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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 임기를 마무리하고 보니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우리 경제는 높은 실업률과 가계부채, 세계경제 불황 등의 악재에 싸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적은 비용으로 많은 서민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수단이 규제개혁이다.

개인이나 법인의 경제 및 사회적 행위에 관청의 인·허가를 반드시 받게 하는 등 신설·강화되는 규제가 국민의 권리를 제한하고 새로운 의무와 비용부담을 요구할 경우 시장원리에 맞느냐 여부와 규제가 초래하는 사회적 편익과 비용이 제대로 평가되었는지 등을 객관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런 기능을 규제개혁위원회가 수행한다.



모든 규제는 법에 기초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규제개혁위원회는 경제, 사회, 행정 분야에서 민간 전문가들이 주축이 돼 정부부처가 신설·강화하는 법령을 심사하고 있다. 국회의원들이 만든 의원입법도 정부가 그 하위 시행령들을 마련하고 규제심사를 받아야 법적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순수 민간 전문가들로 주축을 이루고 있는 규개위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심사를 하는 사례는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필자가 규제개혁 관련 정부총괄기구 대표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의에 참석했을 때 세계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나라가 취한 한시적 규제유예 조치를 회원국들이 높이 평가한 바 있다.

세계경제의 장기 저성장 조짐 속에서 그동안 규제개혁의 초점은 투자활성화 및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살리기, 공정사회 구현, 서민생활 안정에 두었다. 상수원 일정 거리 밖의 무공해 영농과 축산활동을 허용한다든지, 지자체가 발주하는 일정 금액 이하의 공사에 지방 건설업체에 입찰 우선권을 부여하고, 주말 지선도로에 주차를 허용해 가족 나들이를 수월하게 하는 등의 조치는 서민생활과 직결돼 있다. 정부 공공기관의 채용·승진과정에서 학력차별 철폐는 기회균등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그동안 미등록 상태에서 행정기관이 지침, 훈령, 규칙, 예규 등을 이용해 권한을 행사해 투자와 국민생활에 불편을 준 규제사례도 많았다. 이러한 규제들을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등록하고, 일정 기간 이후 자동 소멸되는 일몰조치를 취한 것은 규제개혁의 커다란 성과였다.

재래상권 보호를 위한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근거리 입점 규제는 영세상인 보호와 다중소비자의 편의성 침해라는 상반된 가치의 충돌을 불러왔다. 또한 온실가스배출권 거래제도 도입에 따른 사회경제적 파장의 단기 및 중기 영향평가는 대단히 어려운 과제였다.

이 두 가지의 경우 객관적 규제영향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역량을 빨리 갖춰야 한다. 규제정보 포털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만큼 이제 일반 국민도 적극적 의견개진으로 솔로몬의 지혜가 담긴 명품규제를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

글·안충영 중앙대 석좌교수 전 규제개혁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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