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 7월 6일(현지 시각) IOC 총회가 열린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의 국제컨벤션센터. 이명박 대통령이 프레젠테이션을 위해 단상에 섰다.
“지난 1948년 당시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였고, 정부도 수립되지 않았지만 제5회 생 모리츠 동계올림픽에 참가하였습니다. 세 명의 스케이트 선수와 코치 한 명, 임원 한 명을 스위스 생 모리츠로 보내기 위해서 온 국민이 성금을 모았습니다.
그로부터 불과 40년 후 우리는 1988년 서울 하계올림픽을 개최하는 영광을 누렸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2018 동계올림픽 과정에서 대한민국이 한 모든 약속을 반드시 지킬 것”이라고 다짐하면서 IOC 위원들에게 평창지지를 호소하는 것으로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IOC 위원들은 95표 중 63표라는 압도적 다수표로 이명박 대통령의 호소에 응했다. 2007년 과테말라시티 IOC 총회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소치 동계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서 쐐기골을 넣는
역할을 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남아공으로 향하는 전용기 안에서도 17시간 내내 프레젠테이션 연습을 했다. 이 대통령 스스로 “목이 아플 정도로 연습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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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7월 2일(현지시각) 오후 남아공에 도착한 이후에도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강행군을 계속했다. 2일 오후에는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부터 유치 관련 보고를 받았다.
다음 날인 3일에는 내부전략회의와 프레젠테이션 리허설에 참석해 원어민 전문가들과 함께 강도 높은 연습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주어진 시간 안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면서 “기회가 왔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시작한 이상 혼신의 힘을 다하자”면서 관계자들을 독려했다. 한 참모가 대통령의 목상태를 걱정하자 이 대통령은 “목은 걱정할 것 없다.
목소리가 갈라져도 진정성을 갖고 설명하면 감동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이명박 대통령은 더반 리버사이드호텔에 마련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 현장본부를 찾아 홍보대사인 모태범 이승훈 최민경 이상화 정준호 등을 격려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3~5일에는 ‘부동층(浮動層) IOC 위원’들을 집중 접촉했다. 접견시 이명박 대통령의 자서전을 들고 온 IOC 위원에게는 친필서명을 해 주었다. 이 대통령은 IOC 총회 개막식과 리셉션에도 참석해 표심을 잡기 위해 노력했다.
바쁜 일정 때문에 빵으로 끼니를 때우는 일도 잦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번에도 아프리카가 어떻게 생겼는지 구경도 못하고 가는구나”라고 참모들에게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런 이명박 대통령을 두고 경쟁지인 뮌헨과 안시 측 관계자들은 ‘인상적’(impressive)이라며 감탄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더반에서 만날 IOC 위원들에게 맞는 ‘맞춤형 발언’을 준비했다가 적절히 사용해 해당 위원들을 감동시켰다. 이를 위해 이 대통령은 더반에서의 내부전략회의에서도 과거 아시아수영연맹 회장, 국제수영연맹(FINA) 집행위원, 현대그룹 계열사 CEO, 서울시장으로 활동하면서 인연을 맺었던 체육계 인사들과의 에피소드 등을 일일이 메모하면서 전략을 구상했다고 한다.
이런 ‘맞춤형 외교’는 이명박 대통령 정상외교의 특징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과거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에도 판에 박힌 선물 대신 개 목줄을 선물했다. 부시 대통령이 애견가라는 것을 알고, 직접 고른 목줄이었다. 부시 대통령이 크게 감격한 것은 물론이다.
IOC 위원들에게 평창 지지를 호소하는 친서를 보낼 때에도 이명박 대통령은 철저하게 ‘맞춤형 외교’ 전술을 구사했다. 천편일률적인 내용이 아니라 IOC 위원들의 개인적인 관심사항과 친분관계를 반영한 ‘사람 냄새가 나는’ 편지를 보냈다.
친서를 전달할 때에도 우편으로 전달하지 않고 해당국에 나가 있는 우리 대사나 특사를 통해 전달했다. 편지는 해당국 언어 번역본과 한글 원본을 함께 보내 성의를 보였다.
이명박 대통령은 IOC 위원들과의 전화통화에도 정성을 쏟았다. 상대방의 시차를 고려해 밤 11시에 전화를 걸기도 했다. 회의 도중에 IOC 위원의 전화가 걸려 오면 잠시 자리를 떠서 전화를 받았다.
10여 차례 통화를 시도한 후 전화가 연결된 경우도 있었다. 우리측 전화를 피하던 한 IOC 위원에게는 4번째 전화통화 시도 때 “대한민국 대통령입니다. 꼭 통화하고 싶었는데 연결이 잘 안돼 메시지를 남깁니다”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결국 이 대통령은 그 IOC 위원과의 통화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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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이후 이명박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에는 거의 매번 ‘잠시 사라지는’ 비공개 일정이 포함됐다. 해당국 IOC 위원이나 유력인사를 만나 평창 지지를 호소하기 위한 시간이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사회 일각의 비난을 무릅쓰고 2009년 12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을 사면했다. 이 대통령은 나중에 국무회의에서 “세번째 도전에 나서는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반드시 유치하기 위해서는 이 전 회장의 IOC 위원으로서의 활동이 꼭 필요하다는 체육계 전반, 강원도민, 경제계의 강력한 청원이 있어 왔다”고 말했다.
그 밖에 이명박 대통령은 동계종목 선수들에게도 하계올림픽과 같은 수준의 포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등 동계스포츠 육성에 노력을 기울였다. 작년 3월에는 동계올림픽 및 장애인 동계올림픽 대표단을 청와대로 초청해 격려했다.
일부 청와대 참모들은 만약의 경우의 정치적 부담을 고려해 “유치가 안될 수도 있으니 너무 나서지 마시라”고 했다는 얘기도 있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88올림픽 유치 당시 현장에서 뛰었던 경험을 얘기하면서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정말 좋은 환경이다. 최선을 다해야 후회가 없다”고 참모들을 독려했다고 한다.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이명박 대통령의 이 같은 열정은 근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7년 대선을 한 달 앞둔 11월 15일 강릉빙상경기장을 찾은 자리에서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새 정부의 핵심적인 국정과제로 설정하고 범국가적 지원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때 지역 어린이 아이스하키팀으로부터 하키 스틱을 선물받은 이 후보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해서 반드시 이 스틱을 갖고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이 된 후인 2009년 11월 다시 평창을 방문한 이 대통령은 유치위 관계자와 동계종목 선수들을 격려하면서 2018동계올림픽 유치를 다짐했다.
지난 2월 IOC 실사단이 방한했을 때에도 직접 평창을 찾아가 실사단에게 동계올림픽 유치 의지를 전하고, 유치위 관계자들에게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를 국가적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출국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은 유치위 단복을 착용했다. 전용기 출입문에는 대통령을 상징하는 봉황 문장 대신 평창유치위 엠블럼과 깃발을, 비행기 탑승계단인 스텝카에는 ‘Pyeongchang2018’ ‘New Horizons’라는 슬로건을 부착했다. 반드시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유치라는 약속을 지켰다. 유치위 관계자들을 비롯한 많은 이들의 노력과 강원도민을 비롯한 국민들의 성원 덕분이기도 하지만, 이명박표 ‘맞춤형 외교’의 승리이기도 했다.
글·배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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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