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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자격증 따자 일자리가 바로 생기네요




“정년퇴직하면 아무 일도 안 하고 그냥 즐기려고 했어요. 그동안 돈 버느라 고생했으니 이제 편해져도 괜찮지 않으냐고 생각한거죠. 그런데 따분하더라고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뭐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김정규 한국석유관리원 시설관리팀 전기반장은 털털 웃었다. 일을 하게 돼 무척이나 즐겁다는 표정이었다. 일이 고단하지 않으냐고 묻자 그는 “안 하던 일을 하니 신기하고 재미있다. 아직 초보라 하나하나 물어보며 일을 배우고 있다”며 손사래를 쳤다.

김 반장이 한국석유관리원에 취업한 것은 채 다섯 달이 되지 않는다. 전기시설을 관리하는 것이 주 업무다. 형광등 교체부터 냉동기와 보일러 가동, 변전실과 분전실 전기관리 등이 그의 일이다.




김 반장의 원래 직업은 군인이었다. 부사관으로 36년을 근무하다 지난해 원사로 전역했다. 퇴직할 당시만 해도 쉬고 싶은 마음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한동안 집에서 아내와 시간을 보냈다. 함께 일어나 식사를 하고 산책을 다녔다. 자녀들과 지내는 시간도 늘렸다. 즐거웠다.

“군생활을 할 때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씩 파견을 나갈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말부부는커녕 ‘월말부부’가 되기도 했습니다. 가족이 늘 그리웠습니다.”

하지만 몇 달이 지나자 야전을 누비던 몸이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일이 필요했다. 생활정보지를 뒤적였다. 하지만 36년 군생활의 경험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러다 ‘한국폴리텍대학’의 학생 모집 공고를 발견했다.

“폴리텍대학 성남캠퍼스에서 운영하는 시니어직업훈련센터였어요. 돈을 내기는커녕 오히려 훈련비 조로 월 24만원을 지급하는데다 실습시설이 좋아서 교육도 만족스러웠습니다. 도배, 보일러시공, 전통문양타일 등 여러 과정이 있었는데 전기 관련 자격증이 희소가치가 있어 보여서 내선공사 과정을 신청했죠.”

나이 들어 공부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용어 자체가 낯설어 ‘진군’하기 힘들었다. 새벽부터 동영상을 뚫어져라 보고 오후 늦게까지 공부했지만 처음 본 시험은 ‘낙방’이었다. 두번째도 실패였다. 아내는 “생고생하지 말고 그만두라”고 말렸지만 오히려 이왕 시작한 것 끝을 보겠다는 다짐이 굳어졌다. 몸에 밴 군인정신이었다. 그리고 세번째 도전만에 ‘전기기능사’ 자격시험에 합격했다.


취업은 어렵지 않았다. 자격증 시험을 본 직후 학교에서 연락이 왔다. 한국석유관리원에 자리가 났다는 것이었다. 면접을 보고 며칠만에 출근을 시작했다.

익숙지 않은 일이라 시행착오도 많았다. 하루를 꼬박 일하고 하루를 쉬는 24시간 2교대 근무여서 피곤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미도 있고 보람도 있었다.

“보람이요? 직원들이 요청하는 일을 무사히 끝냈을 때 기쁘죠. 가령 형광등이 고장 났을 때입니다. 형광등을 교체해도 불이 들어오지 않으면 저에게 연락이 옵니다. 형광등을 해체하고 수리해서 다시 불이 들어오면 좋아합니다. 그러면 저도 좋아요. 보람이 있죠.”

김 반장은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고 있다. 상위 자격증인 ‘전기산업기사’를 준비할 참이다. 기능사로 2년을 일하면 시험 자격이 주어진다. 합격하면 주간근무나 3교대 등 근로여건이 더 좋아질 수도 있다.

“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할 생각입니다. 돈도 좋지만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소중합니다. 계속 도전하며 살 계획입니다.”

글·변형주 기자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이 본격화되면서 정부는 이들의 직업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직업교육 지원을 강화하고 취업을 돕고 있다.

‘내일배움카드제’를 강화한다. 퇴직과 전직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고령자의 취업과 창업이 용이한 직종과 훈련과정을 안내하고 참여를 권장한다. 1인당 연간 2백만원 한도에서 훈련비의 60~80퍼센트를 지원한다. 재산이 일정수준 이하인 고령 실업자에겐 훈련비 전액을 지원한다.

사업주가 중고령자를 대상으로 직무능력향상훈련을 실시할 때도 훈련비를 지원한다. 자비로 전직훈련 과정을 수강하는 재직 고령자에게도 훈련비의 일부를 지급한다. 우선지원대상기업의 근로자와 고용보험 임의가입 자영업자 등이 대상이며 연간 1백만원, 5년간 3백만원 한도에서 소요비용의 50~80퍼센트를 지원한다.

국책직업교육훈련기관인 한국폴리텍대학은 ‘베이비부머 훈련’을 운영하고 있다. 만 45~50세 미만의 중년, 50~55세 미만의 준고령자, 55세 이상의 고령자가 대상이다. 보일러, 전기공사, 도배, CNC기계, 간판디자인 등 다양한 직종의 교육이 개설돼 있으며 교육기간은 1~3개월이다. 매달 소정의 교육훈련수당이 지급되며 별도의 교육비는 없다.

현재 9개 캠퍼스에서 베이비붐 세대 훈련이 실시되고 있으며 내년에는 34개 캠퍼스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폴리텍대학은 베이비붐 세대 훈련을 활성화하기 위해 캠퍼스별로 적정 운영 모형을 선정하고 지역 내 유관기관과 업무 체제를 구축해 기술과 기능 중심의 블루칼라 직종의 훈련을 우선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 도입될 예정인 ‘50+새일터 적응지원 사업’은 취업이 어려운 50세 이상 구직자를 위한 프로그램이다. 중소기업 현장연수 기회를 제공해 취업능력을 제고하는 것이 목표다. 고용노동부장관이 고시하는 취업지원프로그램을 이수하고 1개월이 지난 후에도 취업에 성공하지 못한 사람이 대상이다.

문의 한국폴리텍대학 www.kopo.ac.kr ☎02-2125-6500
내일배움카드 www.hrd-card.good.ac ☎1350(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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