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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다문화 자녀들 ‘왕따’ 이젠 사라졌으면




황경화(24)씨가 베트남 호찌민 인근의 작은 마을에서 서울로 ‘이사’온 것은 2007년의 일이다. 남편과의 결혼을 계기로 한국에 왔지만 사실 결혼 전부터 외국생활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어린 시절 그는 동시통역사를 꿈꾸었다.

낯선 이국땅에서 가정을 이루고 살겠다는 결심을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런데 주위에서 들리는 결혼 이민자들의 경험담은 대부분 긍정적인 내용들이었다. “한국 사람들은 정이 많고 친절해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없다”, “남편과 시부모님이 사랑으로 대해 주셔서 행복하다”는 등 한국 생활에 대한 칭찬 일색이어서 오히려 새로운 생활이 시작된다는 데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솔직히 결혼 전에는 낯선 나라에서 살기 힘들 것이라 생각에 걱정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고향 사람들 중 한국으로 시집가서 행복하게 잘살고 있다는 얘기들을 들으면서 용기를 냈지요.”

그런데 그가 막상 한국 남자와 결혼해 한국으로 건너오고 보니 현실은 달랐다. 한국에 대한 ‘칭찬 일색’은 친정 가족들이 걱정할까 우려한 베트남 신부들의 ‘효심’이 만든 ‘판타지’였던 것이다.


가장 힘든 점은 의사소통의 어려움이었다. 한국어가 미숙한 황씨와 베트남어를 모르는 남편과 시부모. 국제결혼으로 갑자기 한가족이 된 이들이 서로 이해해 보려 노력은 했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아 생기는 오해들은 피할 수 없었다.

“말이 통하지 않아 오해가 생길 때마다 답답하고 속상했어요.”
그는 가장 힘든 점이 만약 시부모님이나 남편이 제가 아니라 말이 잘 통하는 한국 여자를 며느리로, 아내로 뒀다면 이런 문제를 겪지 않았을 거라는 마음이 들 때였다고 한다. “그로 인해 죄송스런 마음이 들어 정말 괴로웠죠.”

열심히 한국어 공부를 했지만 발음이나 문법을 제대로 알지 못해 생기는 오해와 불편은 금방 사라지지 않았다. 한국에 살면서도 한국의 사회, 경제에 대해 잘 모른다는 점도 안타까웠다. 친정인 베트남과 비슷한 듯 다른 한국 사회에 적응해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점점 커졌다. 결혼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불안이었다.

그때 다행스럽게도 외부의 지원을 받게 됐다. 집에서 가까운 마포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한국어 교육을 받으며 황씨의 불안감과 답답한 마음은 차츰 해소됐다.

“말하기, 듣기, 쓰기, 읽기 등 한글에 대한 모든 것을 배웠어요. 자음, 모음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체계적으로 알려 주시니 언어에 대한 갈증이 자연스럽게 풀렸어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교육이 황씨에게 준 즐거움은 배움에 대한 충족으로 그치지 않았다. 주위에 친한 친구도 없이 집안에서 살림만 하며 지내야 했던 그에게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선생님들에게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일종의 ‘해방구’였다. 남편이나 시부모 등 다른 가족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통해 가족 간의 정을 돈독히 하면서 공동체 의식을 다질 수도 있었다.

“한국요리를 배우는 날에는 집에 가서 시부모님께 그날 배운 요리들을 해드리는데, 그럴 땐 꼭 맛있다고 칭찬을 해 주세요. 배운 것과 다른 맛이라 자신이 없는데도 맛있다는 칭찬과 ‘소질이 있다’는 격려를 받으면 정말 제가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 걱정 없이 한국생활에 잘 적응한 듯 보이는 황씨지만 아이(딸?4세)에 대한 얘기를 시작하자 눈빛이 흐려졌다.

“얼마 전 검정고시 준비를 시작했어요. 공부를 더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그 전에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 엄마이고 싶었어요.”

아이가 점점 커 가면서 엄마의 한국어가 부족해 아이에게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미안함도 커졌다. 다른 한국 엄마들처럼 한글도 척척 가르치고 싶었지만 오히려 본인의 미숙한 발음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까 걱정이다. 앞으로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 가정에서 학습지도를 받지 못해 뒤처지지 않을까, 걱정은 끝이 없다.

“다문화가정 초등학생들에겐 ‘방과후학교’를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공되지만, 미취학 아동들에겐 아직 충분한 지원이 없어요. 입학 전에 선행학습을 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 이후 부딪히게 될 차별 문제도 또 다른 고민거리다. 혼혈에 대한 차별, 다문화에 대한 몰이해 등으로 인한 ‘다문화 왕따’에 대해 선배 다문화가정 엄마들에게 얘기를 들을 때마다 두려움은 커졌다.

“아는 분들 얘기에 따르면 중·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왕따’ 문제가 심각해진다고 해요. 중·고등학교, 더 나아가 사회 전체로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 바꾸기 교육을 확대했으면 좋겠어요.”

결혼이민자에 대한 몰이해에서 오는 주위의 곱지 않은 시선도 황씨에겐 여전히 큰 고민이다. “저를 비롯한 대부분의 결혼 이민자들은 20세 전후의 어린 나이에 자기 나이만큼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남자와 결혼을 합니다.

그래서인지 ‘뭔가 목적이 있는 결혼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때가 많은데 그런 시선을 접할 때마다 상처받게 돼요. 행복한 결혼생활에 대한 꿈을 안고 한국으로 시집와서 한국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우리 결혼이민 여성들에 대해 조금이라도 따뜻한 시선을 가져 주세요.” G 글·이윤진 객원기자 / 사진·장은주 기자


여성가족부는 가족 교육·상담·문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결혼이민 여성들의 한국사회 조기적응과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가족생활을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지원정책에 대해 알아보자.

1 한국어 교육 전국 1백59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실시되는 한국어교육과 한글교육지도사에 의한 방문교육.
2 다국어판 생활·정책정보 매거진 ‘Rainbow+’ 8개 언어로 제작되는 한국생활 가이드북 발간 및 배포.
3 통·번역 서비스 한국어가 유창한 결혼이민자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직접 통·번역 서비스 제공.
4 위기개입 및 가족통합교육 가정폭력에 대한 피해 상담·보호를 위한 이주여성 긴급전화(1577-1366/24시간 지원) 운영. 전국 18곳에 이주여성쉼터 운영.
5 다문화가족 자녀의 양육·교육 지원 부모의 자녀양육 능력 향상을 위한 아동양육 가정방문 지도와 다문화가족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언어발달 지원, 다문화가족 자녀들의 이중언어 사용을 통한 글로벌 인재 육성.
6 결혼이민자의 경제·사회적 자립 지원 결혼이민자의 직업교육·훈련으로 통·번역 요원 등 결혼이민자 적합직종 개발, 원어민 외국어강사 활동 지원.

문의?다문화가족지원센터 ☎1577-5432
http://liveinkorea.mogef.go.kr/mfsc.ce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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