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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지역발전을 위해 거창한 ‘선도사업(flagship project)’에 사활을 거는 사례들을 종종 접하게 된다. 야심차게 기획한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고, 이는 곧 국가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는 것이 그런 사업의 추진 논리다. 그러나 지역발전의 궁극적인 목표는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다.

삶의 질을 이루는 요소는 매우 다양하다. 소득, 주거, 교통, 교육, 보건의료, 문화, 자연환경, 공동체 화합 등이 모두 관계된다. 그러니 단시일 내에 정부 지원사업 몇 가지로 지역 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성과를 거두기는 어렵다. 지역 구성원 스스로가 삶의 질 개선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갖고 합심해서 움직일 때 정부의 정책 지원 효과가 증폭되는 법이다.

주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고자 정부가 역점을 둬야 할 지역정책 방향은 어떤 것일까. 무엇보다도 소프트웨어 분야 사업을 중시해야 한다. 정부가 번듯한 문화체육 시설이나 공연 시설을 지어 준다고 주민의 실질적인 삶의 질이 나아지지는 않는다. 운영관리 프로그램 없이 만들어진 하드웨어 사업이 갖는 폐해는 전국에 산재한 유휴 시설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전의 지역개발 사업이 시설 조성에 매진한 데 비해 이제는 시설을 운영해 갈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을 채우는 데 주력해야 한다. 특히 주민의 소득, 문화, 여가, 복지 등에 관련되는 프로그램 말이다.

올해부터 예산이 본격 지원되고 있는 지역발전위원회의 창조지역사업에 그런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또 지역사업은 중앙정부보다 지방 주도로 추진하게 해야 한다. 지역마다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현안이 다르므로 지역이 원하는 것은 지역이 잘 알아서 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우선 포괄 보조금 제도를 도입했다. 유사 사업을 통합하고 사업의 ‘꼬리표’를 떼서 시·군이 원하는 사업을 재량껏 추진할 길을 연 것은 고무적이다. 지방재정 분야의 숙원이던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를 도입했으며, 지역상생발전기금을 조성해 지방 발전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리고 지역 간 협력이 더욱 단단해져야 한다. 이웃 지자체 간의 소모적인 경쟁에서 벗어나는 것이 주민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인접한 시설을 공동 이용한다든지 시·군간 협력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연계협력 사업을 우선 지원하는 것도 최근 이루어 낸 변화이다.

이 같은 정책적 시도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이다. 지방재정 여건도 어렵고 포괄보조금 제도 같은 것도 정착하기까지 시행착오를 좀 더 거쳐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지역사업들이 본격 추진될 수 있는 제도의 틀은 어느 정도 갖추어졌으니 이제부터는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이루어 낸 좋은 사례들도 본격적으로 나타나리라 생각한다. 모범사례들을 찾아 배우다 보면 주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성과도 한층 가시화될 것이다.

글·성주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촌발전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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