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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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국 PD인 K씨는 얼마 전 황당한 경험을 했다. 광고회사에 다니는 친구가 부친상을 당해 달려갔는데 친구는 K씨를 보자마자 “혹시 아는 유명 연예인이 있으면 잠깐 들르라고 해줄 수 없겠느냐”는 부탁을 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화환에 그 연예인의 이름이라도 빌려 쓸 수 있게 손을 써줄 수 없겠느냐”고까지 했다. 명색이 광고회사에 다니는데 유명 연예인 한두 명 정도는 와야 자기 체면이 서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K씨는 상을 치루는 중에도 자기 체면만을 생각하는 친구의 모습에 크게 실망하고 서둘러 자리를 떴다.
위의 사례에서 보듯 우리나라 사람들은 남들을 의식하는 ‘체면’을 유난히 중요하게 여긴다. 이는 유교와 성리학에 근간을 둔 우리나라의 전통문화에서 기인한다. 양반은 물론이고 백성들도 각자의 체면을 중요하게 여겼다. 아무리 궁한 처지일지라도 관혼상제(冠婚喪祭)엔 아낌없이 재물을 썼다.
시대가 달라지고 실속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었다고 해도 여전히 체면문화는 생활 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 특히 관혼상제의 허례허식은 여전히 남아 있다. 비싸고 좋은 것들만 올라가는 제사상, ‘하객 동원 아르바이트’라는 것이 생겨 ‘짜가’ 손님들로 결혼식장을 메운 지도 오래다. 이렇게 ‘관혼상제는 요란하고 성대하게 치를수록 좋은 것’이란 통념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이러한 ‘나’보다 ‘남’을 의식하는 허례허식은 가정사의 문제를 넘어 사회문제로 부각되기도 한다.
올해 여성정책연구원이 주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은 관혼상제 중 가장 개선이 필요한 분야로 56.1퍼센트가 혼례를 꼽았다. 이어 제례와 상례가 뒤를 이었다. 결혼과 장례는 ‘비용이 부담된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또한 관혼상제에 대한 교육·가이드북을 통해 정보습득을 하고자 하는 욕구가 많았다.
이에 정부는 허례허식 없는 건전한 관혼상제 문화 정착을 통해 본래적 의미와 가치를 회복하고자 개선 대책을 내놓았다.
우선 지난 7월 13일 민관이 협력해 생활공감형 관혼상제 실천협의회를 구성했다. 설문조사 결과를 토대로 성년례·혼례·상례·제례별로 가이드북을 제작하여 보급하고, 예비부부, 결혼한 부부 등을 대상으로 건강가정지원센터 등을 통해 생애 주기별 교육도 강화할 계획이다.
젊은 부부들이 비용 부담을 많이 느끼는 결혼식장 문제에도 해결책을 내놓았다. 공공시설을 혼례식장으로 적극 개방한다는 것이다. 또한 공공기관에서 건전한 관혼상제 교육을 확대하고 경조사와 관련해 공직자 행동강령 모니터링도 강화한다.
여성가족부 윤효식 가족정책과장은 “이번 계획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 허례허식을 탈피한 건전 관혼상제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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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골목길에서 접촉사고가 난 K씨는 가해자인 J씨를 고소했다.
간단한 합의나 보험처리로 끝날 수 있었던 단순 접촉사고가 고소까지 이어진 이유는 아주 사소했다. J씨가 곧바로 사과하지 않고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것이다. 뒤늦게 J씨는 사과를 했지만 K씨는 고소를 취하할 생각이 없다며 “법대로 끝까지 가보자”는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그야말로 ‘고소 공화국’이 되어버렸다. 전체 형사사건 중 고소가 차지하는 비율은 20퍼센트를 넘고, 고소 건수도 매년 60만 건에 육박한다. 일본과 비교해 보면 고소사건 점유율은 일본의 57배이고, 피고소인원은 일본의 67배이다.
인구 10만명당 피고소인원은 일본의 1백71배에 달한다(2009년 처리된 형사사건 기준). 이 중엔 요건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엉터리’ 고소가 적잖다. 민사소송의 경우 비용(수입인지)이 들지만, 형사고소에는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 등이 고소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상대방에게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도구로 고소를 악용한다는 것도 문제다.
고소는 선의의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통계를 잘 살펴보면 불필요한 고소사건이 너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5년간 고소사건은 기소율이 18퍼센트 정도에 불과한 반면, 불기소율은 전체 사건보다 23퍼센트 이상 높은 수치를 보인다. 고소사건 중 상당수가 불기소된다는 것은 결국 죄가 되지 않는 사건에 대한 고소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분별한 고소는 사회구성원 간 갈등을 격화시킨다. 홧김에 감정적으로 고소를 했다가 감정의 골이 깊어져 나중에 다시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주요 범죄 수사에 집중해야 할 국가 수사력이 쓸데없는 고소사건 수사에 낭비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같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법무부가 팔을 걷어붙였다. 거래 시에 무분별한 고소가 잦다는 것에 대해 공증을 활성화하고 교육과 홍보 등을 통해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거래 관행을 선진화하기로 했다. 또한 2012년부터는 민사소송법, 민사집행법 개정위원회를 발족, 거래제도와 법률구조 등을 개선해 민사 피해는 형사절차(고소)가 아닌 민사소송 절차로 구제받도록 유도할 방침이다.
대국민 홍보도 다양한 방법으로 펼쳐나간다. ‘법아 알려줘’ ‘법아 놀자’ 등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퀴즈와 게임 등을 통해 어디서나 쉽고 재미있게 생활법률을 알아볼 수 있게 했다. 또한 전국 대학생 1백87명을 선발, ‘법사랑 서포터즈’를 구성해 합리적인 거래 문화 확산을 위한 UCC·만화·포스터 등을 제작, 블로그에 게시한다.
국민을 대상으로는 ‘법과 질서, 약속과 신뢰’ 등을 주제로 한 UCC·만화 등을 공모하는 ‘법사랑 콘텐츠 공모전’을 개최했다. 법무부는 공모전 수상작을 홈페이지와 블로그 등에 게시하고, CD로 제작·배포하여 생활법률에 관한 교육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악의적인 음해성 고소에도 철퇴를 가할 계획이다. 민사 분쟁 당사자가 우월적 지위를 획득, 책임 회피 등을 위해 악의적으로 허위 고소한 경우 구속 수사 등을 통해 엄단할 계획이다.
글·손수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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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