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청년실신’ ‘알부자족’ ‘삼포세대’… 아르바이트 전문 포털 ‘알바인’이 지난 9월 공개한 20대의 세태를 반영한 신조어 모음들이다.
인터넷 신조어 ‘떡실신’을 연상케 하는 ‘청년실신’은 ‘청년 대부분이 졸업 후 실업자나 신용불량자가 된다’는 뜻이다. ‘알부자족’은 알바(아르바이트)로 부족한 학자금을 충당하는 학생들에 대한 반어적 표현. ‘삼포세대’란 경제적인 이유로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세대란 뜻이다.
세태 반영 신조어는 외환위기 이후 상시 구조조정 압박에 시달리는 3040세대용도 있다. ‘삼초땡(30대 초의 명예퇴직)’, ‘삼팔선(38세가 되면 퇴출 대상)’, ‘오륙도(50~60대까지 회사 다니면 도둑놈)’ 등 묵은 신조어 외에 ‘생선시리즈’를 추가해야 한다. ‘조기(조기 퇴직)’, ‘명태(명예 퇴직)’, ‘황태(황당 퇴직)’에 ‘알 밴 명태(퇴직금 두둑이 챙긴 명예 퇴직)’며 ‘생태(끝까지 버티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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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신조어들을 통해서도 취업과 조기 퇴출로 인한 어려움을 엿볼 수 있는 2040세대는 최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통해 비슷한 정치적 목소리를 내면서 한국 사회의 새로운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한상완 상무(경제학 박사)는 50대를 전후로 한 ‘세대 간의 갈등, 온라인·오프라인의 갈등, 제도권 대 비제도권의 갈등’으로 이번 선거 결과를 분석했다.
그렇다면 2040세대는 취업과 퇴출 이외에 5060세대와 다른 어떠한 고민들을 안고 있을까. 문화체육관광부가 전국의 20대 대학생과 취업준비생, 기취업자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년세대 여론조사 결과보고서(2010년 10월)’를 보자.
20대의 가장 큰 관심사는 역시 ‘취업(응답자의 80퍼센트)’이었다.
대기업을 선호하지만 현실은 이를 포기하거나, 대안으로 공무원 등 안정된 직장을 원했다. 취업자들도 더 나은 직장으로의 이직을 꿈꾸고 있었다. 본인 노력만으로 집 구입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65퍼센트)였다.
3040세대는 퇴출 불안 외에도 주거와 자녀교육비 등이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05년에서 2010년 사이 30대 가구주의 자기 집 거주 비율은 39.3퍼센트에서 36.8퍼센트, 40대의 경우 57.3퍼센트에서 52.3퍼센트로 낮아졌다. 집을 마련한 3040세대도
‘하우스푸어’인 경우가 적지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0대의 20.1퍼센트, 40대의 21.5퍼센트를 하우스푸어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 9월 29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1백가구 중 8가구는 연소득의 40퍼센트 이상을 원리금으로 상환하는 과다채무 가구이고, 이들 가운데에는 자녀교육비 지출이 가장 큰 연령대인 40대 비중이 가장 높았다.![]()
흔히 ‘58년 개띠’로 대표되는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는 올해부터 본격 퇴직을 맞이해 수입 감소로 인한 급격한 삶의 질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50~54세 남성의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은 1996년 30명을 넘고 1998년 외환위기 이후 48.5명을 기록하다 꾸준한 증가세에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층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세대갈등은 어느 나라, 어느 시기나 있었던 해묵은 테마이고, 지금 우리 사회 어느 세대나 나름의 고충을 안고 있다. 그런데도 최근 세대갈등이 두드러지고 있는 배경에는 외환위기 이후 저성장이 지속된 가운데 자산 보유의 양극화가 심화됐고, 자산 보유가 앞서 고성장의 혜택을 누린 세대에 몰린 데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상은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은 지난 9월 발표된 ‘한국에서 자산빈곤의 변화추이와 요인분해’란 연구논문에서 “1999년과 2008년 사이 평균 자산액은 7천9백78만원에서 1억6천8백53만원으로 2.1배 증가했다. 그러나 중간 수준의 자산을 가진 가구들은 제자리인 반면 자산이 아주 적거나 매우 많은 가구들은 2008년에 더 많다”며 자산 양극화를 지적했다. 자산 양극화 주요 원인으로 꼽힌 것은 외환위기 이후의 부동산과 주식 가격 급등이다.
이러한 자산 양극화와 이로 인한 세대갈등은 우리나라 문제만은 아니다. 최근 청년층이 ‘1퍼센트’의 탐욕을 비난하며 시작된 월가 시위가 발생한 미국의 경우 2000년 후반 가구 중위 소득의 50퍼센트 미만인 하위 소득계층의 비중이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17.3퍼센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복지서비스연구실의 임성은 전문연구원은 “198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후반을 비교하면 OECD 국가의 4분의 3에서 소득불평등이 확대되어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불평등 심화는 사회, 국가, 세계를 이분화시키며 세대간의 이동을 억제하고, 유능하면서도 근면한 사람들이 그에 상응한 보상을 받지 못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며 각국 정부의 대응을 촉구한 바 있다.![]()
경상대 사회학과 박재흥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세대담론은 1970년대 청년문화 담론, 1990년대 신세대 담론, 2002년 정치적 세대 담론, 2007년 이래 경제적 담론으로 주제와 성격이 변화해왔고 일자리를 둘러싼 세대 경제갈등은 노동시장정책, 거시경제정책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회통합과 발전의 견지에서 보는 세대갈등은 부조리나 모순을 드러내 대안을 모색하게 하고 민주적인 시민사회 기풍 조성에 기여하는 순기능도 갖는다. 다만 특정 세대에 대한 낙인찍기는 분열의 골을 심화시키고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으므로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제 세대갈등이란 공은 우리 모두에게 던져졌다. 분열을 극복하고 한 차원 높은 사회로 전진하는 순기능을 이끌어내도록 하는 과제 역시 우리 모두 안게 된 셈이다.
글ㆍ박경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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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