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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정보분석 능력 갖춘 전문인력 양성하자




지난해 유럽연합(EU)과의 FTA 및 올해 한·미FTA 발효에 이어 중국과의 FTA 협상 개시로 우리나라는 거대 경제권과의 FTA 시대를 열어 가고 있다. 중국과의 FTA 협상이 타결되면 우리나라의 FTA망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입에서 현재까지 이행된 FTA가 적용될 수 있는 비율이 30퍼센트대이나, 현재 협상 중이거나 논의 중인 FTA가 향후 수년내 모두 발효되면 우리나라 교역의 90퍼센트가 FTA 체제하에서 거래될 수 있을 것이다.

FTA 허브국가로 발돋움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는 국내 체제는 아직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FTA 활용 전문인력이 턱없이 모자라는 실정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FTA 추세에서 낙오된 국가였으나, 이제는 FTA 지역주의를 리드해 나갈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되었다. 더구나 도하개발의제(DDA) 협상타결 전망이 매우 불투명한 상황인 반면, FTA 지역주의가 세계 경제동맹의 기본이 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동안 어려운 국내외 여건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FTA망을 구축한 우리나라 통상 당국의 역량을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초기단계라 FTA 경제이익 실현 여부를 논하기는 이른 편이지만 최근 FTA 대상국으로의 수출실적이 부진해지면서 FTA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 내 재정위기와 남유럽 국가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으로 유럽경제가 사상 최악의 상태에 놓이게 됨에 따라 수입수요가 줄어들었고, 우리나라의 대 EU 수출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FTA 특혜폭이 큰 자동차와 자동차부품의 수출은 호조를 보이고 있으나 경기전망과 밀접하게 움직이는 고가의 휴대폰, 액정TV 등의 수출이 부진한 상황이다.

1퍼센트 단가에도 수입선이 바뀌는 수출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원가절감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연구개발을 통해 소비취향에 맞는 신제품을 만들고 공정혁신으로 생산단가를 낮추는 기업의 노력 외에도 수출입 과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관세와 비관세 장벽도 낮춰 나가야 한다. 이 점에서 FTA의 가치를 엿볼 수 있는데, 치열해진 수출경쟁을 뚫고 나가는 데 우리나라의 넓은 FTA망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FTA망을 활용하는 인력을 육성하고 기업들에 제공하는 일이다.

2004년 4월 칠레와 체결한 FTA가 발효된 이후 우리 기업들은 처음으로 FTA 체제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리적으로 멀고 작은 내수시장 규모로 인해 협정 발효 초기에는 대기업과 소수의 중소기업들만이 FTA를 활용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FTA 활용 기업의 수는 크게 늘어났고 품목도 다양해졌다. 협정 발효 이후 연간 수출증가율이 우리나라 대외 수출증가율보다 2배 높은 30~50퍼센트에 달했고, 우리 상품의 현지 시장점유율도 3퍼센트에서 7퍼센트로 2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싱가포르(2006년 3월 발효),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2006년 9월), 아세안(2007년)과의 FTA가 발효되었지만 기업들의 FTA 활용률은 현격하게 낮은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세안은 지리적으로 근접할 뿐만 아니라 신흥시장이어서 우리 기업들의 FTA 활용 관심이 높을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협정상의 관세철폐 일정이 매우 더디고 다수 관심품목이 장기자유화, 자유화예외 품목으로 설정되어 있어 FTA 활용으로 기업들이 기대할 수 있는 혜택이 작았다. 이로 인해 FTA 활용률이 매우 낮았고, 특히 수출의 경우 활용률이 5퍼센트 미만 수준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이제 아세안과의 FTA도 이행 5년차를 맞고 있어 관세혜택이 제법 크게 늘어났다. 하지만 아세안 지역 수입업자들은 과거 우리나라 1970~80년대의 오퍼상과 같이 대체로 영세업체이고 소규모 오더를 내고 있어 우리 중소기업들은 전문인력 부족으로 이러한 상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인 통관절차와는 달리 FTA 특혜관세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원산지 기준을 충족시키고 사후적으로는 원산지 검증에 대비해야 한다. 협정상의 관세혜택을 계산하고 품목별 원산지기준을 확인하며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담당자가 필요하다. 또한 상대국 시장정보와 경쟁상품의 유무, 물류비용 등 제반사항에 대한 정보분석 능력을 갖추어야만 FTA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FTA 협정내용이 방대하고 시장개방 내용을 품목별로 정리하고 있어 경제·통상 분야에 상당한 지식이 있어야만 이해가 가능하고 활용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2011년 이후 기획재정부 무역협정국내대책본부가 주관하여 전국 40여개 대학에서 FTA 전문인력 양성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있고, 무역협회·상공회의소·원산지정보원 등에서 FTA 실무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이들 강좌는 전문인력이 워낙 부족해 강의과정을 해당 대학 주임교수에게 일임하였으나 이제부터는 어느 정도 통일된 교과내용을 중심으로 강의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아직 초기단계여서 그렇겠지만 대학교 FTA 강좌는 정형화되지 않고 외부강사에 의존하여 강의를 진행함으로써 중복강의, 활용과 거리가 있는 강의주제 선정 등의 문제점이 있다. 앞으로는 관세혜택 및 원산지 확인, FTA 활용 성공사례(Best Practice), 비즈니스 모델 등을 중심으로 강좌구성을 정형화하고, FTA 활용실무에 대한 내실있는 강의안으로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현재 한 학기로 된 개요 수준의 강의에서 FTA 활용인력 전문화를 위해서는 학부에 3~4개 학기 FTA 전공과정을 개설하도록 교육과학기술부와 협의하여 지원하고, 학부 전공과정 수강자들이 무역협회 등에서 전문연수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도록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

글·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FTA활용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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