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이태석과 함께(WithLeeTaeSuk)’. 인터넷 포털 다음에 있는 수단어린이장학회의 카페 주소다. 수단어린이장학회는 아프리카 남수단 아이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하고 책걸상과 의약품 등을 기부하는 비영리 법인이다. 카페회원 수만 2만여 명에 달한다. 수단어린이장학회 카페를 이끄는 카페지기는 이재현(51) 환경부 기후대기정책관(국장)이다.
이재현 정책관이 수단어린이장학회를 이끌게 된 것은 이태석 신부와의 인연 때문이다. 이 정책관이 이태석 신부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가 당시 유엔환경계획(UNEP) 사무국 요원으로 가족과 함께 아프리카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 생활하면서부터다. 이 정책관은 당시 나이로비의 가톨릭 한인회장을 맡고 있었다.
이 정책관은 마침 나이로비로 물건을 사러 온 이태석 신부를 알게 됐다. 두 사람은 어릴 적 가난하게 자란 환경은 물론 연배도 비슷했다. 기타와 악기에 관심이 많은 것도 똑같았다. 이후 둘은 아프리카땅에서 우정을 나누는 ‘지음(知音)’이 됐다. 이 정책관은 내전에 시달리던 남수단 아이들의 참상을 이태석 신부로부터 전해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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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책관은 이태석 신부의 손에 이끌려 2003년 2월 톤즈마을을 찾는다. “하서방(하나님) 백이 있으니 같이 가자”는 이 신부의 보챔 때문이었다. 나이로비에서 톤즈까지는 비행기로 4시간 이동해서 다시 육로로 5시간을 가야 했다. 톤즈에 도착한 후 그의 인생은 1백80도
바뀐다. 결국 그는 지난 2003년 6월 귀국해 ‘수단어린이장학회’란 인터넷 카페를 연다.
이태석 신부와의 인연을 바탕으로 지난 2005년에 쓴 <아프리카의 햇살은 아직도 슬프다>란 책에서 이재현 정책관은 “여태껏 예수님이 보이신 ‘빵의 기적’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지만, 이곳(톤즈)에서 바로 이해했다”며 “한국의 수많은 사제 중 한 분이 가난한 이곳에서 5천명을 먹이고 있었다”고 회고했다.
한 공무원의 인생을 바꾼 이태석 신부는 지난 7월 15일 국민추천포상 국민훈장 무궁화장(1등급)을 받았다. ‘수단의 슈바이처’로 불리는 이태석 신부는 지난해 9월 국내에 개봉돼 상당한 반향을 일으킨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의 실제 모델로 널리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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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서 태어나 인제대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의 길을 걷던 이태석 신부는 지난 2001년 사제 서품을 받고 가톨릭 신부가 됐다. 어릴 적 동네 성당에서 한센인을 돕는 다미앵 신부의 일대기 영화를 본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그는 내전과 기아, 질병에 시달리던 수단으로
자원봉사를 떠났다. 살레시오 수도회 소속의 신부 겸 의사로 원주민들과 함께 손수 병원을 지었다. 하루 평균 3백명의 환자를 밤낮으로 돌봤다.
자신의 병명조차 모른 채 죽어가는 한센병 환자들에게 유일한 친구로서 신발을 만들어줬다. 급할 때는 장갑도 끼지 않은 채로 치료에 매진했다. 또 톤즈마을에 초·중·고 12년 과정의 학교를 세웠다. 배우지 못해 가난이 대물림되던 톤즈마을의 청소년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태석 신부의 꿈이었다.
남수단 최초로 35인조 ‘브라스 밴드’를 창단한 것도 이태석 신부다. 소년병으로 징집되던 아이들에게 총과 수류탄 대신 악기를 들게 한 것이다. 남수단은 지난 7월 9일 독립 전까지 남과 북으로 나뉘어 내전을 치렀다. 총탄이 날아다니는 와중에 이태석 신부가 아이들에게 총 대신 악기를 쥐여주자 이는 수단 전역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 일으켰다.
이태석 신부는 지난해 1월 대장암으로 투병하던 중 4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자신의 건강을 팽개친 채 봉사활동에만 전념한 것이 몸을 상하게 한 것이다.
지난해 1월 이태석 신부가 선종한 지 벌써 1년반이 흘렀다. 하지만 이태석 신부의 영향은 각계각층에 퍼지고 있다. 후원금을 내는 수단어린이장학회의 회원 수만 8천여 명에 달한다. 5천~2만원까지의 소액기부자가 많다. 장학회는 이 돈으로 지난해 10월 톤즈 고등학교 설립자금을 지원하고, 11월에는 의약품과 악기를 담은 컨테이너를 톤즈마을로 보냈다. 수단어린이장학회에서 보내준 지원금과 물품의 혜택을 누리는 톤즈의 청소년들은 1천5백명에 달한다.![]()
장학회의 후원으로 지난해 12월에는 톤즈 돈보스크 고등학교를 1기로 졸업한 산티노 뎅(26) 씨를 비롯해 토마스 타반(26), 존 마옌(24)씨 등이 한국으로 유학을 왔다. 세 명의 톤즈 출신 청년들은 지난 1월에는 이태석 신부의 선종 1주기를 맞이해 열린 ‘슈쿠란 바바-희망으로 가는 길’이란 추모음악회에 참석해 ‘사랑해 당신을’이란 노래를 직접 불렀다.
‘슈쿠란 바바’는 톤즈마을 언어로 ‘하나님 감사합니다’란 뜻이다.
당초 후원금 모집차원에서 개최한 음악회였지만 이제 이태석 신부의 삶을 되새기는 추모음악회로 변했다. 산티노 뎅 씨는 “지금은 이태석 신부님이 안 계셔도 우리와 톤즈에 계신 분들은 정말 이태석 신부가 그립습니다”고 말했다.
수단어린이장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재현 환경부 정책관은 “톤즈마을이 남수단으로 독립을 했어도 40여 개에 달하는 종족 간 갈등으로 상황이 좋은 편이 아니다”라며 “이태석 신부의 후임으로 우경민 신부가 톤즈에서 활동 중인데, 향후 남수단의 수도인 주바와 마리디 등으로 활동범위를 더 넓혀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글·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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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