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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나눔과 공생, 선진국들의 공통분모




지난해 미국의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는 올해의 인물 1위로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 회장과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을 뽑았다. 세계적인 부호들에게 재산의 절반을 사회에 기부하자고 설득한 것이 이유였다. 정부나 국제기구가 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부자들이 앞장서는 것이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알렸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회장은 개인 기부 순위 세계 1, 2위다. 가난한 나라의 질병 퇴치와 보건환경 개선에 대한 노력은 특히 높게 평가된다. 이들의 기부정신은 기부문화가 생활화된 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반대로 탄탄한 기부문화가 이들의 ‘통 큰’ 기부를 가능하게 했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기빙USA재단과 인디애나대 자선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기부액은 2천9백9억 달러(약 3백30조원)로 GDP의 약 2퍼센트에 달했다(우리나라는 2008년 기준 8.9조원, 0.54퍼센트). 특히 경제위기가 극심했음에도 전년에 비해 3.8퍼센트나 증가했다. 사후 유산기부는 무려 18.8퍼센트나 불어났다. 미국은 전통적으로 상위 기부자와 유산기부의 비중이 높다. 영국과 호주 등 영연방 국가들도 기부문화가 강하다. 2008년 기준 영국과 호주의 GDP 대비 기부금 비중은 0.73퍼센트와 0.69퍼센트였다.




영국은 1990년 기프트에이드(Gift Aid) 제도를 도입하면서 기부문화에 변화가 생겼다. 기프트에이드는 기부금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주는 제도다. 2008년 현재 전체 기부자의 40퍼센트가 이 제도를 활용했다. 특히 1백 파운드 이상의 고액 기부자들의 71퍼센트가 기프트에이드 제도를 통해 기부를 하고 있다. 세제혜택이 기부액 증가를 촉진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일본의 경우도 세제혜택과 기부의 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 일본의 기부금에서 법인기부 비중은 전체의 78.3퍼센트에 이른다(2006년 기준). 개인기부는 세금혜택이 거의 없어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전반적으로도 기부문화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2006년 기부액이 6천억 엔 정도로 경제규모에 비해 상당히 적은 편이다. 전통적으로 기부를 ‘돈자랑’ 정도로 여기는 문화가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회적기업은 사회 병폐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으로 평가된다. 국가가 할 수 없는 일을 보다 효과적으로 해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사회적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다. 특히 유럽의 국가들이 사회적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탈리아(1991년), 프랑스(2002년), 핀란드(2003년), 영국(2204년), 벨기에(2005년), 폴란드(2006년) 등 유럽 국가들은 1990년대 이후 잇달아 사회적기업 육성 법안을 마련했다. 각국의 상황에 따라 방식은 차이가 난다. 이 가운데 사회적기업이 가장 활발한 국가는 영국이다. 사회적기업연합(SEC)에 따르면 2009년 약 6만2천 개의 사회적기업이 80만명의 고용을 창출했다.

영국은 2004년 공동체이익회사법 등 사회적기업 관련법과 정책을 마련하고 제3섹터청을 중심으로 사회적기업을 적극 육성해 왔다. 영국의 사회적기업은 시장경쟁력을 중시하는 형태다. 사회적 과업을 수행하는 동시에 기업으로서의 기능도 수행하는 모델이다. 전체 매출의 80퍼센트 이상이 영업수익이고 20퍼센트 정도만 정부 지원을 받는다.

국가의 재정지원이 중요한 경우도 있다. 아일랜드처럼 고용을 중시하는 국가가 그렇다. 아일랜드 정부는 장기실업과 노동시장 소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기업을 활용한다. 장기실업자에게 보조금을 지급하고 이들이 지역의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회적기업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사회적기업이 장기적인 생존력을 가질 수 있도록 측면지원도 아끼지 않고 있다. 경영컨설팅과 교육, 교류와 협력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핀란드의 ‘국립사회적기업지원기구’, 벨기에의 ‘지역창업지원센터’, 영국의 ‘버밍엄 사회적기업협의체’ 등은 인큐베이팅과 컨설팅을 제공한다.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사회적기업 석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는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사회적기업 대표자, 노동조합과 사용자 단체 대표자, 정부 대표 등으로 구성된 ‘경제활동을 통한 고용통합 국가위원회’를 통해 교류와 협력을 증진시키고 있다. 영국의 ‘개발트러스트협회’는 사회적기업과 전문가를 엮어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고 있다.


독일은 중소기업이 강한 나라다. 중소기업의 영업이익률이 대기업을 앞지를 정도로 경쟁력이 뛰어나다. 대기업보다 앞서 혁신을 주도하는 것도 중소기업이다. 대기업을 앞설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나다 보니 대기업과의 거래는 수평적이다. 대기업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교류하고 협력한다. 대기업과 임금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독일의 중소기업들은 경쟁력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중소기업 간의 협력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여러 중소기업이 하나의 컨소시엄을 구성해 제품을 개발하고 대기업과 교섭력도 높일 수 있다. AKKU컨소시엄이 대표적이다.

AKKU컨소시엄은 프랑크푸르트 인근의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조직이다. 디자인, 제조, 조립, 포장 등을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들이 각자의 노하우를 모아 자동차 부품 모듈을 생산한다. 거래 대기업은 이를 환영했다. 모듈 상태로 부품을 제공받으니 여러 기업과 거래해야 하는 불편이 사라졌고, 생산공정도 단축됐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교섭력이 높아져 장기적인 거래를 확보하게 됐다. 참여기업들은 2년 반 동안 매출이 3배나 뛰었다.

AKKU컨소시엄의 성공이 알려지면서 프랑크푸르트 지역에는 유사한 컨소시엄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중소기업들의 네트워크 경제가 중소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높이고 대기업과 협력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유력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글·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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