍고 자신감이 부족했던 아들의 성격이 활달하고 당당해졌다. 특히 초등학생 1호 국토종주인증을 받은 후에는 친구들 사이에서 ‘스타’가 됐다.

“아들과 함께 달리는 제 입장에서 4대강 자전거길의 최대 매력은 ‘안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동차가 다니지 않으니까요. 초행길이라도 길을 잃을 염려가 거의 없다는 점도 칭찬할 만합니다. 아들과 사이가 돈독해지는 것은 물론이고요.”

반씨는 자전거와 4대강 자전거길 덕에 여행에 대해 새로운 눈을 뜨게 됐다고 말한다. 자동차 여행으로는 느끼지 못하고 보지 못했던 것들을 체험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전국을 관통하니 절로 팔도유람을 하는 셈이기도 하다. 버스를 이용하면 무궁무진한 여행설계가 가능하다.

“여행의 속도를 늦추면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걷기 여행이 그래서 좋지만 멀리 가기 힘들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자전거 여행은 자동차와 도보 여행의 약점을 보완하는 여행입니다.”

자전거 여행의 묘미는 한강과 낙동강을 이어주는 1백킬로미터의 자전거 전용도로인 새재 자전거길에서 만끽할 수 있었다. 높고 긴 이화령에서 반씨 부자는 봄눈을 만났다. 초봄의 설경은 눈부셨고 바람에 녹아 있는 봄기운은 상쾌했다. “자동차로는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기분”이었다.

국토종주를 마친 반씨 부자의 다음 목표는 4대강종주 인증이다. 이미 한강과 낙동강 종주 인증을 받았으니 영산강과 금강만 남았다. 조금만 서두르면 국토종주에 이어 4대강종주에서도 아들에게 ‘초등학생 1호 인증’이라는 추억을 만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반씨는 말했다. “4대강종주를 마친 후에도 갈 곳은 많습니다. 자전거 동호인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코스들을 하나하나 찾아나설 계획입니다. 자전거 여행을 좀더 일찍 시작하지 못한 게 아쉬울 따름입니다.”

글·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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