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지난 5월 대만이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했다. 공업용 35퍼센트, 상업용 30퍼센트, 주택용 16.9퍼센트였다. 전기요금이 원가에 미치지 못해 대만전력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문제를 해결하고 저탄소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반대의 목소리가 만만치 않았지만 전기요금 인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것이 대만 정부의 입장이었다.
일본도 지난 4월 전기요금을 크게 올렸다. 인상률은 17퍼센트였다. 가격 정책을 통해 전력 사용량을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일본 정부의 계획은 성공했다. 전기 사용량이 21퍼센트나 줄어 목표인 15퍼센트 절전을 크게 웃돌았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한다는 일본 정부의 작전이 주효한 셈이다.
대만과 일본의 전기요금 인상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의 사정은 대만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전기요금이 원가보다 싸다. 지난해 기준으로 전기요금은 원가의 87.4퍼센트에 불과했다.
지난 2001년 이후 원유 가격은 5배 가까이 오른 반면 전기요금은 16퍼센트 올랐을 뿐이다. 산업용의 경우 2003~2010년 사이 미국,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등이 2~3배 올리는 동안 우리는 고작 14퍼센트 인상했다.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국제적으로도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산업용과 주택용 모두 가장 싸다. 우리나라의 주택용 전기요금은 킬로와트아워당 0.083달러로 가장 비싼 독일의 0.325달러에 비해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산업용은 0.058달러로 0.169달러인 슬로바키아의 3분 1 정도에 그친다.
비정상적인 전기요금은 한국전력의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 먼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팔면 팔수록 손해가 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최근 4년간 한전의 누적적자는 8조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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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07년 21조6천억원이던 것이 지난해 50조원을 넘어섰다. 부채로 인한 이자만 하루 60억원에 달한다. 이익을 내지 못하니 이자를 갚기 위해 또 다른 부채를 추가하는 악순환 구조다. 공기업인 한전의 부실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이 된다.
비정상적일 정도로 저렴한 전기요금 정책은 물가안정과 기업지원을 위함이다. 문제는 값싼 전기요금의 혜택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굳이 지원할 필요가 없는 대기업과 대규모 기업농이 가장 큰 혜택을 받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전력의 적자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은 산업용 전력 부문으로 1조6천1백억원의 손해를 봤다. 이 가운데 76퍼센트에 해당하는 1조2천3백억원이 대기업 부문에서 발생했다. 농업용의 경우 5천억원의 손실액 가운데 40퍼센트인 2천억원이 대규모 기업농에서 생겼다. 적자기업인 한전이 매년 천문학적인 이익을 내고 있는 대기업을 지원하는 모순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전의 적자구조는 해외진출에도 큰 짐이 되고 있다. 연속 적자와 이로 인한 신용등급 하락으로 국제 입찰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외진출을 통해 국내 적자를 만회하려는 한전의 계획이 물거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한전이 민간기업이라면 이미 시장에서 퇴출됐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닌 셈이다.
비현실적으로 저렴한 전기요금은 국가경제적으로도 적잖은 골칫거리다. 무엇보다 전기를 과소비하는 풍토가 문제다.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가격이 싸 부담이 덜하기 때문이다. 전력소비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앞선다. 2000~2010년 기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4.1퍼센트에 그친 반면 전력소비량은 평균 5.3퍼센트 늘었다. 선진국 대부분의 경우 전력소비량 증가율이 GDP 성장률보다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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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유나 가스 등 기존의 에너지원을 전기로 대체하는 추세도 전력소비 증가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경유를 사용하던 공장 시설을 전기로 바꾸고 비닐하우스의 난방을 기름난로에서 전기스토브로 대체하는 식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자금을 절약해서 유리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적으로 봤을 때는 손해가 크다.
1차에너지인 화석연료를 전기로 전환하면 약 60퍼센트의 손실이 발생한다. 가령 1천킬로칼로리의 에너지를 가진 기름에서 얻을 수 있는 전기에너지는 38퍼센트인 3백80킬로칼로리에 불과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이로 인해 매년 1조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생수로 빨래를 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녹색성장을 위해서도 전기요금은 인상될 필요가 있다. 전세계는 현재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전체 전력 가운데 신재생에너지의 비중이 이미 20퍼센트에 이를 정도다. 하지만 우리의 걸음은 더디기만 하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은 전체의 1.3퍼센트에 그친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늘리려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 발전단가가 비싸기 때문이다.
비현실적으로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인한 전력 과소비는 환경파괴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율은 세계 8위 수준이다. 1990~2009년 동안 OECD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13퍼센트 늘어난 반면 우리나라는 1백25퍼센트나 증가했다.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국가전략과 배치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전은 최근 대대적인 자구계획을 발표했다. 비용절감 등을 통해 1조1천억원의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흡수하겠다는 내용이다. 한전의 자구노력은 올해가 처음이 아니다.
지난 4년 동안 모두 3조5천억원의 원가절감을 통해 매년 2.5퍼센트의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흡수해 왔다. 하지만 자구노력을 통한 전기요금 안정은 이제 한계에 이르렀다. 전기요금을 현실화하지 않고서는 한전의 정상화는 어렵다는 평가다.
글·변형주 (이코노미플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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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