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최근 우리 창작 뮤지컬이 국제무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뮤지컬 배우의 한 사람으로서 감회가 새롭다. 거리나 육교 위에 걸려 있는 뮤지컬 홍보 현수막을 볼 때면 흐뭇하고 뿌듯하다. 21년 전 처음으로 무대에 섰을 때를 기억한다. 그때만 해도 뮤지컬은 소수만 향유할 뿐 일반 대중에게는 생소한 문화였다.
한국 뮤지컬이 성장한 데는 배우들의 노력이 컸다. 국내 배우들은 학습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
좋은 뮤지컬을 보고 그것을 제 것으로 받아들이는 능력, 나아가 자기만의 스타일로 소화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외국 공연팀이 내한해 협업을 진행할 때 그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한국 배우들은 감각이 남다르고, 흡수가 빠르다”는 것이다.
뮤지컬 배우라면 없어서는 안 될 끈기와 인내심 역시 국내 배우들이 갖춘 덕목 중 하나다. 하루 8시간 연습이라는 강행군을 소화하고도 집에 갈 줄 모르는 그들의 열정에서 한국 뮤지컬의 미래를 본다. 뮤지컬 시장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사례는 세계적으로 독일과 우리나라를 제외하면 찾아보기 힘든데, 개인적으로 배우들의 이런 노력이 뮤지컬의 발전에 한몫을 톡톡히 했다고 자부한다.
최근 무대장치와 음향 측면에서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얼마 전 일본에서 공연한 뮤지컬 <궁>의 경우 무대를 개조해 ‘청사초롱길(관객석을 가로지르는 배우의 등·퇴장로)’을 만들었는데, 이것이 관객의 큰 호응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아직도 국내에는 무대장치나 음향에 정통한 전문가가 부족하다. 제작 여건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창작 뮤지컬이 더 많이 양산되지 못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창작 뮤지컬은 우리나라 뮤지컬을 질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한다. 1년에 최소 10편 이상의 창작 뮤지컬이 나오고, 그 10편이 모두 세계로 수출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우리 뮤지컬계도 안정 궤도에 들어섰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창작뮤지컬을 만드는 제작자에게 (해당 공연을 보러 오는 관객의) 관람료를 할인해 주는 식의 대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대다수의 관객은 여전히 작품의 ‘이름’을 보고 뮤지컬을 선택한다. 라이선스 대작들이 여전히 뮤지컬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양질의 창작 뮤지컬을 양산한다면 불가피하게 지급되는 로열티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뮤지컬계 내부의 자정적인 노력도 물론 필요하다. 최근 스타들이 대거 뮤지컬에 투입되면서 동료 배우들의 출연료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스타에게 높은 출연료를 지급하다보니, 자연스레 다른 배우들에게 돌아갈 공연비가 줄어드는 것이다. 물론 스타 마케팅은 장점도 있다. 그들이 가진 티켓 파워는 뮤지컬계 전반의 활황을 불러온다. 그러나 뮤지컬은 앙상블이다.
앙상블이 행복하지 않으면 공연도 힘을 잃게 된다. 뮤지컬에 몸 담은 사람이 상처를 받고 뮤지컬계를 떠나는 일이 없도록, 제작자와 배우가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글·최정원
뮤지컬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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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