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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국가란 무엇인가. 나라는 현재만 가지고 즐기며 살아가는 즉흥 무도회 같은 ‘하루살이 공동체’가 아니다. 그렇다면 어떤 국가가 ‘진짜’ 국가인가. 눈이 쌓여 눈썰매장이 되고 스키장이 되듯, 과거가 쌓여 현재를 이루는 ‘연속성의 공동체’가 바로 진짜 나라다. 과거에 흘린 피와 땀이 진하면 진할수록 현재가 풍요해지고 더 큰 결실을 누리는 법이다. 할아버지·아버지 세대가 흘린 피와 땀이 실개천을 이루고 그들이 모여 도도한 강물이 되어 흘러가는 것이 국가의 영혼이자 민족의 혼이 되는 이치일 터이다.

그렇기에 고대 로마인들도 항상 입버릇처럼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Romanon uno die aedificata est)”라고 외치곤 했다. 우리의 조국 대한민국도 마찬가지다. 어떻게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가 하루아침에 이루어졌겠는가. 자유와 번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현재를 살아가며 과거에 대해 엄숙하고도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가운데서도 공동체를 위한 용사들의 죽음, 즉 ‘호국 용사들’의 죽음은 우리 가슴속에 깊이 아로새겨야 할 기념비다. 나 자신을 위해 흘린 눈물과 땀이 소중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공동체를 위해 바친 젊음과 목숨은 그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값진 것이다. 용사들의 희생과 죽음을 기억하며 그 위에 공동체의 미래를 설계하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자세가 살아 있는 자의 도리다.

평택해군기지에 가서 침몰됐다가 인양된 천안함 잔해의 처참한 모습을 보았는가. 아니, 국립현충원에 가서 그곳에 누워 있는 6·25 참전 용사들의 묘를 보았는가. 펜 대신 총을 잡고 나라를 지키다 산화한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는가. 북한지역에서 발굴돼 62년 만에 조국의 품에 안긴 국군용사의 유해를 보았는가. 누워 있는 그들의 말이 들리지 않는가.

이들을 기억하고 이들의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살아 있는 우리의 몫이다. 이들의 죽음으로 대한민국은 지킬 만한 가치가 있는 공동체임이 분명해졌고 한층 더 성스러워졌으며 더욱 더 튼튼해졌다. 앞선 사람들의 희생을 딛고 더 큰 풍요를 누리는 국가. 호국용사들은 우리 대한민국의 ‘진짜 모습’을 증언하고 있다.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을 떠안은 호국용사들을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들을 국립현충원에 안장하는 것으로 의무를 다했다고 할 것이 아니라 우리들 가슴속 깊이 묻어 그들을 국민적 기억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살아 있는 우리가 호국용사들을 기리고 뜻을 이어받고 되새겨야 한다. 대한민국이 무엇으로 지탱되는지 깨닫고 후세에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애국가를 부를 때 어떤 마음으로 불러야 하는지, 병역의 의무를 어떤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 우리 삶의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국가의 진실’을 흘려 보내지 않는 자세가 필요하다.

글·박효종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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