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음복(飮福)’이라는 말이 있다. 요즘은 제사를 마친 제꾼들이 제수(祭需)와 제주(祭酒)를 먹으며 조상들이 내리는 복을 나누는 것으로 의미가 굳어졌지만, 원래 음복은 잔치가 끝난 뒤 하늘에서 내린 복에 감사하며 잔치에 참여한 이웃들과 음식을 나누어 먹는 것을 뜻했다.
미국에서는 11월 넷째 주 목요일이 추수감사절(Thanks Giving Day)이다. 추수감사절은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신대륙 미국에 정착한 영국 청교도가 이듬해 11월 추수를 마치고 3일간 축제를 연 데서 유래한다. ‘Thanks Giving’이라는 이름처럼 하늘에서 내린 복에 감사하며(thanks) 경작법을 가르쳐 준 인디언들을 초대해 야생 칠면조(turkey)를 잡아 나눠 먹었다(giving). 즉, 복을 나눈 것이다. 이후 칠면조 요리는 추수감사절의 단골메뉴가 됐고 그래서 이날을 ‘터키 데이(Turkey day)’로 부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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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인구는 67억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10억명은 비만·과체중이고 또 다른 10억명은 굶주리고 있다. 2006년 캐나다 밴쿠버에서 세계의 지도자들이 바로 이 문제, ‘누군가는 너무 배가 부르고 다른 누군가는 너무 배가 고픈 문제’를 고민하기 위해 모였다.
이 자리에서 뜻있는 몇이 “세계를 감동시킬 아이디어를 내 보자”며 지혜를 모아 ‘테이블 포 투’(Table for two)라는 개념을 만들었다. 배부른 사람이 자신의 먹을 것에서 배고픈 사람을 위한 몫을 떼어내 모두가 행복한 식탁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바로 자신들의 밥값에서 25센트씩을 걷었다.
우리 돈으로 약 3백원. 이 돈으로는 요즘 껌도 하나 못 산다. 그러나 이 작은 돈이면 아프리카 어린이 한 명이 학교에서 먹는 하루 급식 값을 해결할 수 있다. 아프리카 어린이만이 아니다. 그 돈으로 북한 어린이들의 배를 불릴 옥수수빵을 하나 만들어 줄 수 있다.
잔치 음식을 이웃들과 나누어 먹던 우리 조상들의 잔칫상, 미국을 세운 건국의 조상들이 인디언들을 초대해 칠면조 구이를 나누던 식탁, 밴쿠버에 모인 지도자들이 25센트씩을 거두어 만든 ‘테이블 포 투’. 모두 자신들이 받은 복을 나누는 식탁이었다. ‘나눔’은 거창하고 어려운 말 같지만 그렇지 않다. 자신이 먹는 것을 이웃과 함께하는 것이 나눔의 시작이다.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나누는 식탁이 복지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브라질의 신학자 레오나르도 보프는 이런 말을 했다. “누군가와 식사를 함께하는 것은 자기 존재를 확장시키는 일이다. 타인과 함께 식사를 나누는 만큼 자신의 존재는 확장된다.” 나눔이란 결국 나의 것이 없어지고, 그래서 내가 축소되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만큼 내가 확장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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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의 나눔과 기부는 21세기에 맞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그동안의 나눔과 기부는 ‘가진 자’가 ‘가지지 못한 자’에게 일방적으로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이러한 기부는 많은 문제와 한계를 드러냈다. 이제는 일방적인 ‘자선’으로서의 기부에서 벗어나 자신이 가진 재능을 함께 나누고,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기부가 필요하다.
1980년대까지는 ‘국가주도형’ 구호단체 중심의 단순원조 활동이 주를 이루었고, 1990년대에는 지방자치제도의 시행에 맞춰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시작으로 ‘시민참여형’으로 진화했다. 최근에는 삶의 질이 향상됨에 따라 봉사활동을 통해 생활지원, 정서적 감동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재미와 전문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재능 나눔형’으로 변화하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프로 보노’, 즉 재능기부다. 프로 보노는 ‘공익을 위하여’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프로 보노 푸블리코’(Pro Bono Publico)의 약어로, 처음에는 미국 변호사들의 공익활동을 칭했다.
21세기형 자원봉사인 프로 보노는 수평적이고 상호 보완적인 봉사활동이며 모두가 나눔의 주체가 되는 행복한 나눔이다. 또한 누구나 주고받을 수 있는 즐거운 기부인 동시에 나눌수록 자신의 존재가 확장되는 기부다.
프로 보노가 성공할 수 있었던 내적 동기는 자기 재능을 통한 ‘봉사’와 그 과정의 자발적 자기 서비스화, 그리고 그 결과로 얻는 만족감이다. 이 행복한 매커니즘이 사람들을 재능 나눔으로 이끈다. 그러므로 프로 보노의 전 과정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자신의 재능을 통한 봉사로 얻는 기쁨’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받는 사람이나 주는 사람 모두가 기쁨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다.
십시일반(十匙一飯)으로 모인 재능들이 사회를 밝게 만들고 있다. 십시일반은 ‘열 숟가락, 한 밥그릇’이다. 열 사람이 자신의 밥그릇에서 한 숟갈씩만 덜어도 한 사람 몫의 밥그릇이 가득 찰 수 있다는 뜻이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을 돕기 쉽다. 하늘에서 받은 여러 복을 자신만을 위해, 자신이 먹을 식탁만을 위해 사용하지 말고, 다른 사람과 나누기 위해, 아니 나눔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장하는 행위인 기부에 더욱 많은 사람의 동참을 기대한다.
글·이만식 (장로회신학대학교 사회복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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