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아버님! 저 왔어예!”
대구시 달서구 독거노인원스톱지원센터 소속 노인돌보미 이정선(54)씨가 달서구 상인동의 상인비둘기2단지 아파트의 전응세(91) 어르신 집을 들어서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이씨는 지난해 7월부터 매주 한 번씩 홀로 사는 전 어르신을 찾아 건강상태며 생활여건을 살피고 필요한 지원을 주선하는 돌보미다.
이씨는 “‘어르신’이라고 호칭하면 아무래도 거리감을 느끼시기 때문에 아버님이라고 불러 드린다”고 귀띔했다.
지난 2006년 이곳으로 이사 온 지 1년 만에 아내를 잃은 ‘아버님’의 ‘절친’은 화투다. 매일 담요 위에서 만지작거리니 화투 모서리가 하얗게 닳았을 정도다. 지난 2006년 이곳 영구임대아파트로 이사온 전 어르신은 “어쩌다 동네 노인정에 나가도 10원짜리 화투에 핏대들을 세우는 통에 재미없어 못 나가”라며 고개를 저었다.
어르신 슬하에 4남매가 있지만 매주 와서 어르신의 이것저것을 챙겨 주는 이씨는 또 다른 가족이다. 올 장마가 끝난 이후 가장 더운 날 어르신을 찾은 이씨는 폭염에 대비해 유의해야 할 점들을 꼼꼼하게 알려 드렸다.
“아버님, 더운 날에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 사이 절대 어디 가지 마시고 집에 계셔야 해요.”![]()
이씨는 현관문을 열어 놓고 선풍기는 바람이 드나드는 곳에 둘 것, 갈증 날 때 달달한 음료를 지나치게 많이 마시지 말 것, 덥다고 갑자기 찬물을 몸에 끼얹지 말 것 등을 당부했다. 이씨가 이처럼 전 어르신에게 폭염 주의사항을 알려 드린 것은 최근 폭염으로 전국에서 노인 3명이 사망하는 등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대구는 예전부터 여름철 폭염으로 유명한 도시. 특히 달서구는 전 어르신과 같이 홀로 사는 노인인구가 대구에서 가장 많다(약 9천2백명). 바로 이곳 비둘기아파트에서도 정 어르신과 같은 동에 홀로 살던 노인이 폭염 중 문을 걸어 잠그고 지내다 사망해악취가 난 뒤에야 발견된 일도 있었다.
달서구 노인종합복지관의 김무현 복지사는 “최근 들어 노인들 가운데 폭염사망자가 늘어나면서 여름철에는 노인돌보미들을 대상으로 폭염대비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며 “노인돌보미 한 명이 돌봄을 맡는 어르신이 규정상 25명이지만 실제로 그 이상의 인원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이씨의 경우도 어르신 27분을 돌보고 있다. 지난 2007년부터 노인돌보미로 일해 온 이씨는 나름의 폭염대비 노하우도 갖고 있다.
“어르신들께 1천원짜리 접이식 부채를 하나씩 사 드려서 외출할 때 들고 가시라고 해요. 할머니들께는 평소 들고 다니시는 가방 안에 물병을 넣어 외출하시라고 하죠.”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이상기온으로 우리나라에서의 기온이 올라가면서 특히 여름철(7~8월) 폭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1994년 유례없는 폭염으로 8백99명이 초과사망하기도 했다. 초과사망자는 65세 이상 인구에서 전년 대비 75.3퍼센트 증가했다. 지난해 폭염 관련 사망은 8건이다.
이처럼 폭염이 새로운 건강위험 요인으로 부각됨에 따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는 본격적인 올 무더위를 맞아 국민들에게 폭염 기간 중 특히 낮시간에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충분한 휴식과 수분 섭취를 할 것을 강조했으며, 폭염피해가 의심되는 경우 즉시 의료기관에 내원토록 알렸다.![]()
질병관리본부는 폭염이 집중되는 12~17시 사이에는 되도록 실외활동을 자제하고, 특히 고령자와 독거노인, 어린이, 야외근로자, 만성질환자(고혈압, 심장병, 당뇨, 투석 등)는 폭염에 더욱 취약할 수 있으므로 온열질환자 발생이 의심되면 즉시 1339나 119로 연락하여 응급처치를 받도록 당부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난 6월 말까지 폭염경보 발령상황을 신속하게 전파하기 위해 재난문자시스템에 노인돌보미 정보 등록을 마쳤으며, 시·군·구별로 ‘무더위 쉼터’도 운영 중이다. 또 노인돌보미들을 대상으로 노인들의 여름철 건강관리법과 응급처치요령 등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복지사나 노인돌보미가 아니어도 작은 관심만으로 폭염 속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홀로 사는 어르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바로 지난 1월 보건복지부가 시작한 ‘독거노인 사랑잇기’ 사업이다.
1:1로 안부 확인 전화를 하는 ‘사랑잇는 전화’, 그리고 자원봉사자가 직접 방문해 보살펴 드리는 ‘마음잇는 봉사’를 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지난 7월 6일 현재 32개 기관 2만2천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한편 정부는 폭염에 방치될 노숙인들의 건강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 5월 보건복지부, 경찰청, 소방방재청 등으로 ‘노숙인제도개선TF’를 구성하고 ‘노숙인 현장대응반\'을 운영 중이다. 오는 9월까지 활동하는 ‘노숙인 현장대응반’은 역사 주변, 공원, 교각 등지에서 상담활동과 긴급지원에 나선다.
“종일 홀로 TV나 보다 누군가 이렇게 얘기를 나눠 주면 일 년을 더 살아갈 힘이 생기는 것 같아요.” 상인 비둘기아파트 전 어르신의 절실한 말씀이었다.
글과 사진·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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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