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국회 한·미 FTA 토론에서 정부 측과 반대 측 간에 많은 쟁점이 제기되고 있다. 말이 끝장토론이지 토론을 통해 결론을 내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협정 자체의 폐기를 목적으로 온갖 억측을 동원해 끊임없이 쟁점을 제기하고 있어 토론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가 FTA 추진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게 된 계기는 동아시아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국가적 화두가 되었던 ‘개혁개방’을 가속화시키는 데 FTA를 가장 유용한 정책수단으로 평가하면서부터이다.
김영삼 정부에서 세계화를 추진했지만, 국내의 낙후된 제도와 규제를 손대지 못한 상황에서 태국발 외환위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쓰라린 경험이 작용했다.
우루과이라운드(UR) 여파로 반개방 정서가 확산된 당시의 국내 여건하에서 우리 정부는 원거리에 위치해 있고 경제규모가 작은 칠레와의 FTA를 먼저 추진하고, 본격적인 개혁개방을 위한 미국과의 FTA는 다음에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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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한·미 FTA 토론에서 경제효과, 의무사항, 협정이행을 위한 개정 법률의 개수 차이 등 여러 가지 쟁점이 제기되고 있다. 한·미 FTA의 본래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한·미 FTA를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쟁점을 어떻게 해석하고, 협정의 정신을 구현해 나가는가가 한·미 FTA의 성공에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다.
먼저 경제효과 추정에서 수출입 효과만을 볼 것이냐 개혁개방의 경제이익을 고려할 것이냐의 차이가 쟁점이다. 우리 입장에서 보면, 규제완화를 포함한 우리 경제 선진화의 혜택을 미국과의 FTA 경제이익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간주해야 한다.
정부가 추정한 한·미 FTA 경제효과가 장기적으로 GDP 5.66퍼센트 증가하는 것은 경제시스템 선진화를 통한 생산성 향상이고, 반대론자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무역효과만을 분석하고 있다.
둘째, 미국보다는 우리가 지켜야 할 협정상의 의무사항이 더 많다는 지적 역시 개혁개방 관점에서 봐야 한다. 누가 보더라도 미국보다는 우리나라가 비합리적인 규제를 더 많이 갖고 있고, 이를 개혁하기 위해 다른 국가의 사례를 참조하여 협정을 타결하였다.
따라서 우리나라만이 지켜야 하는 의무사항이 있게 되었는데, 반대론자들은 이를 차별적인 사항으로 간주하고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로 개선시킨 제도를 형편이 어려워졌다고 개악하는 것을 허용하면 경제 선진화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FTA는 있으나마나 한 협정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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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2일(미국 시각) 미 의회는 한·미 FTA 이행법 비준으로 협정 이행을 위한 절차를 완료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양국이 서명한 협정문 전체를 비준하고, 협정 이행을 위해 23개의 법률을 개정해야하는 점을 들어 불평등한 협상을 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의회가 통상정책권한을 보유하고 있어 이행법과 행정조치계획(SAA)에 모든 사항을 담게 되므로 개정 법률 개수로 유·불리를 따질 사안이 아니고, 입법체계의 차이점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또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경제제도 선진화를 위해 우리나라가 더 많은 규제를 고쳐야 한다.
한·미 FTA 협상이 타결되었던 2007년 4월 국내 통상학자들은 한·미 FTA가 포괄적이며 높은 개방수준으로 타결된 점을 환영하면서도 의료와 교육 서비스가 협정에서 제외된 점을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평가했다. 반대론자들의 주장대로라면, 이들 분야가 빠진 것은 잘된 것이고, 협정이 부실할수록 더 높게 평가할 것이다.
감기약 수퍼 판매 허용 문제로 우리나라에서 규제완화가 얼마나 어려우며, 이익단체가 여야 국회의원의 생각을 바꿀 정도로 강력한 로비력을 가지고 있음을 목격할 수 있었다.
외국에서는 수퍼에서 살 수 있는 감기약을 우리나라에서도 인근 수퍼에서 간편하게 살 수 있도록 허용하는 문제가 이렇게 어려운데, 의료와 교육 개혁은 어떻겠는가? 이들 분야를 미국과의 FTA에 포함시켜 개혁하기를 바랐던 것이다.
성공적인 한·미 FTA를 위해서는 하루라도 빠른 시일 내 한·미 FTA를 이행해야 할 것이다. 한·미 양국이 내년 1월 1일 이행을 목표로 설정했는데, 이달 중 우리 국회의 비준 없이는 어려울 수 있다.
끝장토론이 비준 지연의 빌미가 되지 않도록 토론을 진행해야 할 것이다.![]()
FTA 자체 및 협정의 정신을 적극 이행해야 한다. 관세 철폐로 인한 무역확대 이익은 협정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규제완화와 개혁조치를 적극 추진해 나가야 한다. 어렵더라도 우리 경제에서 가장 뒤처져 있는 의료와 교육을 개혁해 나가야 하고, 노동문화 등 투자환경과 소모적 논쟁을 일삼는 정치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협정의 이행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업종에 대한 합리적인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22조원의 농업 분야 지원예산은 농업경쟁력 강화 및 농업인들의 사회안전망 강화에 집중돼야 하고, 예산낭비가 없도록 관련 당국의 관리강화가 필요하다.
그동안 무역피해는 농업 위주로 논의되었으나, 미국, EU 등과의 FTA에서는 중소기업과 서비스 업종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무역조정지원제도(TAA)를 현실에 맞게 고쳐나가야 할 것이다.
글·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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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