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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생활

다문화의 힘 외국어 봉사 발벗고 나서





“이번 대회처럼 국제적인 행사가 내가 사는 고장에서 열린다는 것이 자랑스러워요. 하계올림픽, 월드컵에 이어 세계육상선수권대회까지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경험한 나라의 국민이라는 점에도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지요. 모두 개최한 요즘엔 중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트위터로 날마다 자랑을 하고 있죠.”

경북대와 영진전문대, 대구시립도서관 등지에서 중국어 강사로 일하고 있는 권하연(중국명 첸샤엔·43)씨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소식을 들은 순간 바로 자원봉사로 참여할 것을 결정했다는 ‘열성 대구시민’이다.



원래는 중국어에 능한 남편, 딸과 함께 온 가족이 동시에 자원봉사 신청을 했지만 직장과 학교 공부에 바쁜 남편과 딸이 자원봉사자 교육에 참여할 수 없게 되어 시민서포터즈로 방향을 전환했다고 한다.

“지난 2008년에 열린 세계육상대회에서도 하루종일 경기장을 지키며 목이 쉴 때까지 응원을 했어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최대한 즐겁고 뜨거운 시간을 보내려고요. 활기찬 응원으로 경기장 분위기를 띄우고 선수들 사기를 북돋워주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요.” 권씨 가족은 2002년 한일월드컵부터 시작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2008년 대구세계육상경기대회 등 대구에서 열린 국제적인 행사에 앞장서 참여해 온 모범시민이다.

“중국에 살다가 2002년 대구로 이주했는데, 이주 이유가 월드컵을 대구에서 관람하기 위해서였어요. 평생에 다시 볼 수 없을지 모르는 절호의 기회잖아요.”

권씨의 말에 함께 자리한 김설영(29·중국명 진셰잉·달서구다문화지원센터 다문화 홍보강사), 마영(36·중국명 마영·대구달서구다 문화지원센터 이중언어 강사)씨도 고개를 끄덕인다. 김씨와 마씨는 대구육상대회의 중국어 통역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다.

김씨는 “2년 전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남편 권유로 무작정 신청을 했지만 지금은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2년 전에 비해 한국어가 능숙해져 제 능력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에 대한 정부와 대구시의 지원으로 한국어와 한국 전통문화를 배울 수 있었어요. 그 덕분에 한국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인으로서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어요. 이번 대회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자원봉사를 결정했습니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영어 통역 자원봉사자로 나선 필리핀 출신의 결혼이주자 플라자 마리아 크리스틴(41)씨는 자원봉사에 참여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말하며 밝게 웃었다.

방과 후 학교와 영어학원 등에서 인기 원어민 강사로 통하는 ‘워킹맘’ 크리스틴씨가 대구육상대회 통역으로 일하면서 받는 보수는 전혀 없다.

“돈보다 더 큰 대가를 받고 하는 일이에요.”
그가 받는 보수는 돈으론 살 수 없는 국가에 대한 감사, 그리고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었다. 크리스틴씨는 대구 달성경찰서에서 야간 전화통역 자원봉사도 하고 있다.

영어와 한국어에 능통한 자신의 재능을 원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고 달려간다.바쁜 와중에 자원봉사로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아니냐고 걱정을 하자 “한국이 베푼 고마움에 비하면 턱도 없이 작은 봉사다”고 겸손하게 말한다.

“한국 정부나 대구시로부터 받은 관심과 여러 선행을 갚을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에 기쁜 마음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습니다. 대구세계육상대회의 통역 자원봉사에 대한 제의가 들어왔을 때도 진심으로 봉사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바로 결정을 했어요. 오히려 이렇게 큰 국제대회에 제가 한몫을 할 수 있어 자랑스럽습니다.”




다양한 출신국의 자원봉사자들은 대회의 원활한 진행은 물론이고 출신국가의 선수들이나 관람객들에게도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일본 출신의 오카무라 쿠미(36·영남이공대학 1학년)씨는 마라톤과 경보 대회가 열리는 5일간 선수대기실에서 대회 진행을 돕는 로드레이스로 활동한다.

남편을 따라 한국에 온 지 2년이 좀 넘은 새내기 주부이기도 한 오카무라씨는 대회장에서 만나게 될 일본 선수들을 누구보다도 가까운 곳에서 응원할 수 있다는 점에 기대를 품고 있었다. “로드레이스 자원봉사자 중에서 제가 유일한 일본인이라서 일본 선수들에게도 뭔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어학강사와 학생 등 자신의 일과 가사만으로도 바쁜 이들이 주저 없이 자신의 시간과 재능을 나누겠다는 결정을 했기에 이들의 자원봉사와 서포터즈 활동은 더욱 뜻이 깊다.

대구육상대회 개최에 앞서 교육을 받고 대회 기간 중에는 새벽부터 밤까지 꼬박 서 있어야 하는 강행군도 마다하지 않는 그들은 자신의 수고에 대한 공을 대구시민 전체의 수훈으로 돌렸다.

글과 사진·이윤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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