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생활

‘자영업의 위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폐업하는 사업장도 늘고, 폐업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경우 생계를 유지할 정도로 빠듯하다는 것이다. 경제규모에 비해 자영업의 비율이 높은 데다 경기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자영업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와중에 걱정이 하나 더 늘었다. 한·미FTA가 그것이다.
소상공인들은 한·미FTA가 발효되면 미국의 대자본들이 한국에 밀려들어 올 것이고, 그 결과 자신들은 생계의 터전을 잃을 것이라고 불안해하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걱정하는 것과 조금 다르다.
한·미FTA와 소상공인은 별 관계가 없는 데다 피해가 발생할 경우에도 대응할 수 있는 제도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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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들의 가장 큰 걱정은 한·미FTA가 발효되면 미국 자본이 대거 밀려들어 온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대기업 프랜차이즈와 경쟁하는 것도 힘에 겨운데 미국 업체까지 가세하면 버티기 힘들 것이란 우려다.
하지만 한·미FTA와 유통업 개방은 별 관계가 없다. 국내 유통업은 1996년 이후 전면 개방됐기 때문이다. 한·미FTA가 아니라도 한국에 진출하고자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미 FTA가 발효돼도 유통업에 대한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1996년 1월에 외국계 기업의 점포수 및 매장면적에 대한 제한을 완전히 철폐했다. 2003년에는 세계무역기구(WTO)와 도하개발어젠다(DDA) 양허안 제출 시 백화점과 쇼핑센터를 추가로 개방했다.
한·미FTA의 유통업 개방은 WTO 및 DDA 양허안 수준으로 맺어졌다. 미국의 대형자본이 미용업이나 세탁업 등 영세한 골목상권에 대규모로 진출할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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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법)’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골목상권 진출을 막는 ‘양대산맥’으로 불린다.
유통법에 따르면 지역유통산업의 전통과 역사를 보존하기 위해 전통시장이나 전통상점가를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으며, 이 구역으로부터 1킬로미터 이내에는 SSM 등 대규모점포가 입점할 수 없다. 상생법은 대기업이 신규사업에 진출했을 경우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같은 업종의 중소기업들은 대기업의 사업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소상공인들의 걱정은 한·미FTA가 발효되면 대기업의 진출을 막아주던 유통법과 상생법이 자동으로 효력을 상실할 것이란 점이다. 한·미FTA는 국내법과 협상 내용이 상충될 경우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이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사업 진출에 제한을 두지 않는 한·미FTA와 유통·상생법은 상충되고 효력을 상실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자동으로 해당 규정이 효력을 잃는 것이 아니란 점이다. 국내법 규정을 바꾸려면 미국 측이 문제를 제기해 우리 측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때 우리 측의 입장을 미국 측에 전달할 수 있다. 양측이 협의에 이르지 못하면 법정에서 시비를 가려 국내법 개정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미국이 한·미FTA와 상충되는 규제를 가지고 있다면 우리 투자자도 미국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시정을 요구할 수 있다.![]()
무역조정지원제도로 직접적인 피해 보전 가능
한·미FTA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었다면 정부에 피해보전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가 있다. 무역조정지원제도가 그것이다. 한·미FTA 발효 후 미국산 제품의 수입이 증가해 매출액이나 생산량이 20퍼센트 이상 감소할 경우 이 제도를 활용하면 피해를 만회할 수 있다. 시설자금이나 운전자금을 지원받을 수도 있고 경영컨설팅을 받을 수도 있다. 제조업과 서비스업 전체가 지원 대상이다.
한·미FTA와 별도로 정부는 다양한 소상공인 지원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노후 점포를 현대화한 ‘나들가게’ 지원, 여성과 장애인을 위한 목적자금 지원, 각종 교육과 컨설팅 지원, 서민금융 활성화 등이 대표적이다. 소상공인과 전통시장 지원예산은 지난해 5천6백16억원에서 올해 7천1백57억원, 내년 7천6백4억원으로 매년 불어나고 있다.![]()
한·미FTA는 소상공인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식자재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관세가 철폐되는 만큼 가격을 내릴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삼겹살의 경우 현재 부과되고 있는 22.5퍼센트의 관세가 10년에 걸쳐 철폐된다. 현재 관세가 36퍼센트인 치즈
역시 10년 동안 점진적으로 철폐된다.
한·미FTA에 따른 경제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미FTA로 우리 기업들의 미국 수출이 증가하는 등 경기가 상승세를 타면 고용과 소득이 늘고 그 결과 내수경기도 활성화된다. 내수가 호전되면 소상공인의 매출도 자연스레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10개 국책연구 기관들에 따르면 한·미FTA가 발효되면 향후 10년간 GDP가 5.66퍼센트 추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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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공감누리집(gonggam.korea.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