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우리나라는 빈곤문제, 사회양극화 문제가 두드러진 사회라고 할 수 있다. 경제성장에 대한 장밋빛 모습이 그려지지만 서민생활의 어려움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들어 해가 갈수록 빈곤문제는 더 심각해지고 있다. 이는 서민복지정책이 취약하다는 점과 맥을 같이한다.
2010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상대빈곤율은 지난 2000년 10.5퍼센트에서 2009년 18.1퍼센트로 크게 증가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2009년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빈곤층은 3백5만8천 가구, 약 7백만명에 달한다. 특히 아동과 노인이 포함된 가구의 빈곤율은 더 높다. 아동가구는 전체의 4분의1 이상, 그리고 노인 가구는 전체의 절반 이상이 빈곤한 상태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복지정책이 정치적 화두가 되고 있다.
이념정치의 시대를 넘어 생활정치의 구현이라는 측면에서는 바람직할 수 있다. 하지만 서민복지에 대한 논의가 부적절하게 진행되곤 해 안타까울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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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대표적인 것이 ‘복지는 일정한 경제성장을 이룬 후에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국민소득이 3만~4만 달러는 돼야 복지정책을 확충할 수 있으므로 우리나라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논리다. 여기에는, 복지비용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사회복지에 투입되는 돈은 선택적인 것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국민의 의식주 등 직접적인 생활유지와 관련되는 비용이다. 이를 서민복지정책을 통해 사회적 제도의 측면에서 지출하느냐, 각 국민이 개인적으로 지출하도록 하느냐 하는 것이지, 사용할 수도 있고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은 아니다.
서민가정 개개인에게 이 비용을 능력껏 지출하도록 맡겨 두었을 때, 적절한 수준의 생활유지가 어려워지면 사회적 위기와 불안이 증폭된다.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이 저해된다. 우리의 상황이 현재 그렇다.
양극화는 재산과 소득수준을 넘어 교육과 고용, 문화의 측면에서 우리 사회의 갈등을 첨예화시키고 있다. 고용과 결혼, 의료, 보육, 교육 등 제반 측면에서의 사회적 비용 증대가 초래한 저출산 현상은 고령화의 심화, 국가적 생산력 위축으로 직결되고 있다.
서민복지에 소요되는 비용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된 사회서비스의 비용을 개인적으로 지출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고 공공의 책임하에 지원체계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육비용을 개인과 시장에만 맡겨 두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적정한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국가가 책임성을 가지고 관리하는 것이다.
어차피 보육이나 교육에 대한 비용은 누구의 주머니에서건 나올 수밖에 없다. 이를 국민 각자가 시장을 통해 알아서 해결하라고 내버려 두면 저출산은 피할 수 없다.
서민복지정책의 방향을 지나치게 ‘서민 각자의 근로의지와 자활’에 두고 있다는 점도 되짚어 봐야 한다. 물론 복지제도에 의존하는 것을 줄이고 열심히 일해서 자신의 생활을 경제적으로 영위할 수 있는 것이 좋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서민들이 열심히 일하지 않기
때문에 빈곤해지는 것은 아니다.![]()
최근 부당한 국민기초생활 수급자를 색출하기 위해 부양의무자에 대한 일제 조사를 벌이고 수급자격을 박탈하는 과정에서 자살사건이 발생했다. 어느 장애인의 부모가 자녀의 장애에 대한 의료비 지원이 부모가 있다는 이유로 거부되는 상황에서, ‘자식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자살한 사건도 바로 얼마 전의 일이다.
우리나라는 근로의지가 매우 강한 나라 중 하나다. 현재의 서민 빈곤이 근로의지의 문제는 분명 아니다.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경제적인 양극화 구조가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서민복지의 패러다임은 기본적으로 이 양극화에 대한 대응의 차원에서 이루어져야지, ‘일을 강조’하는 전근대적 의식개혁이나 국민을 계도하려는 방식으로 접근해서는 곤란하다.
복지급여를 부당하게 수급하는 도덕적 해이의 문제에 대처하고 서민복지 프로그램에서 발생하는 누수를 방지하기 위한 복지효율성 제고는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현재 우리나라 서민복지가 당면한 근본문제라기보다 부차적인 문제라고 본다.
물론 우리나라의 복지도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서민복지의 수준은 일단 절대량 측면에서 너무나 취약하다. OECD 국가와 비교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이다. OECD 국가들이 우리나라의 현재 GDP와 유사한 수준의 시점과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현재 빈곤상황이 구조적 문제임을 인식하고 이에 맞는 국가적 서민복지의 패러다임을
구축해야 할 때다.
글·남기철 (동덕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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