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생활습관병’. 흡연이나 과식·과음·운동부족 등 잘못된 생활습관에서 비롯된 병을 말한다. 대한내과학회가 기존에 성인병으로 불리던 질환들을 2003년부터 생활습관병으로 바꿔 부르고 있다. 당뇨·고혈압·위장병·뇌졸중 등 생활습관병은 당장 사망에 이르지는 않지만 여러 활동에 장애가 되면서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잘못된 생활습관이 개인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생활습관병에 이르게 하듯 가정과 사회에서 발생한 ‘잘못된 사회적 습관’ 역시 사회적 스트레스를 높여 ‘사회적 건강’을 해치고 우리 사회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필립스코리아가 발표한 ‘필립스 헬스 앤 웰빙 지수’(2010년 11월)에 따르면 한국은 66으로 12개국 평균(57.6)보다 높았다. 세계 30여개국 사람들의 건강과 삶에 대한 의식과 태도를 평가한 이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G20 주요국인 미국(55), 독일(52), 일본(27), 중국(58), 브라질(60), 호주(66)와 비교해도 최상위 수준에 속했다. 하지만 스트레스 정도(94퍼센트)는 전체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았다.
‘한국인은 행복한가?’란 주제로 지난 11월 4, 5일 경상대에서 열린 한국정신보건사회복지학회 학술대회에 참석한 김정진 나사렛대학교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대다수 한국인은 점점 더 부유해질수록 점점 더 불행해지는 사회 속에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실용성과 효용성만을 중시하는 기능화된 사회에서 믿음과 신뢰는 약화되고, 개인주의는 이기주의 형식을 취하게 되며, 윤리도덕적 관계는 실추되는 등 메마름이 팽배하고 있다”면서 불행의 원인을 지적했다.
사회적 스트레스는 직접적으로 질병 발생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해 발표된 국제 <신경면역학회지>에는 사회적 스트레스가 면역체계의 과잉반응을 유발해 죽음을 불러올 수 있다는 실험 결과가 실렸다.
미국 콜럼버스 오하이오대 닝 쿠안 교수는 공격적인 쥐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는 ‘사회적 스트레스 그룹’과 물과 음식을 먹지 못한 채 실린더 관에 갇혀 지내는 ‘육체적 고통 그룹’으로 쥐들을 분류하고 세균성 독소에 노출한 결과 ‘사회적 스트레스 그룹’이 ‘육체적 고통그룹’에 비해 2배가량 사망 가능성이 높다는 결과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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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예테보리 대학 살그렌스카 아카데미의 에벨리나 베른베리박사도 쥐 실험을 통해 사회적 스트레스가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동맥경화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스트레스에서 도피하기 위해 나타나는 사회병리 현상은 여러 가지다. 청소년들의 탈선에서부터 각종 중독, 극단적으로는 자살에까지 이른다. 도박·약물 중독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인터넷 중독이 골칫거리다. 우리나라의 인터넷 중독자는 현재 1백74만명 수준. 자신의 건강을 해치는 초기 중독 피해에서부터 우울증, 폭력, 살인, 자살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행하는 <보건사회연구> 31권 2호(2011년 6월호)는 ‘자살행동 영향 요인: 성별, 연령별 집단 비교를 중심으로’란 연구논문을 통해 ▲남성 성인의 경우 스트레스, 우울, 동거형태가 ▲여성 성인의 경우 스트레스, 우울, 자살태도, 경제상태, 건강상태가 자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처럼 각종 스트레스가 국민 건강을 위협하고 기업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주 원인으로 부상하면서 최근 스파, 명상, 탈모, 예술치료 등 스트레스를 관리해 주는 ‘스트레스 산업’도 각광받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 6월 2일 ‘스트레스: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국내 스트레스 산업의 시장 규모가 지난해 이미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민간 차원에서 스트레스 산업이 발달하고 있는 가운데 각종 사회병리 문제 해소를 위해 국무총리실이 나섰다. 국무총리실은 최근 ‘건강한 사회’ 구현을 목표로 ‘건강사회 만들기 12대 과제’를 제정하고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잘못된 사회적 습관’들에 대한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
생명 경시에서 비롯된 자살·인공임신중절, 청소년들의 가출·폭력·따돌림, 심신을 피폐하게 만드는 도박·마약·인터넷 중독과 약물 오남용, 잘못된 교통질서, 불신과 사회갈등을 낳는 무분별한 고소, 과시욕에서 비롯된 관혼상제의 허례허식 등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병리 현상을 반영한 것이 12대 과제다.![]()
국무총리실의 김원득 사회총괄정책관은 “1960년대 이후 초고속성장 및 급속한 산업화·도시화로 전통적 가치관과 공동체를 지탱해온 질서와 규범이 붕괴되었으며 세계화·양극화·고령화의 메가트렌드로 인해 사회병리 현상이 급증하고 있다”며 “선진일류국가로 도약하기 위해 사회구성원 전체의 인식을 바꿔야 하는 만큼 개별 부처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총리실을 중심으로 범정부적 틀에서 각종 사회병리 현상 해소에 나서게 됐다”고 ‘건강한 사회 만들기 12대 과제’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김 정책관은 이어 “건강한 사회 과제의 특성상 단기간에 기대효과를 달성하기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국민의 참여와 협조가 중요하다”며 “홍보와 소통을 강화하고 시민과 민간단체의 적극적인 역할을 이끌어내기 위한 다양한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향후 추진 계획을 밝혔다.
글·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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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