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한 해가 마무리되고 새해가 왔지만 내 친구들에게는 오직 추운 겨울과 불안만이 남아 있다. 졸업을 해도 일할 곳이 없고 자신의 꿈을 펼치기엔 너무 척박한 세상이라는 걸 뻔히 알고 있기 때문에 카페에 앉아 한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세상에 일자리는 찾으면 있다. 하지만 자신이 열심히 일한 만큼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자신의 꿈도 키워나갈 수 있는 직장은 없다. 복지도 보장되고 자기계발도 할 수 있는 중소기업은 드물지 않은가. 심지어 아르바이트만 하더라도 정당한 대우를 받으며 일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것은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구직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황금기인 1980년대에 태어난 나의 친구들은 때론 ‘20대’ 혹은 ‘청춘’이란 이름으로, 최근에는 ‘88만원세대’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1990년대에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내다 갑자기 외환위기의 영향으로 경제적 불안정을 직·간접으로 경험한 내 친구 중에는 삶이 확연히 달라진 이들도 많다. 이 친구들은 그 어느 세대보다 밥벌이에 대한 고민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우리 또래들의 고민은 기성세대의 일회적 위로나 청춘은 원래 아프다는 말로 해결될 수 없는 것이다. 그저 우리는 어릴 때부터 경쟁과 불안을 체화한 것을 바탕으로, 급속도로 변하고 있는 사회에 뛰어난 적응력을 발휘하고 있을 뿐이다.
대학교 시절부터 만들던 <헤드에이크>라는 잡지 때문에 20대, 내 또래들을 자주 만날 기회가 생긴다.
최근에 우리 잡지에서는 동시대의 사람들의 고민을 수집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프로젝트는 공원, 카페, 동네 앞 공터 등 각각의 장소에서 사람들에게 가장 골치 아픈 고민과 질문을 엽서에 쓸 기회를 주는 ‘피크닉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누군가 시간을 내서 자신의 고민을 글로 적는다는 것은 피곤한 일 같지만 사람들이 의외로 진지하게 엽서를 쓴다. 20대뿐만이 아니라 10대와 30, 40대, 그리고 60대까지 참여한 이 엽서 프로젝트의 답변들은 정말 각양각색이다. 그중에 가장 인상적이었던 질문은 ‘더 나아질 거라는 기대는 환상 아닌가요?’라는 엽서였다. 마지막 피크닉 때에는 지금까지 수집된 모든 고민과 질문엽서들의 중요 키워드들을 골라냈다. 그 키워드들을 투표에 부쳐보니 ‘불안, 가치, 선택, 건강, 사랑, 용기, 연애, 행복, 가족’이 40개가량의 키워드 중 상위로 꼽히는 키워드로 선정되었다.
새해에는 20대를 기성세대와는 다른 외계인 같은 세대 혹은 철딱서니 없는 아이들로 볼 것이 아니라 함께 힘을 합쳐 사회를 변화시킬 동료로 봐주었으면 한다. 삶의 경험과 나이는 분명 큰 차이로 존재하지만 서로를 바로 바라보지 못할 가림막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적어도 젊은층은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변하는 게 없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있다. 우리는 꿈틀댄다.
멈춘 걸로 보이지만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다. 나의 또래가 어떻게 치열한지는 <헤드에이크>가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우리는 우리보다 나이가 많은 동료들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다. 감히 우리가 그대들을 동료라고 부르는 걸 허락하신다면.
글·정지원
<헤드에이크>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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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