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문화/생활

우주시대 선도할 젊은 인재 무럭무럭




“다른 학교 다니는 또래 친구들에 비해 공부 스트레스가 적어요. 고3이 되어도 주말이면 친구들과 여행을 가죠. 시험기간에는 학교공부에 매달리지만, 평소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해요. 전공분야 자격증을 따기도 하고, 사진이나 요리, 커피에 대해 공부하는 친구도 있어요.”

경남 진주시 금산면 공군교육사령부 내에 위치한 공군항공과학고등학교(이하 항공과학고) 3학년 정혜림(19)양은 여느 학교와의 차이를 묻는 질문에 다부진 목소리로 답변했다.

항공과학고는 원래 공군에 필요한 기술인력을 배출하기 위한 학교로, 1969년 공군간부학교로 개교했다. 최근 고졸취업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올해 마이스터고로 변환개교했다.

졸업생 전원이 공군의 항공기술 부사관으로 7년간 의무복무한다는 기존규정은 변하지 않았지만 무선통신공학, 항공기계요소 같은 과목이 늘어났고, 국가기술자격증 필수취득 같은 졸업인증제도가 신설됐다. 우수 신입생 선발을 위해 창의·적성 실기평가와 국가유공자, 사회배려대상자에 대한 특별전형도 도입됐다. 더 나은 교육환경 제공을 위해 기숙사 리모델링도 진행 중이다.




항공과학고를 졸업하고 7년간 공군 부사관 의무복무를 마치면 희망에 따라 계속 군에 남거나 관련분야 민간기업에 취업해 경력을 이어나갈 수도 있다. 또 자기 계발을 원할 경우 부사관 임관 2년차부터 야간 대학을 다닐 수도 있다. 이 경우 등록금의 70퍼센트 이상을 국비 지원한다.

입학생 전원이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기숙사비, 등록금, 학습기자재, 식사, 교복 등 교육에 관련된 비용이 전액 국비 지원된다는 점도 매력이다.

김진식 항공과학고 교장(대령)은 “항공과학고는 사실 마이스터고 지정 이전부터 해당 요건을 모두 갖춘 셈”이라면서 “우리 때만 해도 기술학교는 집안이 어려운 학생들이 간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에는 확실한 꿈을 가진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공기계과 3학년 이준기(19)군은 “항공정비 분야에서 일하고 싶어 항공과학고에 들어왔다”면서 “비행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엔진이다. 엔진을 비롯해 항공기 기관을 정비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공부하고 있다. 졸업한 선배들도 그렇다”라고 말했다.

항공과학고는 매년 1백50명을 모집하며, 학년당 6개 학급으로 정원의 10퍼센트를 여학생으로 선발한다. 지난해 모집에는 2천3백명이 몰려 15.3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지원자들은 보통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입시를 준비하며, 입학생 중에는 재수한 학생들도 적지 않다. 매년 7월 내신으로 1차 접수한 뒤 국어·영어·수학·과학·국사 과목에 대한 본고사를 치르고 최종 면접을 통과해야 합격한다.


전국에서 지원자가 몰리다 보니 이색 사연을 지닌 입학자도 눈에 띈다. 이번 학기 신입생인 김기홍(18)군은 일반 고등학교를 한 학기 다니다 재수해 항공과학고에 입학했다. 김군은 “직업군인이 되고 싶은 꿈도 있었지만 일찌감치 진로를 결정하고 자기 계발에 매진하고 싶었다”고 입학 이유를 설명했다.

신입생인 하정윤(17)양은 오빠 하성우(18)군과 나란히 입학했다.

오빠가 한 해 재수해 같은 해 입학하게 된 것이다.

항공과학고 학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전공에 따라 2~5개씩 자격증을 들고 나간다. 처음으로 여학생을 받아들인 2008년 입학생을 대상으로 이들의 졸업 당시(2011년) 실시한 조사에서 전체 1백50명 중 1백41명이 전공 관련 4백53개 자격증을 취득함으로써 1인당 3.21개의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9명은 중도에 진로를 변경했다.

한편 항공과학고 졸업생 전원이 공군 부사관으로 의무복무하지만, 이처럼 중도에 진로를 변경하는 학생도 있다. 학교 측에서는 이들을 위해 전문인력으로서 스스로 진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심리학을 전공한 상담교사를 두고 학생들의 생활·진로에 대한 고민 해결도 돕고 있다.

글과 사진·남창희 객원기자


항공과학고에는 재미난 사연을 지닌 학생들이 많다. 쌍둥이 형제가 서로 다른 학년으로 다니는 경우도 있다. 바로 이성수ㆍ성민 형제다.

경기도 안양에서 온 형제는 1994년생 쌍둥이. 2010년 함께 항공과학고 입학시험에 응시했지만 형은 붙고 동생은 떨어졌다. 동생인 성민군은 다시 1년을 더 공부해 2011년 합격했고, 18년 동안 ‘야, 자’ 하던 일란성 쌍둥이는 지난해 상급생과 신입생으로 한 해를 보내야 했다.



“불합격으로 실망스럽기는 했지만, 다시 준비를 해서 이곳에 오게 됐어요. 그래도 형이 먼저 들어와서 도움이 많이 됐죠. 형이 ‘이 과목에서는 이런 내용을 배우고 어떠어떠한 게 중요해’라고 미리 말해주니 적응이 빨랐죠. 형이 공부가 좀 약해서 성적향상에는 별 도움이 안 됐지만요.”

동생 성민군의 폭로성 발언에 형 성수군이 겸연쩍다는 듯 씩 웃었다. 형만한 아우 없다고 했던가. 입학이 1년 빨랐던 형은 동생의 알찬 학교생활을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제가 반장을 해보니 많은 학생들과 친해질 수 있고 더 넓은 시야에서 문제를 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동생에게 꼭 임원을 해보라고 했어요.”

동생은 형의 충고에 따라 1학년 때는 학년대표를 맡았고 2학년 때는 반장을 맡고 있다. 두 형제의 애로사항은 서로 얼굴보기가 힘들다는 것뿐.

“형이 2학년 교실로 오면, 친구들이 저로 착각해 장난을 치죠. 때리기도 하고. 형은 그게 싫어서 잘 안 와요.”

사실 동생 성민군은 항공과학고 입시에 실패한 뒤 다른 특성화고에 입학했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님께 큰 부담을 드리는 것 같아 죄송했다고 한다.

“저희 집안 형편이 넉넉지 않거든요. 성민이가 재수할 때 제가 받은 월급으로 맛있는 것을 사주기도 했죠.”

둘은 마주보며 ‘그랬었지’라는 표정으로 웃음을 주고받았다. 10대다운 쾌활함과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이 함께 배어나왔다. 그래도 중학교 3학년이란 어린 나이에 고등학교 3년과 졸업 후 부사관 복무 7년까지 10년의 미래를 결정한 선택에 조금의 후회도 없었을까?

“사실 후회도 했어요. 이곳 생활이 생각했던 것과 똑같지는 않았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실무경험을 쌓으면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할 또 하나의 기회라고 생각해요.”(성수)

“저는 학교가 적성에 맞아요. 전공과목도 마음에 들고요. 수업 내용이 실무에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선생님들이 구체적으로 예를 들어주셔서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배울 수 있어서 좋아요.”(성민)

두 사람은 항공과학고에 와서 규칙적인 생활을 통해 건강해졌다고 말했다. 성수군은 “적응하니까 좋아요. 방학 때도 6시에 일어나요. 다른 학교에 다녔으면 안 그랬겠죠”라면서도 “그래도 매일 오전 6시에 일어나는 건 힘들어요”라며 살짝 하소연하기도 했다. 



지금 정책주간지 'K-공감' 뉴스레터를 구독하시고,
이메일로 다양한 소식을 받아보세요.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