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인류가 의도적이던 비의도적이던 간에 생존의 양식으로서 문화와 그로 인해 발생된 문명들의 발달 과정이 기후의 변화와 변동에 의존되었음을 우리는 긴 인류의 기원으로부터 찾을 수 있다.
46억 년 기록이 묻혀 있는 남극 지구탐사의 자료를 보면 지구의 수많은 온난기와 빙하기의 반복은 정확히 지구 대기의 이산화탄소(CO) 농도변화와 일치한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은 시기에는 지구온난화가 있었고 낮은 때에는 빙하기가 도래하였다.
유엔의 정부 간 기후변화위원회(IPCC)에서는 제4차 기후변화 평가 보고서(2007년)에서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상승하면 돌이킬 수 없는 ‘기후의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를 내놓았다. 이른바 ‘기후변화 2도 전쟁’이 시작되었다. 즉 지구 기온이 산업혁명 당시에 비하여 2도 이상 올라간다면 지구의 기후 생태계는 인류의 노력 한계를 넘어 회복이 불가능한 지구 생태계의 마지막 기온 증가의 한계 값인 6도에 곧장 도달할 것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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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CC는 지구 기온의 상승 값을 2도 이하로 머무르게 하기 위해서는 지구 대기의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를 4백피피엠(ppm) 정도 수준으로 유지하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도의 30~55퍼센트 수준으로 낮추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온실가스 감축은 곧바로 산업경제활동의 축소를 의미할 수도 있기 때문에 침체 일로에 있는 세계경제를 더욱 수렁에 빠뜨릴 수 있다.
사람이라 불릴 만한 생명체가 나타나기 시작한 이래 지난 3백만 년은 빙하기가 적어도 17~19번이나 나타났던 격동적인 기후 변동의 시기였다. 마지막 빙하기는 영거 드라이어스 -영거 드라이어스는 12,900~11,500BP(Before Present)쯤에 북아메리카와 유럽에 나타났던 추운 기간을 가리킨다. 이 기간을 끝으로 지구에 찾아온
것은 충적세(Holocene)라 불리는 오늘날의 간빙기이다- 와 함께 11,500BP에 끝이 났다. 하지만 지난 1만여 년은 8,200BP에 출현한 미니 빙하기를 제외하면, 서기 1360~1860년의 소 빙하기(Little Ice Age)를 포함하더라도 기후학적으로 매우 안정된 시기였다.
기후 최적기와 인류의 최초 문명들이 한 시대에 출현한 것이 우연이라면 우연일 수도 있다. 적어도 60만 년이 넘을 인류의 긴 여정에서 인류의 생존 양식은 1퍼센트에도 못 미치는 5천5백 년의 짧은 역사를 가질 뿐이다. 석기시대 수메르인들이 문명을 일으킨 것이 최적 기후가 원인은 아닐지라도 기후변화가 그들의 문명을 일으킨 단초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 시대의 인류를 멸망하게 한 것은 기후변화 그 자체가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인간의 갈등에서 찾아볼 수가 있다. 5만 년의 길고 혹독한 위스콘신 빙하기를 잘 견뎌낸 호모사피엔스는 온난기가 왔을 때 기후에 적응하는 경계심을 풀고 수렵에만 의존하였으리라. 그러나 갑자기 닥친 1천 년의 짧은 빙하기인 영거드라이어스 하인릿치 사건은 호모사피엔스를 멸망케 하였고 새로운 현대인류를 탄생하게 하였다.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근세 문명의 대표지역인 유럽은 기후의 변동과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문화적 고통의 시대를 맞고 만다. 로마의 멸망은 기후변화의 가뭄에 대처하지 못한 그들의 내분에 있었다.
1350년에 시작되어 5백 년이나 계속된 지구 소빙하기에 굶주림을 극복하기 위하여 유럽을 침입한 몽골족은 결국 유럽인구를 절반으로 줄이는 무서운 흑사병을 유발시켰다.
기후변화에 우매한 유럽은 애꿎은 가냘픈 여인들을 마녀라 칭하고 그들의 수많은 희생으로 고통을 비켜 가려 하였다. 계속된 침략과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이 기후변화에 있음을 간과한 그들은 결국 유럽은 신이 버린 땅이라 생각하였다. 그 땅을 버리고 탈출하여 인간의 죄악이 없는 새로운 세계를 찾으려 하였다.
그렇게 아메리카 신대륙은 발견되었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뒤늦게나마 인간의 힘으로 극복하고자 과학의 문을 열게 되었다. 그러나 기후의 변화를 극복하고자 일으킨 산업혁명은 이후 전대미문의 지구온난화를 초래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기후변화의 원인과 영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래는 예측되어야 한다. 지난주 기상청에서 발표한 40년 후의 2050년도 한반도 기후변화의 예측은 우리의 진일보 나아간 기후변화 예측 기술의 결과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정책도, 국제적 기후변화 저감 정책의 주도적 역할도 국가적 과제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에 대한 엄청난 국민의 불안과 문화적 감정이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국가가 기후변화 그 자체보다 그로 인한 불안과 오해, 갈등과 전쟁 등으로 비극을 맞아 왔다. 비약하면 가뭄과 혹독한 기후변동에 대처하지 못하고 귀를 닫았던 대한제국은 기후의 풍요로움을 이용한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말았다.
지구온난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이렇게 방치하면 종국에는 걷잡을 수 없음이 자명하다. 기후변화가 이렇게 되었다는 것 등 사실을 자극적으로 알리는 데 급급할 시기가 아니다. 널뛰기 기후변동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정치적인 갈등도 경제적인 어려움도 묻어 버리고 새로운 기후변화를 극복하는 총체적인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어야 한다.
국립기상연구소는 지난 11월 인류가 기후변화를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때 극단적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RCP(대표농도경로)8.5 시나리오를 발표하여 주목을 끌었다. 인류의 지혜로운 노력은 지구의 온난화를 결코 방치할 수 없다. 노력여하에 따라 지구온난화의 강도가 달라지는 시나리오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기후변화를 극복하는 새로운 문화, 즉 희망과 안정의 시나리오도 함께 보여줄 수 있다.
오늘날 경제적 풍요함은 로마시대의 그것과 진배없다. 경제적 성장만큼이나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과학적, 문화적 변화가 우리에게는 절실하다.
글·오성남 (연세대 지구환경연구소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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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